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만나자”…20만 명 울린 ‘감동 스토리’

입력 2024.01.23 (10:13) 수정 2024.01.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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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영상을 딱 1개만 올렸는데 이른바 '대박'이 터졌습니다. 지난 7일 '20년 전 약속.. 다들 기억할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8분 36초짜리 영상인데요. 벌써 조회 수가 21만을 기록하고 댓글 수도 600개를 넘겼습니다. 도대체 무슨 영상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요.

■"2024년 1월 1일 오후 1시 영암초 운동장에서 만납시다"……. 20년 전의 약속

영상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하나, 둘 모이며 시작합니다. 오랜만의 만남이 반가운 듯 얼싸안는 동창생들... 그리고 누군가 나타나자 모두 환호성을 지릅니다. 바로 초등학교 6 학년 때 담임이었던 '이장규 선생님'입니다. "20년 뒤 만나자"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겁니다.

사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선생님은 92년 교단에 선 후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과 해마다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제작했는데요. 2004년 졸업생들에게 <어깨동무>를 통해 "2024년 1월 1일 오후 1시 영암초 운동장에서 만납시다"고 약속합니다.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나 역시 건강하겠습니다."라는 당부도 함께 남겼습니다.


13살의 어린이에서 33살의 청년이 된 제자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된 스승.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약속을 잊지 않은 15명의 제자가 찾아왔고, 스승은 제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 부르며 반갑게 맞았습니다.

사제 간의 정을 되새기게 하는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조회 수가 20만 이 넘고, 댓글도 600여 개가 달렸습니다. (1월 22일 기준)

"아주 감동적이라 눈물을 흘리면서 봤습니다."
"약속을 지키려고 모인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감동을 하였다는 댓글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뜻밖의 행복... "여운이 가시지 않아요."

궁금했습니다. 사전에 계획된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전근을 가 전남 구례 용방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이장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이 선생님은 이번 일을 '뜻밖의 행복'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지도 몰랐고, 뜻밖의 행복이라 더 좋았어요. 지금도 여운이 가시지 않고 행복합니다."

[연관 기사] “20년 뒤 만나자”…약속 지킨 스승과 제자들

이 선생님은 지금까지 <어깨동무>를 26호까지 발간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2001년, 2004년, 2007년 <어깨동무>에서 "20년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2021년에는 그사이 폐교된 학교를 찾아갔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30대 초반... 가장 바쁜 시기인데다, 학생 수 감소로 이미 폐교한 학교에 오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게 선생님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약속을 지키러 온 학생들만 16명, 다른 일정이 있거나 외국에 있어 오지 못하는 학생들과는 영상통화를 하는 등 35명 가운데 32명의 학생과 조우했습니다.

영상 용량이 커서 자기들끼리만 보려고 한 학생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돼 오히려 신기했다는 이 선생님.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짱구 쌤이라 불러주오".... 우리들의 선생님


답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남 구례 용방초에 공모형 교장으로 4년째 재직 중인 이 선생님. 방학 중 돌봄 수업을 하는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이 뛰어들어 안깁니다. "짱구 쌤!"이라고 부르며 말입니다. 아니, 교장 선생님에게 짱구 쌤이라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배우며 자랐던 기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입니다.

그런데 '짱구 쌤'이라는 별명은 이 선생님 본인이 직접 만든 별명이라고 합니다. 본인의 이름과 비슷하고, 뒤통수가 짱구여서 지었다는데요.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학생들에게 동화책도 직접 읽어주고, 몸으로 놀아주고, 차도 마시고, 고민 상담도 합니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아직도 많은 제자와 손편지를 주고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집에 보관한 제자들과의 손편지만 3천여 통. 진로는 물론 연애 문제까지 '짱구 쌤'과 상담합니다.

"관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제자와도 얼굴 붉힐 정도로 나쁜 기억을 서로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어떤 장소에서 만나더라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그런 인연과 만남이 교사를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짱구 쌤이 전하는 위로와 격려

용방초 학생들이 ‘짱구 쌤’에게 만들어 준 상용방초 학생들이 ‘짱구 쌤’에게 만들어 준 상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번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이 선생님은 이름도 모르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교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저도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해, 학교 현장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습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서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습니다. 갈등과 불신은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이 선생님은 모든 학교의 상황이 같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조심스레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만남이 모든 교사의 꿈이에요. 내가 가르쳤던 아이를 나중에 좋게 만나고 싶죠. 그걸 방해하는 게 많죠. 사회적인 여론이라든가 학교 내 갈등 같은 것들... 영상을 계기로 해서 선생님들이 처음에 먹었던 마음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하고 잘 지내서 좋은 교사로 남고 싶은, 그런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사회도 그 선생님들이 그런 마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진정성을 알아주고 그렇게 되면 이런 미담이 흔하다 싶을 만큼 많이 있지 않을까."

또 2027년 1월 만나게 될 제자들, 청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냥 만나고 싶지 어떤 아이가 돼서 만나고 싶은 게 아니라 아이가 만나고 싶은 거지 그 사람을... 건강하게 살아서 나를 만났잖아요, 그럼 되는 것이지요."

"큰 슬픔은 그만큼 큰 기쁨이 왔을 때만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재밌는거, 지금 맛있는 거, 지금 만나는 사람, 내일 가는 여행 이렇게 짧은 순간의 기쁨이나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잘 누리며 살면 그것들이 큰 슬픔을 건너가는 힘이 생기게 하거든요."

