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란 여성의 히잡, 정체성과 자유 사이에 서다

[앵커]

지난해 이란에서 히잡을 안 쓴 여대생이 의문사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히잡을 안 쓴 10대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진 뒤 숨졌습니다.

히잡이 무엇이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또 현재 이란 상황은 어떤지 알아봅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란에서 히잡 시위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답변]

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2022년에 마흐사 아미니라는 22세의 한 쿠르드계 이란 여성이 히잡단속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란 전역과 전세계적으로 몇 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530명 이상이 사망하고 22,000명 이상이 체포되었습니다.

이 시위는 1979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건설된 이래 가장 격렬하고, 오래 지속된 시위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히잡 시위는 이란 여성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한 반정부 시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히잡 착용이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건가요?

[답변]

원래 히잡은 정숙한 무슬림 남녀의 의복 및 태도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독 이란에서 히잡 관련 논쟁이 일어 난 것은 바로, 이란에서는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국적 그리고 신분에 상관없이 이란에 입국하는 13-4세 이상의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이란에서는 여성들이 신실한 무슬림 복장인 히잡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란에서 히잡의 선택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까지 히잡 착용은 개인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란 혁명 이전의 사진들을 보면, 여느 서구 사회의 여성들처럼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기도 하지요.

사진만 보면 당시의 유럽이나 미국 여성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1979년 왕정이 무너지고, 이란에서 이란 이슬람공화국으로 국호가 바뀌는 혁명이 일어나면서, 여성이라면, 히잡을 반드시 착용해야만 하는 법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서 히잡은 이슬람 공화국의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이자 상징적인 의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 내에서 히잡 의무 착용법은 늘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히잡은 무슬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신실하고 정숙한 무슬림 복장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보여지는 것입니다.

[앵커]

이란에서 이른바 종교 경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또, 다른 이슬람국가에도 이런 종교 경찰이 있나요?

[답변]

이란에서는 그들을 종교 경찰 혹은 도덕 경찰이라고 합니다.

주로 2인이 1조가 되어 공적인 장소에서 적절하지 못한 복장을 하거나, 이슬람 규범에 맞지 않은 행위를 하는 이들을 단속합니다.

종교 경찰 단속의 대상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 포함입니다.

이란에서 남성들은 반바지를 입지 못하고, 남성들 역시 적절하지 못한 옷을 입고 있다면 단속의 대상이 됩니다.

주로 히잡을 쓰지 않거나, 혹은 히잡 밖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나오거나, 둔부를 가리지 못하는 짧은 겉옷을 입는 다거나, 너무 원색의 튀는 옷을 입으면 종교 경찰에 걸리게 됩니다.

각 대학교 입구에는 복장 검사를 하는 요원들이 남성, 여성 출입구에서 대학생들의 의복을 점검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메니큐어를 바른 여성들도 걸릴 수 있습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도 엄격한 종교 경찰이 존재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개혁의 바람이 불면서, 여성들의 히잡 단속도 느슨해졌습니다.

또한 잘 아시다시피 지금 이슬람권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강도 높은 복장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은 흔히 신정 정치라고 불리지 않습니까?

이란의 정치체제는 어떻습니까?

[답변]

이란의 정치체제의 핵심은 바로 '이슬람법학자 통치 (Velayate Faqih)'체제입니다.

이란의 정치체제는 이슬람 법학자 통치론과 민주주의가 합쳐진 '이슬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으며, 이슬람 체제와 공화국 체제가 공존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 체제의 '최고 지도자'는 행정·군사·외교·혁명 및 종교 기관 그리고 예배를 관장하며 국가 기관을 통치합니다.

다시 말해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국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인 영역을 모두 통치하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건립한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뒤이어 1989년 6월에 임명되었고, 지금까지 최고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고 지도자는 전문가 회의에서 선정되며, 최고 지도자의 임기는 종신직입니다.

최고 지도자 체제와 동시에 공화국 체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직 역시 국가 수반으로 기능합니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중동 이슬람권에서 찾아 보기 힘든 선거제를 갖춘 민주주의 공화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란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됩니다.

종교와 정치가 함께하는 신정일치체제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사회정치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