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징계 피해가는 지방의원들…규정부터 ‘솜방망이’

입력 2023.11.03 (08:03) 수정 2023.11.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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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불법 수의계약 비리를 저지른 광주의 한 기초의원에 대한 징계가 '출석정지 30일'에 그치며 논란이 일었는데요,

KBS가 광주·전남 지방의회 의원들의 징계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이런 솜방망이 징계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방의원 징계의 실태와 문제점을 양창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 북구의원 직위를 이용해 수의계약 비리를 저질러 1·2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기대서 의원.

사건이 불거진 지 3년 뒤에야 시작된 징계 절차에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는 '제명'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북구의회는 '30일 출석 정지'와 '공개 사과'로 징계 수위를 낮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기대서/광주 북구의원/10월 18일 : "저의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 말씀드리겠습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방의회 징계 내역을 정보 공개 청구로 살펴봤습니다.

최근 5년 동안 30건의 징계 안건이 광주·전남 지역 지방의회에 회부됐습니다.

징계 대상이 된 의원은 25명이었습니다.

중복된 징계를 받은 의원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실제로 어떤 징계가 이뤄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경고가 3건, 사과가 6건, 출석 정지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요,

제명은 단 3건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징계 안건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내려진 경우도 5건에 달했습니다.

징계 과정도 주목할 만한데요,

대부분은 처음 원안이 실제 징계로 그대로 확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내·외부 자문을 통해서 만들어진 징계 안이 실제 징계에서는 뒤집어지는 경우도 3건이나 확인됐는데 모두 제명을 출석정지로 바꿔준 사례였습니다.

징계 사유를 유형화해 보니 몇 가지 특이점이 발견됩니다.

최다 징계 사유는 외부에서 문제를 일으킨 행위가 아니라 의원 간의 갈등으로 발생한 폭행이나 폭언 등이었습니다.

또, 조례마다 별도의 규정을 둘 만큼 엄격히 제한하는 수의계약·영리 행위 관련 징계는 7건이었는데, 출석 정지가 3건이었고 제명은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지역 주민을 폭행한 혐의로 수사받는 군의원, 참사 애도 기간에 폭행 시비를 일으킨 도의원, '황제 접종' 의혹을 받은 시의원 등….

지방의원이 물의를 일으켰는데도 징계가 논의조차 안 된 사례는 집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기우식/참여자치21 사무처장 : "어떤 일을 저질러도 자신이 통제받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더 자신의 이권이나 이런 것들을 위해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고요."]

징계를 받은 뒤에 다시 출마해 당선된 의원도 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지방의회 의원들의 징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요,

KBS 취재 결과, 상당수 지방의회의 내부 징계 기준 자체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동료 의원들이 징계 여부와 수위를 판단하는 시스템의 문제도 지적됩니다.

지방의원 징계의 제도적·윤리적 허점을 이어서 취재했습니다.

화순군의회의 군의원 징계 규정입니다.

품위 유지 위반 행위부터 겸직 금지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제명'이 가능한 경우는 비리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탈세, 면탈 등 3가지밖에 없습니다.

금품을 받아도, 인사 청탁을 해도, 성폭력과 성희롱을 해도 '출석 정지'까지만 가능합니다.

선출직이 아닌 일반 지방공무원의 징계 규정과 비교해 봤습니다.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중징계에 파면이 가능합니다.

성폭력 범죄 역시 파면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솜방망이'인 징계 규정을 그대로 쓰는 지방의회가 전남에서 10곳.

여수시의회는 한술 더 떠서 모든 비위 행위 가운데 '제명'이 가능한 종류가 하나도 없습니다.

전남의 다른 지방의회 12곳은 겸직금지 관련 징계 규정만 존재하는데 역시 제명은 불가능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징계 기준 표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백형준/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장 : "비리로 인해서 1500만 원 벌금을 받았다면 그것은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파면감이겠죠. 형평성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징계 규정을 강화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광주 북구의회의 경우 2019년 청렴도를 높인다며 조례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조례 강화 이후에도 자신이나 배우자가 꽃집을 운영하며 구청과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난 구의원 2명은 공개 사과로 끝났습니다.

