“원사이드하게 ○○줘”…재해구호협회의 잇단 ‘채용비리’ 의혹 [희망브리지]①

입력 2023.10.11 (10:41) 수정 2023.10.11 (11: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94점, 92점 막 줘!”…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정황 단독 확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381
[단독] 지역 조직도 싹쓸이…모집 공고 전 내정자들 만나 처우 논의까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663
[한눈에 이슈] 구호물품에 왜 멀티탭을?…납득 안 되는 돈 씀씀이
https://www.youtube.com/watch?v=RiFesTmweNk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이지만 재해구호법상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이고,
운영비 전액을 의연금에서 쓰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해 희망브리지에 모인 국민 성금은 1,300억 원이 넘는데요.
재해·재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뜻이 모인 만큼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KBS는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부당 계약' 등 여러 의혹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채용 비리 의혹부터 찬찬히 전해드리겠습니다.
희망브리지는 공직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수검 대상 기관이기도 한데요.
KBS는 희망브리지가 최근 경력 직원 등을 뽑으면서, 김정희 사무총장의 지인 등을 미리 정해놓았다는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 "걔는 강남 애거든. 나하고 클럽도 갈 수 있는 애"...'채용 비리' 의혹 또?

KBS는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 의혹·지인 특혜 의혹 등을 보도했는데요.
오늘(10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KBS 보도를 언급하며,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습니다.

2021년 7월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내정한 A 씨를 뽑았다는 의혹인데요.
이 의원은 2020년 11월, 당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A 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듯 말하는 김 사무총장의 육성을 공개했습니다.
이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김 사무총장 등의 육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A 씨를 채용하는 것에 부정적 의견을 낸 간부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에 대한 어떤 도전으로도 느껴진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2021년 6월 18일 경력직 직원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채용 공고 사흘 전 담당 팀장들은 김 사무총장이 찜한(?) A 씨의 경력이 부족하다며,
원래 뽑기로 한 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뽑아 써야 할 것 같다는 논의를 합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협회 내부에서도) 채용 비리인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라면서
"(경력이) 1년밖에 안 되는 A 씨는 결국 합격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 "원사이드하게 94점, 92점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앞서 KBS는 희망브리지 '채용 비리' 의혹을 보도하며, 김정희 사무총장의 육성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5월, 희망브리지는 지역 본부장, 연구소 책임 수석 등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는데요.
서류 심사 사흘 전인 6월 7일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에서 김정희 사무총장은 뽑아야 할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이 같은 지시를 전달하라고 말합니다.


위에 언급된 3명 중 김 모 씨와 정 모 씨는 김 사무총장과 지인 관계였는데요.
김 씨는 김 사무총장 언론계 후배의 동생이었고, 정 씨는 20여 년 동안 알고 지낸 오랜 지인이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본인이 아는 사람이 외부 심사위원에 포함됐다고 하면서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라고도 말했는데요.
서류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취재진에게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월 회의비 100만 원? 예산 충분히 확보'...지사 사무국장은 채용 전 처우 논의까지

희망브리지 채용 비리 의혹은 또 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올해 상반기 부산·인천 등 전국 7곳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재난 발생 때 전국 어디서든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지사 7곳 중 5곳의 사무국장을 우선 채용했는데, 합격자 5명 모두 사전 내정돼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희망브리지가 지사 사무국장 채용공고를 낸 건 지난해 12월 29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선 12월 21일, 희망브리지 서울 본사 사무실에서 <지사 설립과 운영에 관한 회의>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는 모두 9명이 모였는데, 4명만 희망브리지 직원 또는 자문위원이었고, 5명은 당시 희망브리지와 무관한 인사들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모 자문위원은 "오늘 사무국장님들이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발언합니다. 희망브리지와 무관한 인사 5명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들 중 한 명이 사무국장들에게 지급될 월 회의비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 100만 원을 언급하며 질문을 하자, 희망브리지 직원은 "업무추진비는 확보가 어렵지만, 회의비 예산은 충분히 확보해 뒀다"라고 알려줍니다. 사무국장 채용 공고 8일 전 상황입니다.

채용 공고가 난 뒤 15명이 사무국장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희망브리지는 이들 중 5명을 대상으로만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지사 설립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었고, 다 함께 최종 합격했습니다. 사전 내정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취재 결과 사무국장들 모두 회의에 참석했던 이 자문위원과 친분이 있었습니다. 1명은 30년 넘는 지인, 4명은 학사장교 출신 동문이었습니다. 채용 비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자문위원은 채용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이렇게 설명합니다.

