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 배송’ 하청 노동자 숨진 채 발견…머리 맡엔 택배 상자

입력 2023.10.13 (21:30) 수정 2023.10.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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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시는 과로사가 없도록".

어제(12일) 서울 쿠팡 본사 앞에선 한 청년 노동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고 장덕준 씨, 밤샘 노동을 반복하다 3년 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과로사로 숨졌다는 판정까지 나왔지만 쿠팡은 이후로도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오늘(13일) 새벽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쿠팡 하청업체에 소속된 60대 택배기사입니다.

하루 열한 시간 가까이, 주로 새벽 시간에 일했던 거로 파악됐고 숨진 노동자의 곁에는 택배 상자 세 개가 놓여있었습니다.

이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깜깜한 새벽, 대형 화물 트럭 뒤로 구급차 한 대가 서 있고, 경찰이 건물 앞을 분주히 오갑니다.

오늘 새벽 4시 45분쯤, 경기도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이곳에 쓰러져 있던 남성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져있었습니다.

숨진 남성은 60대 택배기사 박 모 씨.

발견 당시 주변엔 쿠팡 상자 3개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지역 택배기사 : "남일 같지 않죠. 지역마다 다른데 이쪽이 조금 힘들어요."]

박 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계약한 물류업체 소속 개인 사업자 신분입니다.

약 1년 간 일했는데 수수료는 건당 받았고, 근무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새벽배송 담당이었습니다.

박 씨 앞으로 기록된 근로 시간은 주 52시간 정도, 다만 산업재해 발생 시 심야 노동은 30% 가산하라는 게 노동부 고시여서, 실제 노동 강도는 주 67시간 이상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권동희/노무사 : "새벽에 일을 했으면 훨씬 더 (업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죠. 시간에 쫓기는 그런 압박 업무 등등 하면 육체적 강도는 너무 높으니까…."]

택배노조는 박 씨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라며, 쿠팡에 개선책을 촉구했습니다.

[진경호/택배노조 위원장 : "주간 12시간, 야간 10시간 풀가동하는 시스템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그 피로가 축적 돼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 씨의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입니다.

쿠팡 측은 숨진 박 씨는 쿠팡 직원이 아니라 물류 대리점의 개인 사업자이고, 배송 물량은 통상 수준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 씨의 과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 김태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박미주

[앵커]

이처럼 새벽 배송까지 할 정도로 빠른 배송을 자랑하는 쿠팡에서 유독 느린 게 있습니다.

물건을 공급한 소상공인들에게 판매 대금을 정산해 줄때인데요.

정산이 늦어져 생기는 부담은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의 몫이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쿠팡을 통해 음료수나 통조림을 파는 이 식료품 도매업체는 늘 대금 정산이 걱정입니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쿠팡이 판매 대금을 너무 늦게 정산해주기 때문입니다.

수수료 11%를 뗀 정산금은 판매로부터 약 한 달이 넘게 지나야 통장에 들어오는데, 이때도 전체 금액의 70% 정도만 입금됩니다.

다음 물건 떼올 돈이 쪼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식료품 업체 대표 A 씨 : "무조건 현금을 입금해야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고 대금이 그때그때 지급이 안 되면 저희가 매입을 못 하는 거죠."]

이 업체는 결국 3년 전부터 은행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물건을 팔았다는 매출 서류를 담보로 잡고 은행에서 그만큼의 돈을 먼저 대출받고, 은행은 플랫폼으로부터 대출금을 상환받는 구조입니다.

정산만 제때 해줬어도 낼 필요 없는 이자를 내가면서 사업을 하는 겁니다.

[김종민/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 "플랫폼 입점 업체라는 게 대부분이 중소상인들이잖아요. 이분들이 불공정하게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정말 되게 억울한 상황이다…"]

게다가 판매 시점이 아닌 '소비자 구매 확정' 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에 길게는 두 달 넘게 정산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 측은 최대 정산 기한을 60일로 하는 현행법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연내로 선불정산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대출은 KB국민은행에서만 한해 6천억 원 수준.

플랫폼이 더 신속하게 소상공인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게 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박은주

[알립니다] 당초 리포트에서는 쿠팡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입점업체들에 대한 쿠팡의 대금 정산 시점 관련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이 보도에 사용된 자료는 "입점업체 정산 시점"이 아니라 "하청업체 정산 시점"과 관련된 공시자료라고 밝혀왔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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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새벽 배송’ 하청 노동자 숨진 채 발견…머리 맡엔 택배 상자
    • 입력 2023-10-13 21:30:42
    • 수정2023-10-16 20:57:14
    뉴스 9
[앵커]

"다시는 과로사가 없도록".