또 외유성 거짓 출장을 다녀온 당시 구의회 의장 등 의원 4명은 5~10일의 출석정지를 받거나, 아예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손혜진/광주 북구의원/진보당, 기대서 의원 징계 완화 반대 : "'제 식구 감싸기' 이 말 외에는 표현이 안 돼요. 저는 지금 이대로도 잘만 지켜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방의원 징계 문제의 대안으로 징계 양정을 세분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지만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의원들의 자정 노력이 없다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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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징계 피해가는 지방의원들…규정부터 ‘솜방망이’
    • 입력 2023-11-03 08:03:12
    • 수정2023-11-03 08:56:42
    뉴스광장(광주)
[앵커]

최근 불법 수의계약 비리를 저지른 광주의 한 기초의원에 대한 징계가 '출석정지 30일'에 그치며 논란이 일었는데요,

KBS가 광주·전남 지방의회 의원들의 징계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이런 솜방망이 징계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방의원 징계의 실태와 문제점을 양창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 북구의원 직위를 이용해 수의계약 비리를 저질러 1·2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기대서 의원.

사건이 불거진 지 3년 뒤에야 시작된 징계 절차에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는 '제명'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북구의회는 '30일 출석 정지'와 '공개 사과'로 징계 수위를 낮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기대서/광주 북구의원/10월 18일 : "저의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 말씀드리겠습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방의회 징계 내역을 정보 공개 청구로 살펴봤습니다.

최근 5년 동안 30건의 징계 안건이 광주·전남 지역 지방의회에 회부됐습니다.

징계 대상이 된 의원은 25명이었습니다.

중복된 징계를 받은 의원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실제로 어떤 징계가 이뤄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경고가 3건, 사과가 6건, 출석 정지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요,

제명은 단 3건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징계 안건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내려진 경우도 5건에 달했습니다.

징계 과정도 주목할 만한데요,

대부분은 처음 원안이 실제 징계로 그대로 확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내·외부 자문을 통해서 만들어진 징계 안이 실제 징계에서는 뒤집어지는 경우도 3건이나 확인됐는데 모두 제명을 출석정지로 바꿔준 사례였습니다.

징계 사유를 유형화해 보니 몇 가지 특이점이 발견됩니다.

최다 징계 사유는 외부에서 문제를 일으킨 행위가 아니라 의원 간의 갈등으로 발생한 폭행이나 폭언 등이었습니다.

또, 조례마다 별도의 규정을 둘 만큼 엄격히 제한하는 수의계약·영리 행위 관련 징계는 7건이었는데, 출석 정지가 3건이었고 제명은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지역 주민을 폭행한 혐의로 수사받는 군의원, 참사 애도 기간에 폭행 시비를 일으킨 도의원, '황제 접종' 의혹을 받은 시의원 등….

지방의원이 물의를 일으켰는데도 징계가 논의조차 안 된 사례는 집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기우식/참여자치21 사무처장 : "어떤 일을 저질러도 자신이 통제받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더 자신의 이권이나 이런 것들을 위해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고요."]

징계를 받은 뒤에 다시 출마해 당선된 의원도 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지방의회 의원들의 징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요,

KBS 취재 결과, 상당수 지방의회의 내부 징계 기준 자체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동료 의원들이 징계 여부와 수위를 판단하는 시스템의 문제도 지적됩니다.

지방의원 징계의 제도적·윤리적 허점을 이어서 취재했습니다.

화순군의회의 군의원 징계 규정입니다.

품위 유지 위반 행위부터 겸직 금지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제명'이 가능한 경우는 비리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탈세, 면탈 등 3가지밖에 없습니다.

금품을 받아도, 인사 청탁을 해도, 성폭력과 성희롱을 해도 '출석 정지'까지만 가능합니다.

선출직이 아닌 일반 지방공무원의 징계 규정과 비교해 봤습니다.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중징계에 파면이 가능합니다.

성폭력 범죄 역시 파면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솜방망이'인 징계 규정을 그대로 쓰는 지방의회가 전남에서 10곳.

여수시의회는 한술 더 떠서 모든 비위 행위 가운데 '제명'이 가능한 종류가 하나도 없습니다.

전남의 다른 지방의회 12곳은 겸직금지 관련 징계 규정만 존재하는데 역시 제명은 불가능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징계 기준 표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백형준/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장 : "비리로 인해서 1500만 원 벌금을 받았다면 그것은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파면감이겠죠. 형평성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징계 규정을 강화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광주 북구의회의 경우 2019년 청렴도를 높인다며 조례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조례 강화 이후에도 자신이나 배우자가 꽃집을 운영하며 구청과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난 구의원 2명은 공개 사과로 끝났습니다.

또 외유성 거짓 출장을 다녀온 당시 구의회 의장 등 의원 4명은 5~10일의 출석정지를 받거나, 아예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손혜진/광주 북구의원/진보당, 기대서 의원 징계 완화 반대 : "'제 식구 감싸기' 이 말 외에는 표현이 안 돼요. 저는 지금 이대로도 잘만 지켜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방의원 징계 문제의 대안으로 징계 양정을 세분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지만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의원들의 자정 노력이 없다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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