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대한민국은 주적”…기만 전술 심리전

입력 2024.01.13 (07:57) 수정 2024.01.1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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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사형을 규정한 죄목을 계속 늘리고 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인권백서 2023’에 나온 내용인데, 형법에서 사형을 규정한 죄목이 8개에서 11개로 확대됐다는 겁니다.

형법과 별개로 최근 2,3년 새 비상방역법, 마약범죄 방지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 보호법 등 특별법이 새로 제정됐는데, 최고형이 사형이라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실제 북한 당국이 방역조치를 어겼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공개 처형했다는 증언도 수집됐습니다.

여성 지위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가부장제 의식이 약화되고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하네요.

1월 둘째 주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남북을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주적이라며, 기회가 온다면 완전히 초토화해 버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구태의연한 전술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김 위원장의 폭탄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연속 포사격 도발을 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포사격이 아니라 포성만 낸 것이라며, 변칙적인 기만전술까지 폈는데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근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차량 앞에 서 있는 김정은 위원장.

벽에는 “침략자 미제와 대한민국 것들을 쓸어버리겠다”는 구호판이 걸려 있습니다.

군수공장을 둘러보던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지칭하며,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0일 :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시면서,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든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지칭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만 해도, 김 위원장은“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 아니”라고 명백히 밝힌 바 있습니다.

남북 간 대결 구도를 더욱 명확히 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북한 내부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그런 측면이 하나 있을 거고, 우리 쪽을 향해서 북한도 충분히 싸울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굳이 피하지도 않겠다.그런 측면이 굉장히 강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사흘 간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해안포 사격훈련도 실시했습니다.

포탄은 모두 9.19 군사합의가 해상 사격을 금지했던 NLL 이북 완충구역에 떨어졌습니다.

[이성준/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1월 7일 : "적이 NLL 이남으로 도발을 해온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원칙에 따라 압도적이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입니다."]

대남 심리전도 이어졌습니다.

언 땅을 파더니, 폭약을 설치하는 북한 군인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6일엔 포 사격을 한 게 아니라 이 발파용 폭약을 터트린 것이라며, 우리 군이 이를 포성으로 오판했다고 깎아내렸습니다.

[조선중앙TV/1월 7일 : "우리 군대는 해당 수역에 단 한 발의 포탄도 날려보내지 않았다.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은 우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받아 물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포탄 60여 발을 쐈고 사격 전후 10여 차례 폭약을 터트렸다며, 저급한 심리전으로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라고 거듭 반박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솔직히 말씀드리면 철없는 한 공주의 군사놀이 같은거죠. 국가 안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그런 상황에서 그냥 하나의 불장난 식의 그런 군사 놀이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려 우리 영토와 국민을 상대로 직접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철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육상에서 기존에 있었던 우발적인 오발 사고라든지 이런 것들을 시작으로 하는 남북한 상호 간의 총격전 가능성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고요. 서해 NLL을 둘러싼 양쪽 사이의 무력 충돌 이런 것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사이버 공격 부분입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우리 군도 9.19 남북 군사 합의로 설정한 완충구역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리 군은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완충구역에서 함정 및 육상 부대 기동, 포병사격 등 훈련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장철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지난 1월 5일에 북한이 해안포 발사했을 때 연평도 하고 백령도에 있는 우리 군사 전력들이 북한이 200발 쐈는데 우리는 400발 쐈거든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북한이 직접적으로 우리한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그런 군사적인 도발을 못 하도록 억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가급적이면 확전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그런 조치를 강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앵커]

“민족, 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 삭제됐다”.

북한이 포사격 도발을 감행한 직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도 이 연설 문헌을 깊게 학습하도록 주문하고 있는데요.

북한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우리나라를 적대국,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2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상황으로 되돌아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2022년 2월, 러시아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기만 해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장의 흐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러시아가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워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자,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차량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선 겁니다.

병사들의 경고 사격에도 격렬한 저항이 이어지자, 러시아군 지휘부는 민간인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마을을 포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 러시아 병사들은 민간인에겐 포격할 수 없다며, 사실상의 항명을 선언했습니다.

2022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러시아군 내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도 당시 상황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2000년이 되니까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집권합니다. 집권 연설 당시에 강력한 러시아를 재건하겠다 하고 연설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하나의 민족 하나의 나라였다. 연설을 할 당시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거나 혹은 그때 태어난 러시아인들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전 초기에 들어갔던 20대 주력들입니다. 오롯이 (우크라이나는) 동포라고 배우고 들어갔던 그런 세대라는 거죠."]

