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안 가”…지방도시에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입력 2023.11.20 (19:14) 수정 2023.11.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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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 남부 알프스 자락에는 인구 16만 명이 거주하는 산골도시가 있습니다.

그레노블이란 이 도시는 우리나라 지방 도시와 달리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190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단지의 경쟁력이 고스란히 도시의 활력으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이 이 도시를 찾고 또 떠나지 않는 비결, 윤경재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모나리자', 500년 넘게 보존된 비결은 뭘까.

계속된 연구 끝에, 지난달 이 그림의 물감 성분과 그림 층의 화학적 구성 요소가 세밀하게 밝혀졌습니다.

'명화의 레시피'를 규명해 효과적인 보존 방법을 제시했다는 학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연구를 성공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프랑스 남부 그레노블을 가로지르는 이제르강변, 둘레 844m 거대한 도넛 모양의 건물이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연구소' ESRF입니다.

도넛 모양 고리의 실체는 의료용 엑스레이보다 10조 배 더 밝은 방사선 빔을 만드는 설비입니다.

원자 단위의 입자를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게 비파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약과 신소재 개발, 전자와 에너지, 문화재 연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21개 회원국에서 연구소 운영비를 나눠 내고 원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나 이 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델핀 세네비어/ESRF 실험센터장 : "(세계 곳곳에서) 한해 7천 명의 연구자가 방문합니다. 우리 연구진은 그들을 맞이해 실험을 위해 논의하고 실험 과정과 자료 분석을 지원합니다. 외부 연구자들을 지원하면서 우리 자체의 연구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그레노블 외곽, 3년 전 탄생한 벤처기업입니다.

10개 국적 50여 명의 직원이 개발하고 있는 건 원전입니다.

기존 핵분열 방식이 아닌,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핵융합 발전기 제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유럽 대도시가 아닌 그레노블 산골에 자리 잡은 이유, ESRF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로부터 실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전문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시몽 벨카/'르네상스 퓨전' 부대표 : "연구 생태계가 있었습니다. 융합 분야에 매우 뛰어난 여러 연구소가 있고요. 우리 재료를 시험해볼 수 있는 자원, 우리의 모의시험을 도와줄 수 있는 뛰어난 대학과 학생들이 있고, 원자력위원회가 있죠. 그러니까 이 모든 경쟁력이 한 곳에 모여있었던 거죠."]

이렇게 그레노블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이 최근 10년 동안 500여 곳, 이들은 해마다 천여 개의 일자리와 700개의 특허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레노블의 대기업과 연구소들이 젊은 인재들이 도전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준 덕분입니다.

그레노블의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주요 기관의 성과는 도시의 활력으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습니다.

인구 16만 중소도시 그레노블에서 39살 이하 청년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60%에 달합니다.

40%를 채 넘지 못하는 창원과 차이가 큽니다.

산단이 만들어낸 첨단산업 일자리만 7만 2천 개.

여기에 행정당국의 주택 지원과 편리한 트램 교통, 대학에서 파생된 우수한 자녀 교육 여건이 비결입니다.

[크리스토프 페라리/그레노블 메트로폴 의장 : "우리의 역할은 이 지역을 활력 있게 유지하는 것이고, '자이언트 프로젝트' 진행을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주택 정책을 통해 재능있는 사람들을 맞이할 거주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젊은 연구자나 그 가족들을요. 그들의 자녀들이 다닐 학교가 쾌적하도록 발전시키고요."]

발달한 여가 문화도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알프스산맥과 이제르강이 감싸는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 스키와 캠핑, 하이킹 같은 산악 레저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데다, 차로 한두 시간이면 스위스·이탈리아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마르완/그레노블 비즈니스 스쿨 대학생/모로코 유학생 : "자주 스키를 탈 수 있는 행운이 있습니다. 다른 활동들도 있는데 모임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암벽 등반이나 축구, 농구, 테니스 등 거의 모든 스포츠팀이 있어요. 지루할 틈이 없죠."]

도전이 자유로운 산업 생태계와 도시 활력은 청년들을 끌어모았고, 젊은 인재들은 다시 기업을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 그레노블시의 기업은 10여 개의 글로벌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700여 곳, 올해 입주를 희망한 전 세계 기업은 150곳입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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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 안 가”…지방도시에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 입력 2023-11-20 19:14:14
    • 수정2023-11-20 20:19:10
    뉴스7(창원)
[앵커]

프랑스 남부 알프스 자락에는 인구 16만 명이 거주하는 산골도시가 있습니다.

