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말한다] ‘원전 활성화’ 방향 튼 일본…‘처리 시설’ 놓고 갈라진 민심

입력 2023.11.27 (12:30) 수정 2023.11.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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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원전을 추진하던 세계 각국이 다시 원전 활성화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대란 우려에다, 기존에 설정했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겁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탈원전 흐름의 단초를 제공했던 일본 역시 원전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 폐기물 보관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일본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박원기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일본 홋카이도 서부, 2천7백 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3년 전 마을 읍장 주도로 방사성 폐기물 최종처리시설, 즉 '고준위 방폐장' 유치에 뛰어들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쇠퇴하는 지역 경제를 정부 교부금이라도 받아 다시 일으켜보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여론이 점점 분열되면서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방폐장 선정 조사' 찬성 후보 : "교부금을 받아 다음 산업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면 되잖습니까?"]

['방폐장 선정 조사' 반대 후보 : "핵폐기물은 필요 없습니다. 교부금에 의존한 마을 만들기, 마을 예산 편성에 반대합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연료비 상승과 탈탄소 정책 추진으로 올해부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원전 가동이 활발해질수록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 폐기물은 더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데,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교부금을 내걸고 보관, 처리시설을 확충하려 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민심은 이미 갈라져 있습니다.

[사토 히데유키/홋카이도 기초의원 :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이 점점 낮아지고 약해지면, 그 약점을 노려 (정부가) 이렇게 '혐오 시설'을 떠넘기는 구조 아닌가 싶습니다."]

처리를 어떻게 할지는 계속 미뤄둔 채, 효율성만 부각하는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의 작은 마을들이 떠안고 가게 됐습니다.

홋카이도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웅/그래픽:최창준/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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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는 말한다] ‘원전 활성화’ 방향 튼 일본…‘처리 시설’ 놓고 갈라진 민심
    • 입력 2023-11-27 12:30:53
    • 수정2023-11-28 09:19:40
    뉴스 12
[앵커]

탈원전을 추진하던 세계 각국이 다시 원전 활성화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대란 우려에다, 기존에 설정했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겁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탈원전 흐름의 단초를 제공했던 일본 역시 원전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 폐기물 보관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일본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박원기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일본 홋카이도 서부, 2천7백 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3년 전 마을 읍장 주도로 방사성 폐기물 최종처리시설, 즉 '고준위 방폐장' 유치에 뛰어들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쇠퇴하는 지역 경제를 정부 교부금이라도 받아 다시 일으켜보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여론이 점점 분열되면서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방폐장 선정 조사' 찬성 후보 : "교부금을 받아 다음 산업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면 되잖습니까?"]

['방폐장 선정 조사' 반대 후보 : "핵폐기물은 필요 없습니다. 교부금에 의존한 마을 만들기, 마을 예산 편성에 반대합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연료비 상승과 탈탄소 정책 추진으로 올해부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원전 가동이 활발해질수록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 폐기물은 더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데,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교부금을 내걸고 보관, 처리시설을 확충하려 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민심은 이미 갈라져 있습니다.

[사토 히데유키/홋카이도 기초의원 :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이 점점 낮아지고 약해지면, 그 약점을 노려 (정부가) 이렇게 '혐오 시설'을 떠넘기는 구조 아닌가 싶습니다."]

처리를 어떻게 할지는 계속 미뤄둔 채, 효율성만 부각하는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의 작은 마을들이 떠안고 가게 됐습니다.

홋카이도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웅/그래픽:최창준/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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