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없는 공업도시…‘중국의 엔진’ 선전을 가다
입력 2023.11.27 (20:02)
수정 2023.11.2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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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는 창원처럼, 정부가 최대 공업단지로 키운 '선전'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돼 가파른 산업 성장을 일군 곳인데요.
그런 선전에 지금은 공장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전통 공업도시의 색을 지우고 디지털·스마트 산단으로 발돋움한 선전에 윤경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대 공업도시 선전!
공단지대의 중심이었던 공업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공업로에 공장이 없습니다.
한때 공장 굴뚝이 빼곡했던 이곳에 지금은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중국말로 이른바 창신 기업, 이 자리의 주인공은 이제 스마트·디지털 기업들입니다.
빌딩 숲 속 한 회사를 찾았습니다.
생긴 지 19년 된 이 회사는 직원 200여 명이 기업과 도시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한 해 매출 수백조 원대의 중국 디지털 공룡 기업들이 이 회사의 거래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이 회사에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맡기고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단으로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선전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오른 인건비와 기술력의 한계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해답은 '자동·디지털화'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빠른 성장을 일군 '속도의 선전'을 혁신의 '퀄리티 선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디지털·IT 기업들이 모여 디지털 산단을 구축했습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중국 제조업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방식에서 스마트 제조로 전환하는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혁신과 업그레이드는 중국 제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선전에서 비행기로 2시간, 항저우를 찾았습니다.
자동 잠금 장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공장 안에 사람이 없습니다.
금속 부품을 옮겨 자르고 붙여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로봇이 해냅니다.
선전의 디지털 기업 간웨이의 컨설팅을 받아 자동화를 이뤘습니다.
5년 전, 이들의 고민도 지금의 창원국가산단과 같았습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5년 전보다 제작 기간 70%, 생산 원가는 40% 줄였고, 108단계의 공정 라인을 16단계로 간소화했습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인건비는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반면 기계 설비는 사용할수록 비용이 저렴해집니다."]
외곽으로 물러나는 대신 선전의 디지털 기업들이 제공하는 자동화의 피를 수혈한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배터리 등을 위탁 생산하던 'BYD'는 제조 기반에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드론 부품을 단순 조립하던 'DJI'는 비행 안정성 핵심 기술을 접목해 세계 1위 드론 전문 기업이 됐습니다.
전통 제조업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시너지를 낸 겁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우리 디지털화 팀은 외부 대학과 협력해 일부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장비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더 스마트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지능형 공장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디지털 생태계는 공단과 함께 도시도 바꿨습니다.
도심에서 택시를 불러봤습니다.
휴대전화 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알아서 달리고 핸들도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기사는 안전 상황만 점검하는, 사실상 무인 택시입니다.
신용카드와 신분증도 필요 없습니다.
휴대전화 QR코드, 얼굴 인증으로 모든 소비와 건물 출입이 가능합니다.
도로와 공공시설의 혼잡도, 전력 사용량과 공기 질·수질, 가로등의 밝기 같은 모든 생활 정보가 스마트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시민들에게 실시간 공유됩니다.
이런 디지털 기반 일자리가 160만 개, 선전시 GDP의 30%를 차지합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도시 전체의 디지털 중앙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 기능은 모든 데이터를 시민과 관리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 30만 명에 불과하던 선전의 인구는 2000년대 들어 천만 명으로 늘었고, 이후 주춤하다 디지털 도시로 탈바꿈한 2020년을 전후해 천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공단의 디지털·스마트화는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편리한 정주 여건을 만들어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이들이 다시 공단 발전에 힘을 보태는 선순환을 이뤄낸 겁니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값싼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전형적인 중국의 공업도시였던 선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단과 디지털 산업 성장을 일궈내면서, 중국 경제를 앞장서 이끄는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중국에는 창원처럼, 정부가 최대 공업단지로 키운 '선전'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돼 가파른 산업 성장을 일군 곳인데요.
그런 선전에 지금은 공장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전통 공업도시의 색을 지우고 디지털·스마트 산단으로 발돋움한 선전에 윤경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대 공업도시 선전!
공단지대의 중심이었던 공업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공업로에 공장이 없습니다.
한때 공장 굴뚝이 빼곡했던 이곳에 지금은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중국말로 이른바 창신 기업, 이 자리의 주인공은 이제 스마트·디지털 기업들입니다.
빌딩 숲 속 한 회사를 찾았습니다.
생긴 지 19년 된 이 회사는 직원 200여 명이 기업과 도시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한 해 매출 수백조 원대의 중국 디지털 공룡 기업들이 이 회사의 거래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이 회사에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맡기고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단으로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선전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오른 인건비와 기술력의 한계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해답은 '자동·디지털화'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빠른 성장을 일군 '속도의 선전'을 혁신의 '퀄리티 선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디지털·IT 기업들이 모여 디지털 산단을 구축했습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중국 제조업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방식에서 스마트 제조로 전환하는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혁신과 업그레이드는 중국 제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선전에서 비행기로 2시간, 항저우를 찾았습니다.