"희망브리지 실무자들이 (사무국장 채용이) 필요하다고 하니, 제가 동문회장한테 '학사장교들도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한참 전에 이야기한 것 뿐입니다."
- 이00 희망브리지 자문위원-

희망브리지는 채용 공고도 내기 전 왜 특정인들과 함께 지사 설립회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무국장직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을 뿐, 사전 내정은 없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사무국장 채용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자문위원은 김정희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인 2021년 협회 자문위원에 위촉된 뒤, 지금은 대외협력 정책관으로 활동 중입니다.

■ "그 양반이 하라고 했겠지만 실제 그 자체는 부존재"...송필호 협회장, 비리 의혹 부인

10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은 KBS의 비리 의혹 연속보도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한 마음이고, 사실을 확인한 뒤로 정확하게 확실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0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좌측)은 이해식 의원(우측)이 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실제 집행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10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좌측)은 이해식 의원(우측)이 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실제 집행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우리 김정희 총장 실제로 사람은 올바르고 굉장히 성취욕이 강한 사람이지만,
엄청나게 다변한(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채용 비리도 실제로 막 그 양반(김 사무총장)이 하라고 했겠지만, 실제로 그 자체는 부존재합니다."
-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 (10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희망브리지 측에 송 협회장이 비리 의혹에 대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부존재하다'라고 말한 근거를 물었더니
"행안부 등 외부 조사를 잘 받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희망브리지 측은 "이해식 의원실에 조사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권익위, '채용 비리' 의혹 등 조사...행안위, 오늘부터 현장 사무검사 돌입

KBS가 보도한 채용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주부터 희망브리지에 조사관을 파견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안부도 오늘(11일)부터 사무검사에 돌입할 계획인데요. 이번 주까지 현장점검을 하고,
상황을 봐서 사무검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10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우측)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좌측)을 상대로 KBS가 보도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채용비리 의혹 등을 집중 질의했다.10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우측)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좌측)을 상대로 KBS가 보도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채용비리 의혹 등을 집중 질의했다.

이해식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국민들이 이타심으로 낸 성금과 의연금은 국민의 피 같은 돈인데, 이를 관리하는 재해구호협회가 이렇게 비리백화점과 같다면 어느 국민이 성금을 내겠나"라며,
"사무총장 이하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사법처리까지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사무검사를 실시해서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바로 고발 조치 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원사이드하게 ○○줘”…재해구호협회의 잇단 ‘채용비리’ 의혹 [희망브리지]①
    • 입력 2023-10-11 10:41:43
    • 수정2023-10-11 11:13:23
    심층K

[연관 기사]
[단독] “94점, 92점 막 줘!”…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정황 단독 확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381
[단독] 지역 조직도 싹쓸이…모집 공고 전 내정자들 만나 처우 논의까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663
[한눈에 이슈] 구호물품에 왜 멀티탭을?…납득 안 되는 돈 씀씀이
https://www.youtube.com/watch?v=RiFesTmweNk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이지만 재해구호법상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이고,
운영비 전액을 의연금에서 쓰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해 희망브리지에 모인 국민 성금은 1,300억 원이 넘는데요.
재해·재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뜻이 모인 만큼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KBS는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부당 계약' 등 여러 의혹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채용 비리 의혹부터 찬찬히 전해드리겠습니다.
희망브리지는 공직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수검 대상 기관이기도 한데요.
KBS는 희망브리지가 최근 경력 직원 등을 뽑으면서, 김정희 사무총장의 지인 등을 미리 정해놓았다는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 "걔는 강남 애거든. 나하고 클럽도 갈 수 있는 애"...'채용 비리' 의혹 또?

KBS는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 의혹·지인 특혜 의혹 등을 보도했는데요.
오늘(10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KBS 보도를 언급하며,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습니다.

2021년 7월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내정한 A 씨를 뽑았다는 의혹인데요.
이 의원은 2020년 11월, 당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A 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듯 말하는 김 사무총장의 육성을 공개했습니다.
이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김 사무총장 등의 육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A 씨를 채용하는 것에 부정적 의견을 낸 간부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에 대한 어떤 도전으로도 느껴진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2021년 6월 18일 경력직 직원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채용 공고 사흘 전 담당 팀장들은 김 사무총장이 찜한(?) A 씨의 경력이 부족하다며,
원래 뽑기로 한 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뽑아 써야 할 것 같다는 논의를 합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협회 내부에서도) 채용 비리인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라면서
"(경력이) 1년밖에 안 되는 A 씨는 결국 합격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 "원사이드하게 94점, 92점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앞서 KBS는 희망브리지 '채용 비리' 의혹을 보도하며, 김정희 사무총장의 육성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5월, 희망브리지는 지역 본부장, 연구소 책임 수석 등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는데요.
서류 심사 사흘 전인 6월 7일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에서 김정희 사무총장은 뽑아야 할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이 같은 지시를 전달하라고 말합니다.