이 선생님은 오는 3월이면 공모형 교장 임기를 마치고 일반 교사로 돌아갑니다. 교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교장이라는 자리가 아쉽지 않을까. 이 선생님은 "교실에 있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영원한 짱구 쌤으로 남고 싶다는 게 이 선생님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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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1-23 10: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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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영상을 딱 1개만 올렸는데 이른바 '대박'이 터졌습니다. 지난 7일 '20년 전 약속.. 다들 기억할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8분 36초짜리 영상인데요. 벌써 조회 수가 21만을 기록하고 댓글 수도 600개를 넘겼습니다. 도대체 무슨 영상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요.

■"2024년 1월 1일 오후 1시 영암초 운동장에서 만납시다"……. 20년 전의 약속

영상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하나, 둘 모이며 시작합니다. 오랜만의 만남이 반가운 듯 얼싸안는 동창생들... 그리고 누군가 나타나자 모두 환호성을 지릅니다. 바로 초등학교 6 학년 때 담임이었던 '이장규 선생님'입니다. "20년 뒤 만나자"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겁니다.

사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선생님은 92년 교단에 선 후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과 해마다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제작했는데요. 2004년 졸업생들에게 <어깨동무>를 통해 "2024년 1월 1일 오후 1시 영암초 운동장에서 만납시다"고 약속합니다.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나 역시 건강하겠습니다."라는 당부도 함께 남겼습니다.


13살의 어린이에서 33살의 청년이 된 제자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된 스승.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약속을 잊지 않은 15명의 제자가 찾아왔고, 스승은 제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 부르며 반갑게 맞았습니다.

사제 간의 정을 되새기게 하는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조회 수가 20만 이 넘고, 댓글도 600여 개가 달렸습니다. (1월 22일 기준)

"아주 감동적이라 눈물을 흘리면서 봤습니다."
"약속을 지키려고 모인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감동을 하였다는 댓글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뜻밖의 행복... "여운이 가시지 않아요."

궁금했습니다. 사전에 계획된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전근을 가 전남 구례 용방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이장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이 선생님은 이번 일을 '뜻밖의 행복'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지도 몰랐고, 뜻밖의 행복이라 더 좋았어요. 지금도 여운이 가시지 않고 행복합니다."

[연관 기사] “20년 뒤 만나자”…약속 지킨 스승과 제자들

이 선생님은 지금까지 <어깨동무>를 26호까지 발간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2001년, 2004년, 2007년 <어깨동무>에서 "20년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2021년에는 그사이 폐교된 학교를 찾아갔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30대 초반... 가장 바쁜 시기인데다, 학생 수 감소로 이미 폐교한 학교에 오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게 선생님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약속을 지키러 온 학생들만 16명, 다른 일정이 있거나 외국에 있어 오지 못하는 학생들과는 영상통화를 하는 등 35명 가운데 32명의 학생과 조우했습니다.

영상 용량이 커서 자기들끼리만 보려고 한 학생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돼 오히려 신기했다는 이 선생님.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짱구 쌤이라 불러주오".... 우리들의 선생님


답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남 구례 용방초에 공모형 교장으로 4년째 재직 중인 이 선생님. 방학 중 돌봄 수업을 하는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이 뛰어들어 안깁니다. "짱구 쌤!"이라고 부르며 말입니다. 아니, 교장 선생님에게 짱구 쌤이라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배우며 자랐던 기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입니다.

그런데 '짱구 쌤'이라는 별명은 이 선생님 본인이 직접 만든 별명이라고 합니다. 본인의 이름과 비슷하고, 뒤통수가 짱구여서 지었다는데요.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학생들에게 동화책도 직접 읽어주고, 몸으로 놀아주고, 차도 마시고, 고민 상담도 합니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아직도 많은 제자와 손편지를 주고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집에 보관한 제자들과의 손편지만 3천여 통. 진로는 물론 연애 문제까지 '짱구 쌤'과 상담합니다.

"관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제자와도 얼굴 붉힐 정도로 나쁜 기억을 서로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어떤 장소에서 만나더라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그런 인연과 만남이 교사를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짱구 쌤이 전하는 위로와 격려

용방초 학생들이 ‘짱구 쌤’에게 만들어 준 상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번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이 선생님은 이름도 모르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교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저도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해, 학교 현장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습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서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습니다. 갈등과 불신은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이 선생님은 모든 학교의 상황이 같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조심스레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만남이 모든 교사의 꿈이에요. 내가 가르쳤던 아이를 나중에 좋게 만나고 싶죠. 그걸 방해하는 게 많죠. 사회적인 여론이라든가 학교 내 갈등 같은 것들... 영상을 계기로 해서 선생님들이 처음에 먹었던 마음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하고 잘 지내서 좋은 교사로 남고 싶은, 그런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사회도 그 선생님들이 그런 마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진정성을 알아주고 그렇게 되면 이런 미담이 흔하다 싶을 만큼 많이 있지 않을까."

또 2027년 1월 만나게 될 제자들, 청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냥 만나고 싶지 어떤 아이가 돼서 만나고 싶은 게 아니라 아이가 만나고 싶은 거지 그 사람을... 건강하게 살아서 나를 만났잖아요, 그럼 되는 것이지요."

"큰 슬픔은 그만큼 큰 기쁨이 왔을 때만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재밌는거, 지금 맛있는 거, 지금 만나는 사람, 내일 가는 여행 이렇게 짧은 순간의 기쁨이나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잘 누리며 살면 그것들이 큰 슬픔을 건너가는 힘이 생기게 하거든요."

이 선생님은 오는 3월이면 공모형 교장 임기를 마치고 일반 교사로 돌아갑니다. 교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교장이라는 자리가 아쉽지 않을까. 이 선생님은 "교실에 있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영원한 짱구 쌤으로 남고 싶다는 게 이 선생님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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