자동 잠금 장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공장 안에 사람이 없습니다.
금속 부품을 옮겨 자르고 붙여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로봇이 해냅니다.
선전의 디지털 기업 간웨이의 컨설팅을 받아 자동화를 이뤘습니다.
5년 전, 이들의 고민도 지금의 창원국가산단과 같았습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5년 전보다 제작 기간 70%, 생산 원가는 40% 줄였고, 108단계의 공정 라인을 16단계로 간소화했습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인건비는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반면 기계 설비는 사용할수록 비용이 저렴해집니다."]
외곽으로 물러나는 대신 선전의 디지털 기업들이 제공하는 자동화의 피를 수혈한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배터리 등을 위탁 생산하던 'BYD'는 제조 기반에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드론 부품을 단순 조립하던 'DJI'는 비행 안정성 핵심 기술을 접목해 세계 1위 드론 전문 기업이 됐습니다.
전통 제조업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시너지를 낸 겁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우리 디지털화 팀은 외부 대학과 협력해 일부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장비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더 스마트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지능형 공장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디지털 생태계는 공단과 함께 도시도 바꿨습니다.
도심에서 택시를 불러봤습니다.
휴대전화 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알아서 달리고 핸들도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기사는 안전 상황만 점검하는, 사실상 무인 택시입니다.
신용카드와 신분증도 필요 없습니다.
휴대전화 QR코드, 얼굴 인증으로 모든 소비와 건물 출입이 가능합니다.
도로와 공공시설의 혼잡도, 전력 사용량과 공기 질·수질, 가로등의 밝기 같은 모든 생활 정보가 스마트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시민들에게 실시간 공유됩니다.
이런 디지털 기반 일자리가 160만 개, 선전시 GDP의 30%를 차지합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도시 전체의 디지털 중앙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 기능은 모든 데이터를 시민과 관리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 30만 명에 불과하던 선전의 인구는 2000년대 들어 천만 명으로 늘었고, 이후 주춤하다 디지털 도시로 탈바꿈한 2020년을 전후해 천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공단의 디지털·스마트화는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편리한 정주 여건을 만들어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이들이 다시 공단 발전에 힘을 보태는 선순환을 이뤄낸 겁니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값싼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전형적인 중국의 공업도시였던 선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단과 디지털 산업 성장을 일궈내면서, 중국 경제를 앞장서 이끄는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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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11-27 20:02:26
- 수정2023-11-27 20:44:33
[앵커]
중국에는 창원처럼, 정부가 최대 공업단지로 키운 '선전'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돼 가파른 산업 성장을 일군 곳인데요.
그런 선전에 지금은 공장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전통 공업도시의 색을 지우고 디지털·스마트 산단으로 발돋움한 선전에 윤경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대 공업도시 선전!
공단지대의 중심이었던 공업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공업로에 공장이 없습니다.
한때 공장 굴뚝이 빼곡했던 이곳에 지금은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중국말로 이른바 창신 기업, 이 자리의 주인공은 이제 스마트·디지털 기업들입니다.
빌딩 숲 속 한 회사를 찾았습니다.
생긴 지 19년 된 이 회사는 직원 200여 명이 기업과 도시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한 해 매출 수백조 원대의 중국 디지털 공룡 기업들이 이 회사의 거래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이 회사에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맡기고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단으로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선전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오른 인건비와 기술력의 한계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해답은 '자동·디지털화'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빠른 성장을 일군 '속도의 선전'을 혁신의 '퀄리티 선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디지털·IT 기업들이 모여 디지털 산단을 구축했습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중국 제조업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방식에서 스마트 제조로 전환하는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혁신과 업그레이드는 중국 제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선전에서 비행기로 2시간, 항저우를 찾았습니다.
자동 잠금 장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공장 안에 사람이 없습니다.
금속 부품을 옮겨 자르고 붙여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로봇이 해냅니다.
선전의 디지털 기업 간웨이의 컨설팅을 받아 자동화를 이뤘습니다.
5년 전, 이들의 고민도 지금의 창원국가산단과 같았습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5년 전보다 제작 기간 70%, 생산 원가는 40% 줄였고, 108단계의 공정 라인을 16단계로 간소화했습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인건비는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반면 기계 설비는 사용할수록 비용이 저렴해집니다."]
외곽으로 물러나는 대신 선전의 디지털 기업들이 제공하는 자동화의 피를 수혈한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배터리 등을 위탁 생산하던 'BYD'는 제조 기반에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드론 부품을 단순 조립하던 'DJI'는 비행 안정성 핵심 기술을 접목해 세계 1위 드론 전문 기업이 됐습니다.
전통 제조업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시너지를 낸 겁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우리 디지털화 팀은 외부 대학과 협력해 일부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장비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더 스마트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지능형 공장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디지털 생태계는 공단과 함께 도시도 바꿨습니다.
도심에서 택시를 불러봤습니다.