그레노블이란 이 도시는 우리나라 지방 도시와 달리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190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단지의 경쟁력이 고스란히 도시의 활력으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이 이 도시를 찾고 또 떠나지 않는 비결, 윤경재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모나리자', 500년 넘게 보존된 비결은 뭘까.

계속된 연구 끝에, 지난달 이 그림의 물감 성분과 그림 층의 화학적 구성 요소가 세밀하게 밝혀졌습니다.

'명화의 레시피'를 규명해 효과적인 보존 방법을 제시했다는 학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연구를 성공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프랑스 남부 그레노블을 가로지르는 이제르강변, 둘레 844m 거대한 도넛 모양의 건물이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연구소' ESRF입니다.

도넛 모양 고리의 실체는 의료용 엑스레이보다 10조 배 더 밝은 방사선 빔을 만드는 설비입니다.

원자 단위의 입자를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게 비파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약과 신소재 개발, 전자와 에너지, 문화재 연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21개 회원국에서 연구소 운영비를 나눠 내고 원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나 이 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델핀 세네비어/ESRF 실험센터장 : "(세계 곳곳에서) 한해 7천 명의 연구자가 방문합니다. 우리 연구진은 그들을 맞이해 실험을 위해 논의하고 실험 과정과 자료 분석을 지원합니다. 외부 연구자들을 지원하면서 우리 자체의 연구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그레노블 외곽, 3년 전 탄생한 벤처기업입니다.

10개 국적 50여 명의 직원이 개발하고 있는 건 원전입니다.

기존 핵분열 방식이 아닌,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핵융합 발전기 제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유럽 대도시가 아닌 그레노블 산골에 자리 잡은 이유, ESRF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로부터 실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전문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시몽 벨카/'르네상스 퓨전' 부대표 : "연구 생태계가 있었습니다. 융합 분야에 매우 뛰어난 여러 연구소가 있고요. 우리 재료를 시험해볼 수 있는 자원, 우리의 모의시험을 도와줄 수 있는 뛰어난 대학과 학생들이 있고, 원자력위원회가 있죠. 그러니까 이 모든 경쟁력이 한 곳에 모여있었던 거죠."]

이렇게 그레노블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이 최근 10년 동안 500여 곳, 이들은 해마다 천여 개의 일자리와 700개의 특허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레노블의 대기업과 연구소들이 젊은 인재들이 도전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준 덕분입니다.

그레노블의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주요 기관의 성과는 도시의 활력으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습니다.

인구 16만 중소도시 그레노블에서 39살 이하 청년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60%에 달합니다.

40%를 채 넘지 못하는 창원과 차이가 큽니다.

산단이 만들어낸 첨단산업 일자리만 7만 2천 개.

여기에 행정당국의 주택 지원과 편리한 트램 교통, 대학에서 파생된 우수한 자녀 교육 여건이 비결입니다.

[크리스토프 페라리/그레노블 메트로폴 의장 : "우리의 역할은 이 지역을 활력 있게 유지하는 것이고, '자이언트 프로젝트' 진행을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주택 정책을 통해 재능있는 사람들을 맞이할 거주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젊은 연구자나 그 가족들을요. 그들의 자녀들이 다닐 학교가 쾌적하도록 발전시키고요."]

발달한 여가 문화도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알프스산맥과 이제르강이 감싸는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 스키와 캠핑, 하이킹 같은 산악 레저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데다, 차로 한두 시간이면 스위스·이탈리아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마르완/그레노블 비즈니스 스쿨 대학생/모로코 유학생 : "자주 스키를 탈 수 있는 행운이 있습니다. 다른 활동들도 있는데 모임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암벽 등반이나 축구, 농구, 테니스 등 거의 모든 스포츠팀이 있어요. 지루할 틈이 없죠."]

도전이 자유로운 산업 생태계와 도시 활력은 청년들을 끌어모았고, 젊은 인재들은 다시 기업을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 그레노블시의 기업은 10여 개의 글로벌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700여 곳, 올해 입주를 희망한 전 세계 기업은 150곳입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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