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파트엔 ‘그분’ 작품이…알고 보니 사주 일가

입력 2023.10.24 (09:51) 수정 2023.10.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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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정 규모 건물을 지을 때 건축비 일부를 미술 작품 설치에 쓰게끔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해마다 수백 점씩 설치되는데, 아파트 단지에 가장 많습니다.

평균 설치 비용은 1억 4천만 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인데 한 중견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마다 유독 한 작가의 작품이 집중 설치됐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김민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초 준공한 경기 시흥의 아파트입니다.

단지 안의 미술 작품 2점, 모두 공 모 씨 한 사람 작품입니다.

같은 건설사가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에 준공한 아파트 단지에도 2점 모두 공 씨 작품이 설치됐습니다.

[미술계 관계자/음성변조 : "OO 건설과 집안이래요. 혈연으로 돼 있는 거겠죠. 그런 이유로 OO 건설 현장에 미술 장식품(작품)을 많이 넣었다고 그러네요."]

작가 공 씨는 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의 공 모 회장과 남매 사이입니다.

6년 전 공 회장이 해당 건설사를 인수한 뒤 공 씨 작품이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공 회장이 함께 경영하는 다른 건설사 아파트에서도 공 씨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건설사가 최근까지 지은 전국 44개 아파트 단지 내 설치 작품 71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점이 공 씨 작품입니다.

설치비가 28억 원이 넘습니다.

[권오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 "오너 일가들, 특수관계인이 되겠죠. 특정한 예술인들에 대해서 밀어주기식으로 간다면 상당히 사익 편취로밖에는 볼 수 없고 제도를 상당히 위배한 사례가 아닌가."]

두 건설사가 함께 지은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도 7점 중 3점이 공 씨 작품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작품 중 하나에서 공 씨의 남편 조 모 씨 이름이 발견됩니다.

조 씨는 작가 활동 기록이 없는 인물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서류에는 3곳에 작품 설치 경력이 있다고 했지만, 확인해 보니 다 다른 작가 작품입니다.

공 씨와 조 씨는 답변을 피했고, 건설사는 특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OO 건설 주택사업 임원 : "브랜드, 조경 콘셉트 (고려해) 기존에 많은 협업을 했던 분들한테 저희가 작업을 맡기고 그분들이 심의를 통과해오게끔 지원을 했던 것뿐이지 일감 몰아주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미술품 설치 전에 지자체가 심의를 하고는 있지만, 사주 일가의 밀어주기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아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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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아파트엔 ‘그분’ 작품이…알고 보니 사주 일가
    • 입력 2023-10-24 09:51:47
    • 수정2023-10-24 09: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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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정 규모 건물을 지을 때 건축비 일부를 미술 작품 설치에 쓰게끔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해마다 수백 점씩 설치되는데, 아파트 단지에 가장 많습니다.

평균 설치 비용은 1억 4천만 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인데 한 중견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마다 유독 한 작가의 작품이 집중 설치됐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김민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초 준공한 경기 시흥의 아파트입니다.

단지 안의 미술 작품 2점, 모두 공 모 씨 한 사람 작품입니다.

같은 건설사가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에 준공한 아파트 단지에도 2점 모두 공 씨 작품이 설치됐습니다.

[미술계 관계자/음성변조 : "OO 건설과 집안이래요. 혈연으로 돼 있는 거겠죠. 그런 이유로 OO 건설 현장에 미술 장식품(작품)을 많이 넣었다고 그러네요."]

작가 공 씨는 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의 공 모 회장과 남매 사이입니다.

6년 전 공 회장이 해당 건설사를 인수한 뒤 공 씨 작품이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공 회장이 함께 경영하는 다른 건설사 아파트에서도 공 씨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건설사가 최근까지 지은 전국 44개 아파트 단지 내 설치 작품 71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점이 공 씨 작품입니다.

설치비가 28억 원이 넘습니다.

[권오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 "오너 일가들, 특수관계인이 되겠죠. 특정한 예술인들에 대해서 밀어주기식으로 간다면 상당히 사익 편취로밖에는 볼 수 없고 제도를 상당히 위배한 사례가 아닌가."]

두 건설사가 함께 지은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도 7점 중 3점이 공 씨 작품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작품 중 하나에서 공 씨의 남편 조 모 씨 이름이 발견됩니다.

조 씨는 작가 활동 기록이 없는 인물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서류에는 3곳에 작품 설치 경력이 있다고 했지만, 확인해 보니 다 다른 작가 작품입니다.

공 씨와 조 씨는 답변을 피했고, 건설사는 특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OO 건설 주택사업 임원 : "브랜드, 조경 콘셉트 (고려해) 기존에 많은 협업을 했던 분들한테 저희가 작업을 맡기고 그분들이 심의를 통과해오게끔 지원을 했던 것뿐이지 일감 몰아주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미술품 설치 전에 지자체가 심의를 하고는 있지만, 사주 일가의 밀어주기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아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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