휴대전화 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알아서 달리고 핸들도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기사는 안전 상황만 점검하는, 사실상 무인 택시입니다.
신용카드와 신분증도 필요 없습니다.
휴대전화 QR코드, 얼굴 인증으로 모든 소비와 건물 출입이 가능합니다.
도로와 공공시설의 혼잡도, 전력 사용량과 공기 질·수질, 가로등의 밝기 같은 모든 생활 정보가 스마트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시민들에게 실시간 공유됩니다.
이런 디지털 기반 일자리가 160만 개, 선전시 GDP의 30%를 차지합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도시 전체의 디지털 중앙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 기능은 모든 데이터를 시민과 관리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 30만 명에 불과하던 선전의 인구는 2000년대 들어 천만 명으로 늘었고, 이후 주춤하다 디지털 도시로 탈바꿈한 2020년을 전후해 천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공단의 디지털·스마트화는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편리한 정주 여건을 만들어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이들이 다시 공단 발전에 힘을 보태는 선순환을 이뤄낸 겁니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값싼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전형적인 중국의 공업도시였던 선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단과 디지털 산업 성장을 일궈내면서, 중국 경제를 앞장서 이끄는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중국에는 창원처럼, 정부가 최대 공업단지로 키운 '선전'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돼 가파른 산업 성장을 일군 곳인데요.
그런 선전에 지금은 공장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전통 공업도시의 색을 지우고 디지털·스마트 산단으로 발돋움한 선전에 윤경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대 공업도시 선전!
공단지대의 중심이었던 공업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공업로에 공장이 없습니다.
한때 공장 굴뚝이 빼곡했던 이곳에 지금은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중국말로 이른바 창신 기업, 이 자리의 주인공은 이제 스마트·디지털 기업들입니다.
빌딩 숲 속 한 회사를 찾았습니다.
생긴 지 19년 된 이 회사는 직원 200여 명이 기업과 도시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한 해 매출 수백조 원대의 중국 디지털 공룡 기업들이 이 회사의 거래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이 회사에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맡기고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최초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단으로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선전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오른 인건비와 기술력의 한계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해답은 '자동·디지털화'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빠른 성장을 일군 '속도의 선전'을 혁신의 '퀄리티 선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디지털·IT 기업들이 모여 디지털 산단을 구축했습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중국 제조업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방식에서 스마트 제조로 전환하는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혁신과 업그레이드는 중국 제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선전에서 비행기로 2시간, 항저우를 찾았습니다.
자동 잠금 장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공장 안에 사람이 없습니다.
금속 부품을 옮겨 자르고 붙여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로봇이 해냅니다.
선전의 디지털 기업 간웨이의 컨설팅을 받아 자동화를 이뤘습니다.
5년 전, 이들의 고민도 지금의 창원국가산단과 같았습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5년 전보다 제작 기간 70%, 생산 원가는 40% 줄였고, 108단계의 공정 라인을 16단계로 간소화했습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인건비는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반면 기계 설비는 사용할수록 비용이 저렴해집니다."]
외곽으로 물러나는 대신 선전의 디지털 기업들이 제공하는 자동화의 피를 수혈한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배터리 등을 위탁 생산하던 'BYD'는 제조 기반에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드론 부품을 단순 조립하던 'DJI'는 비행 안정성 핵심 기술을 접목해 세계 1위 드론 전문 기업이 됐습니다.
전통 제조업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시너지를 낸 겁니다.
[왕즈창/왕리그룹 대외연락부장 : "우리 디지털화 팀은 외부 대학과 협력해 일부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장비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더 스마트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현재의 지능형 공장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디지털 생태계는 공단과 함께 도시도 바꿨습니다.
도심에서 택시를 불러봤습니다.
휴대전화 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알아서 달리고 핸들도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기사는 안전 상황만 점검하는, 사실상 무인 택시입니다.
신용카드와 신분증도 필요 없습니다.
휴대전화 QR코드, 얼굴 인증으로 모든 소비와 건물 출입이 가능합니다.
도로와 공공시설의 혼잡도, 전력 사용량과 공기 질·수질, 가로등의 밝기 같은 모든 생활 정보가 스마트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시민들에게 실시간 공유됩니다.
이런 디지털 기반 일자리가 160만 개, 선전시 GDP의 30%를 차지합니다.
[장후이쥔/간웨이 총괄책임 : "도시 전체의 디지털 중앙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 기능은 모든 데이터를 시민과 관리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 30만 명에 불과하던 선전의 인구는 2000년대 들어 천만 명으로 늘었고, 이후 주춤하다 디지털 도시로 탈바꿈한 2020년을 전후해 천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공단의 디지털·스마트화는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편리한 정주 여건을 만들어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이들이 다시 공단 발전에 힘을 보태는 선순환을 이뤄낸 겁니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값싼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전형적인 중국의 공업도시였던 선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단과 디지털 산업 성장을 일궈내면서, 중국 경제를 앞장서 이끄는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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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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