어제(12일) 서울 쿠팡 본사 앞에선 한 청년 노동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고 장덕준 씨, 밤샘 노동을 반복하다 3년 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과로사로 숨졌다는 판정까지 나왔지만 쿠팡은 이후로도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오늘(13일) 새벽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쿠팡 하청업체에 소속된 60대 택배기사입니다.

하루 열한 시간 가까이, 주로 새벽 시간에 일했던 거로 파악됐고 숨진 노동자의 곁에는 택배 상자 세 개가 놓여있었습니다.

이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깜깜한 새벽, 대형 화물 트럭 뒤로 구급차 한 대가 서 있고, 경찰이 건물 앞을 분주히 오갑니다.

오늘 새벽 4시 45분쯤, 경기도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이곳에 쓰러져 있던 남성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져있었습니다.

숨진 남성은 60대 택배기사 박 모 씨.

발견 당시 주변엔 쿠팡 상자 3개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지역 택배기사 : "남일 같지 않죠. 지역마다 다른데 이쪽이 조금 힘들어요."]

박 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계약한 물류업체 소속 개인 사업자 신분입니다.

약 1년 간 일했는데 수수료는 건당 받았고, 근무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새벽배송 담당이었습니다.

박 씨 앞으로 기록된 근로 시간은 주 52시간 정도, 다만 산업재해 발생 시 심야 노동은 30% 가산하라는 게 노동부 고시여서, 실제 노동 강도는 주 67시간 이상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권동희/노무사 : "새벽에 일을 했으면 훨씬 더 (업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죠. 시간에 쫓기는 그런 압박 업무 등등 하면 육체적 강도는 너무 높으니까…."]

택배노조는 박 씨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라며, 쿠팡에 개선책을 촉구했습니다.

[진경호/택배노조 위원장 : "주간 12시간, 야간 10시간 풀가동하는 시스템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그 피로가 축적 돼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 씨의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입니다.

쿠팡 측은 숨진 박 씨는 쿠팡 직원이 아니라 물류 대리점의 개인 사업자이고, 배송 물량은 통상 수준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 씨의 과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 김태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박미주

[앵커]

이처럼 새벽 배송까지 할 정도로 빠른 배송을 자랑하는 쿠팡에서 유독 느린 게 있습니다.

물건을 공급한 소상공인들에게 판매 대금을 정산해 줄때인데요.

정산이 늦어져 생기는 부담은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의 몫이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쿠팡을 통해 음료수나 통조림을 파는 이 식료품 도매업체는 늘 대금 정산이 걱정입니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쿠팡이 판매 대금을 너무 늦게 정산해주기 때문입니다.

수수료 11%를 뗀 정산금은 판매로부터 약 한 달이 넘게 지나야 통장에 들어오는데, 이때도 전체 금액의 70% 정도만 입금됩니다.

다음 물건 떼올 돈이 쪼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식료품 업체 대표 A 씨 : "무조건 현금을 입금해야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고 대금이 그때그때 지급이 안 되면 저희가 매입을 못 하는 거죠."]

이 업체는 결국 3년 전부터 은행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물건을 팔았다는 매출 서류를 담보로 잡고 은행에서 그만큼의 돈을 먼저 대출받고, 은행은 플랫폼으로부터 대출금을 상환받는 구조입니다.

정산만 제때 해줬어도 낼 필요 없는 이자를 내가면서 사업을 하는 겁니다.

[김종민/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 "플랫폼 입점 업체라는 게 대부분이 중소상인들이잖아요. 이분들이 불공정하게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정말 되게 억울한 상황이다…"]

게다가 판매 시점이 아닌 '소비자 구매 확정' 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에 길게는 두 달 넘게 정산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 측은 최대 정산 기한을 60일로 하는 현행법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연내로 선불정산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대출은 KB국민은행에서만 한해 6천억 원 수준.

플랫폼이 더 신속하게 소상공인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게 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박은주

[알립니다] 당초 리포트에서는 쿠팡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입점업체들에 대한 쿠팡의 대금 정산 시점 관련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이 보도에 사용된 자료는 "입점업체 정산 시점"이 아니라 "하청업체 정산 시점"과 관련된 공시자료라고 밝혀왔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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