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일상 파고든 ‘마약’, 구하긴 쉽고 치유는 어렵고

입력 2023.11.08 (19:54) 수정 2023.11.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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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와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조정아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을 가지고 오셨나요?

[기자]

네, 최근 배우 유아인 씨와 이선균 씨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줄줄이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죠.

이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마약 사건이 흔히 발생하면서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다"라는 말도 이미 옛말이 됐습니다.

오늘은 마약과 관련해 그동안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과 실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정말 하루가 멀다고 마약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만큼 마약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에서도 마약 관련 사건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죠?

[기자]

네,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마약 거래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2월, 대전에서도 30대 남성이 온라인으로 마약을 샀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얼음', '아이스'라는 단어를 검색해 마약을 구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단어들은 마약사범들 사이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데요.

바로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로 통용되고 있는 겁니다.

이 남성은 텔레그램 상에서 이 은어들을 사용해 마약 판매자를 찾았고요.

필로폰 0.65g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온라인으로 샀다면 마약도 다른 물건처럼 택배나 퀵 배달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 받을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일단 '비대면'으로 받은 건 맞는데요.

거래 방법이 여느 물건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입했는데 요즘 가장 성행하고 있는 수법이기도 합니다.

마약값을 입금하고 판매자가 미리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으면 그 장소에서 비대면으로 마약을 수령하는 방식입니다.

판매자 계좌로 마약값 50만 원을 입금한 뒤 판매자가 알려준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 우편함으로 직접 가서 필로폰이 담긴 비닐 팩을 수거했는데요.

얼마 못 가 관련 마약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에 꼬리가 잡혔고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 수강과 보호관찰 2년 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갈수록 유통되는 마약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방식 또한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약의 심각성,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대전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모두 천53명입니다.

전국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 6만 5천여 명 가운데 2%를 차지하는데요,

특히 이 가운데 재범을 저지른 마약 사범은 517명,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에 달합니다.

세종과 충남 역시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재범이 45%가량을 차지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마약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건데요.

수사를 확대하는 것 말고 마약 중독 치료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어떨까요?

[기자]

네, 마약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또래 친구들 모임에서 처음 접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마약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데요,

문제는 마약의 늪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 해도 제때, 손쉽게 재활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겁니다.

정부 지원으로 무료 치료를 해주는 치료보호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병원은 전국에 두 곳뿐이고요,

정부 지원도 충분치 않아서 이 마저도 중단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마약 치료비 지원도 8억 원뿐인데요.

환자 165명을 겨우 치료할 수 있는 액수고 전체 마약 투약 사범의 2% 수준입니다.

[앵커]

정부의 대응 속도가 마약사범 급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까요?

[기자]

이미 정부는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입니다.

검찰을 중심으로 서울과 광주, 부산 등의 검찰청에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렸고요.

수사팀마다 전담 검사와 수사관을 10명에서 15명까지 투입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약을 찾는 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마약 재범률을 낮춰서 수요를 차단하면 공급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약 치료 의료인의 수를 늘려야 하고요.

정부 차원의 마약 컨트롤 타워를 가동해서 상황에 맞는 치료와 재활 예방사업을 전개하고, 동시에 그에 맞는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외로 마약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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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팀장] 일상 파고든 ‘마약’, 구하긴 쉽고 치유는 어렵고
    • 입력 2023-11-08 19:54:19
    • 수정2023-11-08 20: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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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와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조정아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을 가지고 오셨나요?

[기자]

네, 최근 배우 유아인 씨와 이선균 씨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줄줄이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죠.

이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마약 사건이 흔히 발생하면서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다"라는 말도 이미 옛말이 됐습니다.

오늘은 마약과 관련해 그동안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과 실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정말 하루가 멀다고 마약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만큼 마약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에서도 마약 관련 사건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죠?

[기자]

네,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마약 거래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2월, 대전에서도 30대 남성이 온라인으로 마약을 샀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얼음', '아이스'라는 단어를 검색해 마약을 구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단어들은 마약사범들 사이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데요.

바로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로 통용되고 있는 겁니다.

이 남성은 텔레그램 상에서 이 은어들을 사용해 마약 판매자를 찾았고요.

필로폰 0.65g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온라인으로 샀다면 마약도 다른 물건처럼 택배나 퀵 배달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 받을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일단 '비대면'으로 받은 건 맞는데요.

거래 방법이 여느 물건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입했는데 요즘 가장 성행하고 있는 수법이기도 합니다.

마약값을 입금하고 판매자가 미리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으면 그 장소에서 비대면으로 마약을 수령하는 방식입니다.

판매자 계좌로 마약값 50만 원을 입금한 뒤 판매자가 알려준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 우편함으로 직접 가서 필로폰이 담긴 비닐 팩을 수거했는데요.

얼마 못 가 관련 마약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에 꼬리가 잡혔고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 수강과 보호관찰 2년 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갈수록 유통되는 마약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방식 또한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약의 심각성,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대전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모두 천53명입니다.

전국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 6만 5천여 명 가운데 2%를 차지하는데요,

특히 이 가운데 재범을 저지른 마약 사범은 517명,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에 달합니다.

세종과 충남 역시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재범이 45%가량을 차지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마약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건데요.

수사를 확대하는 것 말고 마약 중독 치료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어떨까요?

[기자]

네, 마약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또래 친구들 모임에서 처음 접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마약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데요,

문제는 마약의 늪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 해도 제때, 손쉽게 재활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겁니다.

정부 지원으로 무료 치료를 해주는 치료보호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병원은 전국에 두 곳뿐이고요,

정부 지원도 충분치 않아서 이 마저도 중단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마약 치료비 지원도 8억 원뿐인데요.

환자 165명을 겨우 치료할 수 있는 액수고 전체 마약 투약 사범의 2% 수준입니다.

[앵커]

정부의 대응 속도가 마약사범 급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까요?

[기자]

이미 정부는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입니다.

검찰을 중심으로 서울과 광주, 부산 등의 검찰청에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렸고요.

수사팀마다 전담 검사와 수사관을 10명에서 15명까지 투입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약을 찾는 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마약 재범률을 낮춰서 수요를 차단하면 공급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약 치료 의료인의 수를 늘려야 하고요.

정부 차원의 마약 컨트롤 타워를 가동해서 상황에 맞는 치료와 재활 예방사업을 전개하고, 동시에 그에 맞는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외로 마약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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