우크라이나는 같은 민족이라고 교육받은 20대 병사들은, 나치화된 우크라이나 지도부만 격퇴하면 군사 작전이 곧 종료될 것으로 믿었던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여겼던 병사들은 예상치 못한 저항에 크게 당황했고, 주민들에게 총을 쏘라는 명령도 거부했습니다.

탈영과 명령 불복종이 이어지자, 러시아군 지휘부는 20대 병사들을 후방으로 빼고, 우크라이나를 다른 민족이라고 교육받은 30~40대를 최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결국 러시아 국방부가 급하게 수정한 것이 같은 동포라고 교육받지 않은 세대를 전선에 투입해야 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제안서에 따라서 러시아에서 35살 이상 45살 미만 예비군 동원령이 하달이 되고요. 이러한 현상이 북한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죠."]

위기의식을 느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한 새 역사교과서를 개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체가 나치화됐다며 타도 대상으로 교육했습니다.

북한의 변화도 바로 이즈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 김여정 부부장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가 남측으로부터 유입됐다며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표현했고.

[김여정/북한 노동당 부부장/2022년 8월 :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며 혁명투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근본 요인은 계급의식입니다."]

지난해 1월 1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해 7월 김여정 부부장이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한 이후 북측 공식석상에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해군절 기념 연설/2023년 8월 :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결국, 북한이 민족 개념을 포기하고, 적대적 교전국가로 남북 관계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교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고, 같은 민족이라는 굴레를 벗겨 남한을 향한 공격 위협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북한도 늘 남한 당국자들과 주민들을 갈라 봐야 된다는 식의 논리를 항상 내포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서 그런 교육이 상당한 발목을 잡는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충격을 받은 나머지 결국 자기들이 진행하던 이런 교육 방식을 바꿔야겠다 판단을 한 겁니다.. 상대를 동포가 아닌 남으로 더 나아가서는 적으로 이렇게 인식을 시켜서 좀 더 그들의 대적 교육에 더 강한 뉘앙스를 놓겠다..."]

같은 민족을 주적으로 전환한 북한, 이에 맞서 대북 포위망을 더욱 강화하려는 한국. 강 대 강 대결 속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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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대한민국은 주적”…기만 전술 심리전
    • 입력 2024-01-13 07:57:06
    • 수정2024-01-13 08: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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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사형을 규정한 죄목을 계속 늘리고 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인권백서 2023’에 나온 내용인데, 형법에서 사형을 규정한 죄목이 8개에서 11개로 확대됐다는 겁니다.

형법과 별개로 최근 2,3년 새 비상방역법, 마약범죄 방지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 보호법 등 특별법이 새로 제정됐는데, 최고형이 사형이라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실제 북한 당국이 방역조치를 어겼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공개 처형했다는 증언도 수집됐습니다.

여성 지위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가부장제 의식이 약화되고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하네요.

1월 둘째 주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남북을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주적이라며, 기회가 온다면 완전히 초토화해 버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구태의연한 전술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김 위원장의 폭탄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연속 포사격 도발을 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포사격이 아니라 포성만 낸 것이라며, 변칙적인 기만전술까지 폈는데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근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차량 앞에 서 있는 김정은 위원장.

벽에는 “침략자 미제와 대한민국 것들을 쓸어버리겠다”는 구호판이 걸려 있습니다.

군수공장을 둘러보던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지칭하며,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0일 :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시면서,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든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지칭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만 해도, 김 위원장은“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 아니”라고 명백히 밝힌 바 있습니다.

남북 간 대결 구도를 더욱 명확히 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북한 내부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그런 측면이 하나 있을 거고, 우리 쪽을 향해서 북한도 충분히 싸울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굳이 피하지도 않겠다.그런 측면이 굉장히 강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사흘 간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해안포 사격훈련도 실시했습니다.

포탄은 모두 9.19 군사합의가 해상 사격을 금지했던 NLL 이북 완충구역에 떨어졌습니다.

[이성준/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1월 7일 : "적이 NLL 이남으로 도발을 해온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원칙에 따라 압도적이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입니다."]

대남 심리전도 이어졌습니다.

언 땅을 파더니, 폭약을 설치하는 북한 군인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6일엔 포 사격을 한 게 아니라 이 발파용 폭약을 터트린 것이라며, 우리 군이 이를 포성으로 오판했다고 깎아내렸습니다.

