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주거 빈곤]④ “집다운 집에서”…아동 주거권 첫발 뗐지만

입력 2023.12.08 (21:49) 수정 2023.12.0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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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 주거 빈곤 문제를 짚어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집을 고쳐주고 있습니다.

2년 전 제정한 아동 주거권 보장 조례에 따른 건데요,

하지만 모든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살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초등학생 등 다섯 식구가 사용하는 욕실입니다.

고장 난 보일러까지 공간을 차지해 비좁은 데다, 천장과 벽면, 바닥 등 곳곳이 낡았습니다.

무엇보다 욕실 안에 양변기가 없어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합니다.

["제일 불편한 게 화장실. 밤에 이제 배 아프면 우리가 없으면 가지를 못하니까 무서워서…."]

욕실에 변기를 설치하는 등 올해 환경 개선 공사를 하는 부산의 아동 주거 빈곤 가구는 26곳.

장판과 도배를 새로 하고 침대와 책상도 들여놓습니다.

방 형태를 바꿔 아이에게 독립된 공간을 주는 가구도 있습니다.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해 만든 부산시 조례에 따른 첫 사업입니다.

2021년 1월 제정한 조례를 보면, 아동 주거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 공급이나 집 수리, 주거비 지원 사업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김영기/부산시 주택정책과장 : "주거를 상향하는 방법, 그리고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 그리고 제도를 정비하는 그런 세 가지 측면에서 현재 최고 빨리 할 수 있는 게 환경 개선 분야가 아니겠냐…."]

주거 개선이 아동에 미치는 효과는 연구 결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주거 환경을 개선한 아동 가구 65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이의 학습 공간과 수면 형태, 식생활 모두 좋아져 가족 행복감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꿈을 찾고 가족 관계가 좋아지고, 그리고 얼굴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봐요. 그걸 보면 우리 생각보다 집이 굉장히 중요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이 인간한테 특히 어린 아동들한테 얼마만큼 부정적이었는가…."]

문제는 이제 첫발을 뗀 아동 주거권 보장 정책을 계속 확대해 나갈 수 있느냐입니다.

부산시가 올해 아동 주거 개선에 들인 예산은 2억 9천만 원으로, 가구당 평균 천만 원 정도입니다.

최소 2만 2천여 곳으로 추정하는 부산의 아동 주거 빈곤 가구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동 주거권 보장은 주거 복지에 쓰는 예산인 국민주택사업 특별회계로 충당하는데, 이 돈으로 공공 임대 주택 건설과 관리 예산까지 편성하는 등 벌여야 할 사업이 많습니다.

다른 주거 복지 정책에 밀리면 해마다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영기/부산시 주택정책과장 : "아동 주거 빈곤 사업은 100% 시비로 현재 시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시의 재정이라든지, 그런 부분도 같이 검토돼야 하고, 정해진 예산으로 국비나 시비 매칭(공동 출자) 사업, 아니면 먼저 추진해야 할 우선 사업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산시가 2026년까지 주거 등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할 정책 방향과 전략을 담은 복지 기본계획에서도 아동 주거권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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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주거 빈곤]④ “집다운 집에서”…아동 주거권 첫발 뗐지만
    • 입력 2023-12-08 21:49:14
    • 수정2023-12-08 22:07:34
    뉴스9(부산)
[앵커]

아동 주거 빈곤 문제를 짚어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집을 고쳐주고 있습니다.

2년 전 제정한 아동 주거권 보장 조례에 따른 건데요,

하지만 모든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살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초등학생 등 다섯 식구가 사용하는 욕실입니다.

고장 난 보일러까지 공간을 차지해 비좁은 데다, 천장과 벽면, 바닥 등 곳곳이 낡았습니다.

무엇보다 욕실 안에 양변기가 없어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합니다.

["제일 불편한 게 화장실. 밤에 이제 배 아프면 우리가 없으면 가지를 못하니까 무서워서…."]

욕실에 변기를 설치하는 등 올해 환경 개선 공사를 하는 부산의 아동 주거 빈곤 가구는 26곳.

장판과 도배를 새로 하고 침대와 책상도 들여놓습니다.

방 형태를 바꿔 아이에게 독립된 공간을 주는 가구도 있습니다.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해 만든 부산시 조례에 따른 첫 사업입니다.

2021년 1월 제정한 조례를 보면, 아동 주거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 공급이나 집 수리, 주거비 지원 사업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김영기/부산시 주택정책과장 : "주거를 상향하는 방법, 그리고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 그리고 제도를 정비하는 그런 세 가지 측면에서 현재 최고 빨리 할 수 있는 게 환경 개선 분야가 아니겠냐…."]

주거 개선이 아동에 미치는 효과는 연구 결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주거 환경을 개선한 아동 가구 65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이의 학습 공간과 수면 형태, 식생활 모두 좋아져 가족 행복감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꿈을 찾고 가족 관계가 좋아지고, 그리고 얼굴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봐요. 그걸 보면 우리 생각보다 집이 굉장히 중요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이 인간한테 특히 어린 아동들한테 얼마만큼 부정적이었는가…."]

문제는 이제 첫발을 뗀 아동 주거권 보장 정책을 계속 확대해 나갈 수 있느냐입니다.

부산시가 올해 아동 주거 개선에 들인 예산은 2억 9천만 원으로, 가구당 평균 천만 원 정도입니다.

최소 2만 2천여 곳으로 추정하는 부산의 아동 주거 빈곤 가구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동 주거권 보장은 주거 복지에 쓰는 예산인 국민주택사업 특별회계로 충당하는데, 이 돈으로 공공 임대 주택 건설과 관리 예산까지 편성하는 등 벌여야 할 사업이 많습니다.

다른 주거 복지 정책에 밀리면 해마다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영기/부산시 주택정책과장 : "아동 주거 빈곤 사업은 100% 시비로 현재 시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시의 재정이라든지, 그런 부분도 같이 검토돼야 하고, 정해진 예산으로 국비나 시비 매칭(공동 출자) 사업, 아니면 먼저 추진해야 할 우선 사업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산시가 2026년까지 주거 등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할 정책 방향과 전략을 담은 복지 기본계획에서도 아동 주거권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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