위에 언급된 3명 중 김 모 씨와 정 모 씨는 김 사무총장과 지인 관계였는데요.
김 씨는 김 사무총장 언론계 후배의 동생이었고, 정 씨는 20여 년 동안 알고 지낸 오랜 지인이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본인이 아는 사람이 외부 심사위원에 포함됐다고 하면서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라고도 말했는데요.
서류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취재진에게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월 회의비 100만 원? 예산 충분히 확보'...지사 사무국장은 채용 전 처우 논의까지

희망브리지 채용 비리 의혹은 또 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올해 상반기 부산·인천 등 전국 7곳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재난 발생 때 전국 어디서든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지사 7곳 중 5곳의 사무국장을 우선 채용했는데, 합격자 5명 모두 사전 내정돼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희망브리지가 지사 사무국장 채용공고를 낸 건 지난해 12월 29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선 12월 21일, 희망브리지 서울 본사 사무실에서 <지사 설립과 운영에 관한 회의>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는 모두 9명이 모였는데, 4명만 희망브리지 직원 또는 자문위원이었고, 5명은 당시 희망브리지와 무관한 인사들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모 자문위원은 "오늘 사무국장님들이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발언합니다. 희망브리지와 무관한 인사 5명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들 중 한 명이 사무국장들에게 지급될 월 회의비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 100만 원을 언급하며 질문을 하자, 희망브리지 직원은 "업무추진비는 확보가 어렵지만, 회의비 예산은 충분히 확보해 뒀다"라고 알려줍니다. 사무국장 채용 공고 8일 전 상황입니다.

채용 공고가 난 뒤 15명이 사무국장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희망브리지는 이들 중 5명을 대상으로만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지사 설립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었고, 다 함께 최종 합격했습니다. 사전 내정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취재 결과 사무국장들 모두 회의에 참석했던 이 자문위원과 친분이 있었습니다. 1명은 30년 넘는 지인, 4명은 학사장교 출신 동문이었습니다. 채용 비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자문위원은 채용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이렇게 설명합니다.

"희망브리지 실무자들이 (사무국장 채용이) 필요하다고 하니, 제가 동문회장한테 '학사장교들도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한참 전에 이야기한 것 뿐입니다."
- 이00 희망브리지 자문위원-

희망브리지는 채용 공고도 내기 전 왜 특정인들과 함께 지사 설립회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무국장직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을 뿐, 사전 내정은 없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사무국장 채용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자문위원은 김정희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인 2021년 협회 자문위원에 위촉된 뒤, 지금은 대외협력 정책관으로 활동 중입니다.

■ "그 양반이 하라고 했겠지만 실제 그 자체는 부존재"...송필호 협회장, 비리 의혹 부인

10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은 KBS의 비리 의혹 연속보도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한 마음이고, 사실을 확인한 뒤로 정확하게 확실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0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좌측)은 이해식 의원(우측)이 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실제 집행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우리 김정희 총장 실제로 사람은 올바르고 굉장히 성취욕이 강한 사람이지만,
엄청나게 다변한(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채용 비리도 실제로 막 그 양반(김 사무총장)이 하라고 했겠지만, 실제로 그 자체는 부존재합니다."
-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 (10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희망브리지 측에 송 협회장이 비리 의혹에 대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부존재하다'라고 말한 근거를 물었더니
"행안부 등 외부 조사를 잘 받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희망브리지 측은 "이해식 의원실에 조사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권익위, '채용 비리' 의혹 등 조사...행안위, 오늘부터 현장 사무검사 돌입

KBS가 보도한 채용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주부터 희망브리지에 조사관을 파견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안부도 오늘(11일)부터 사무검사에 돌입할 계획인데요. 이번 주까지 현장점검을 하고,
상황을 봐서 사무검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10일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우측)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좌측)을 상대로 KBS가 보도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채용비리 의혹 등을 집중 질의했다.
이해식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국민들이 이타심으로 낸 성금과 의연금은 국민의 피 같은 돈인데, 이를 관리하는 재해구호협회가 이렇게 비리백화점과 같다면 어느 국민이 성금을 내겠나"라며,
"사무총장 이하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사법처리까지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사무검사를 실시해서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바로 고발 조치 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