[조선중앙TV/1월 7일 : "우리 군대는 해당 수역에 단 한 발의 포탄도 날려보내지 않았다.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은 우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받아 물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포탄 60여 발을 쐈고 사격 전후 10여 차례 폭약을 터트렸다며, 저급한 심리전으로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라고 거듭 반박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솔직히 말씀드리면 철없는 한 공주의 군사놀이 같은거죠. 국가 안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그런 상황에서 그냥 하나의 불장난 식의 그런 군사 놀이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려 우리 영토와 국민을 상대로 직접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철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육상에서 기존에 있었던 우발적인 오발 사고라든지 이런 것들을 시작으로 하는 남북한 상호 간의 총격전 가능성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고요. 서해 NLL을 둘러싼 양쪽 사이의 무력 충돌 이런 것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사이버 공격 부분입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우리 군도 9.19 남북 군사 합의로 설정한 완충구역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리 군은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완충구역에서 함정 및 육상 부대 기동, 포병사격 등 훈련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장철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지난 1월 5일에 북한이 해안포 발사했을 때 연평도 하고 백령도에 있는 우리 군사 전력들이 북한이 200발 쐈는데 우리는 400발 쐈거든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북한이 직접적으로 우리한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그런 군사적인 도발을 못 하도록 억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가급적이면 확전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그런 조치를 강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앵커]

“민족, 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 삭제됐다”.

북한이 포사격 도발을 감행한 직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도 이 연설 문헌을 깊게 학습하도록 주문하고 있는데요.

북한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우리나라를 적대국,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2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상황으로 되돌아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2022년 2월, 러시아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기만 해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장의 흐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러시아가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워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자,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차량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선 겁니다.

병사들의 경고 사격에도 격렬한 저항이 이어지자, 러시아군 지휘부는 민간인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마을을 포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 러시아 병사들은 민간인에겐 포격할 수 없다며, 사실상의 항명을 선언했습니다.

2022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러시아군 내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도 당시 상황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2000년이 되니까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집권합니다. 집권 연설 당시에 강력한 러시아를 재건하겠다 하고 연설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하나의 민족 하나의 나라였다. 연설을 할 당시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거나 혹은 그때 태어난 러시아인들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전 초기에 들어갔던 20대 주력들입니다. 오롯이 (우크라이나는) 동포라고 배우고 들어갔던 그런 세대라는 거죠."]

우크라이나는 같은 민족이라고 교육받은 20대 병사들은, 나치화된 우크라이나 지도부만 격퇴하면 군사 작전이 곧 종료될 것으로 믿었던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여겼던 병사들은 예상치 못한 저항에 크게 당황했고, 주민들에게 총을 쏘라는 명령도 거부했습니다.

탈영과 명령 불복종이 이어지자, 러시아군 지휘부는 20대 병사들을 후방으로 빼고, 우크라이나를 다른 민족이라고 교육받은 30~40대를 최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결국 러시아 국방부가 급하게 수정한 것이 같은 동포라고 교육받지 않은 세대를 전선에 투입해야 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제안서에 따라서 러시아에서 35살 이상 45살 미만 예비군 동원령이 하달이 되고요. 이러한 현상이 북한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죠."]

위기의식을 느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한 새 역사교과서를 개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체가 나치화됐다며 타도 대상으로 교육했습니다.

북한의 변화도 바로 이즈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 김여정 부부장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가 남측으로부터 유입됐다며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표현했고.

[김여정/북한 노동당 부부장/2022년 8월 :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며 혁명투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근본 요인은 계급의식입니다."]

지난해 1월 1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해 7월 김여정 부부장이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한 이후 북측 공식석상에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해군절 기념 연설/2023년 8월 :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결국, 북한이 민족 개념을 포기하고, 적대적 교전국가로 남북 관계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교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고, 같은 민족이라는 굴레를 벗겨 남한을 향한 공격 위협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북한도 늘 남한 당국자들과 주민들을 갈라 봐야 된다는 식의 논리를 항상 내포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서 그런 교육이 상당한 발목을 잡는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충격을 받은 나머지 결국 자기들이 진행하던 이런 교육 방식을 바꿔야겠다 판단을 한 겁니다.. 상대를 동포가 아닌 남으로 더 나아가서는 적으로 이렇게 인식을 시켜서 좀 더 그들의 대적 교육에 더 강한 뉘앙스를 놓겠다..."]

같은 민족을 주적으로 전환한 북한, 이에 맞서 대북 포위망을 더욱 강화하려는 한국. 강 대 강 대결 속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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