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주거 빈곤]② 첫 실태 확인…“좁고 낡은 시설에 주거 불안”

입력 2023.12.06 (19:41) 수정 2023.12.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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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 주거 빈곤 문제를 짚어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부산지역 첫 실태조사에서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주거 면적은 물론 욕실 등 생활 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 구체적으로 확인됐는데요,

월세로 사는 비중이 높아 주거 불안도 컸습니다.

보도에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섯 식구가 사는 단독 주택입니다.

좁은 거실에 각종 가전제품과 옷걸이가 놓여 있고, 선반에 물건이 잔뜩 쌓였습니다.

끼니때는 식구들이 상을 펴고 둘러앉아 식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정리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돼요. 이건 방법이 없어요. 두 명이 살면 상관이 없는데…."]

수납장이 없어 가재도구를 바닥에 쌓아둔 주방, 바로 옆은 10대 형제 3명이 쓰는 방입니다.

책상은 하나뿐이고, 책을 놓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비좁습니다.

["책꽂이 같은 게 몇 개만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책상도 하나만 더 있었으면…."]

부산시가 18살 미만 아동이 사는 4천 가구를 대상으로 첫 주거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법으로 정한 최저 기준에 못 미치는 주거 빈곤 아동 가구 천3백 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은 54㎡ 정도로, 일반 아동 가구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습니다.

주거 면적이 40㎡ 이하로 일반 아동 가구 평균의 절반 정도인 빈곤 가구도 34%에 달했습니다.

집이 좁다 보니,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절반 이상은 사용하는 방이 2개라고 답했고, 44%가량은 아이에게 따로 방을 주지 못했습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냥 공간이 좁다 할 정도로만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아동의 관점에서 이것이 아동의 생활을 어떻게 제약하는지, 아동의 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지은 지 50년 된 이 낡은 주택에도 아이들이 삽니다.

난방이 안 돼 전기 장판으로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온수만 되고 난방은 안 되죠. (집이 좀 오래돼서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집이 오래되고 보수를 안 해놓으니까…."]

실태조사를 벌인 아동 주거 빈곤 가구 중 7.5%는 난방시설이 고장 났거나 아예 없었습니다.

화장실 쓰기도 불편합니다.

집 앞마당까지 나와야 하고,

["다른 집에 가면 저기 화장실이 다 집 안에 있는데 우리는 왜 밖에 있냐고 투덜투덜 대더라고요."]

욕실도 낡아 제대로 씻지 못합니다.

["(세수만 간단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추워서….) 겨울에는 샤워는 못 하죠. 추워서."]

최저 주거 기준에는 목욕 시설도 있어야 하지만,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되죠. (집을 조금 수리하려고 해도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실태조사에서는 아직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화장실과 욕실이 아예 없는 아동 주거 빈곤 가구도 확인됐습니다.

[윤성호/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정부가) 기초생활을 보장할 때 생계, 의료, 교육 그리고 주거거든요. 근데 이 주거라는 틀이 이렇게 기본이 되지 못하면 생계라든지, 의료라든지, 교육이 다 그냥 허물어져 버리죠."]

집이 비좁고 낡아 아이가 자라기에 열악한 환경인 데다, 조사한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65%는 주거 안정성이 낮은 '월세'로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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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주거 빈곤]② 첫 실태 확인…“좁고 낡은 시설에 주거 불안”
    • 입력 2023-12-06 19:41:22
    • 수정2023-12-07 16:26:10
    뉴스7(부산)
[앵커]

아동 주거 빈곤 문제를 짚어보는 KBS의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부산지역 첫 실태조사에서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주거 면적은 물론 욕실 등 생활 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 구체적으로 확인됐는데요,

월세로 사는 비중이 높아 주거 불안도 컸습니다.

보도에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섯 식구가 사는 단독 주택입니다.

좁은 거실에 각종 가전제품과 옷걸이가 놓여 있고, 선반에 물건이 잔뜩 쌓였습니다.

끼니때는 식구들이 상을 펴고 둘러앉아 식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정리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돼요. 이건 방법이 없어요. 두 명이 살면 상관이 없는데…."]

수납장이 없어 가재도구를 바닥에 쌓아둔 주방, 바로 옆은 10대 형제 3명이 쓰는 방입니다.

책상은 하나뿐이고, 책을 놓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비좁습니다.

["책꽂이 같은 게 몇 개만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책상도 하나만 더 있었으면…."]

부산시가 18살 미만 아동이 사는 4천 가구를 대상으로 첫 주거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법으로 정한 최저 기준에 못 미치는 주거 빈곤 아동 가구 천3백 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은 54㎡ 정도로, 일반 아동 가구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습니다.

주거 면적이 40㎡ 이하로 일반 아동 가구 평균의 절반 정도인 빈곤 가구도 34%에 달했습니다.

집이 좁다 보니,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절반 이상은 사용하는 방이 2개라고 답했고, 44%가량은 아이에게 따로 방을 주지 못했습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냥 공간이 좁다 할 정도로만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아동의 관점에서 이것이 아동의 생활을 어떻게 제약하는지, 아동의 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지은 지 50년 된 이 낡은 주택에도 아이들이 삽니다.

난방이 안 돼 전기 장판으로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온수만 되고 난방은 안 되죠. (집이 좀 오래돼서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집이 오래되고 보수를 안 해놓으니까…."]

실태조사를 벌인 아동 주거 빈곤 가구 중 7.5%는 난방시설이 고장 났거나 아예 없었습니다.

화장실 쓰기도 불편합니다.

집 앞마당까지 나와야 하고,

["다른 집에 가면 저기 화장실이 다 집 안에 있는데 우리는 왜 밖에 있냐고 투덜투덜 대더라고요."]

욕실도 낡아 제대로 씻지 못합니다.

["(세수만 간단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추워서….) 겨울에는 샤워는 못 하죠. 추워서."]

최저 주거 기준에는 목욕 시설도 있어야 하지만,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되죠. (집을 조금 수리하려고 해도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실태조사에서는 아직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화장실과 욕실이 아예 없는 아동 주거 빈곤 가구도 확인됐습니다.

[윤성호/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정부가) 기초생활을 보장할 때 생계, 의료, 교육 그리고 주거거든요. 근데 이 주거라는 틀이 이렇게 기본이 되지 못하면 생계라든지, 의료라든지, 교육이 다 그냥 허물어져 버리죠."]

집이 비좁고 낡아 아이가 자라기에 열악한 환경인 데다, 조사한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65%는 주거 안정성이 낮은 '월세'로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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