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격의료는 찾아가고…약은 드론으로 [지방의료]②

입력 2024.01.28 (08:00) 수정 2024.01.2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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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방의 의료공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모두가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집니다. KBS춘천은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인 강원도의 실상을 들여다봤습니다. 또, 고령화·저출산을 먼저 겪은 일본이 의료공백을 어떻게 메우려고 노력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기사 연재 순서]
① "잔병 참다 큰 병된다"…의료취약지 원정진료 '예삿일'
② 일본, 원격의료는 찾아가고…약은 드론으로
③ 의료인재 모셔라!…일본 지자체 수십 년 고민
④ 지방의료 생존 전략…“AI·지역의사 관건”

■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열도…고령화율 '최대 60%'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시가 도입한 ‘이동식 원격진료’. 환자 집 앞까지 간호사를 태우고 간다.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시가 도입한 ‘이동식 원격진료’. 환자 집 앞까지 간호사를 태우고 간다.

일본 서쪽 끝, 나가사키현 고토열도.

현청(우리나라 개념으로는 도청) 소재지인 나가사키시로부터 100km 정도 떨어진 섬입니다. 배로 4시간, 비행기로 40분 거리입니다.

고토시는 섬 60개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사람이 사는 섬은 11개입니다.

1955년에는 주민 9만 명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토시의 인구는 3만 4천 명입니다. 게다가 전체 인구의 41.9%가 65살 이상 고령자입니다.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섬은 60.3%에 이르기도 합니다.

6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고토시. 배는 주요 교통수단이다.6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고토시. 배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고토열도의 의료 기반은 나쁘진 않은 편입니다. 고토시의 인구 238.4명 당 의사 1명으로, 일본 전체 평균(267명 당 의사 1명)보다 좋습니다. 하지만 병원과 의료진은 대부분 공항과 항구가 있는 도시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열악하고, 작은 섬과 섬 사이는 낚싯배에 의존하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병원 가기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고령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실제로, 고토시가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료 서비스가 충실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1.3% 나왔습니다.

오자키 미치에 일본 고토시 국보건강정책과장 보좌는 "이동수단이 없는 고령자들이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먹을 약을 1일 1회로 조정해, 병원 가는 시간을 늦춰 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라며 고토시의 의료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 집 앞까지 찾아가는 원격의료…고령자 배려

일본 고토시가 도입한 ‘모바일클리닉’. 간호사를 태운 차가 환자 집 앞까지 간다.일본 고토시가 도입한 ‘모바일클리닉’. 간호사를 태운 차가 환자 집 앞까지 간다.

당장 의료 시설을 만들고, 의료진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고토시가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은 '원격의료' 였습니다.

보통 원격진료라고 하면, 환자가 집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의사와 직접 영상통화하면서 하는 진료행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고토시가 도입한 방식은 '이동식 원격의료'입니다. 원격의료 장비를 장착한 승합차에 간호사를 태우고 환자가 사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모바일 클리닉'이라고 불립니다.

의사는 평소 근무하는 병원에서 모니터 너머로 환자를 봅니다. 모바일클리닉 차량 안에는 원격 청진기도 있어서 이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노나카 후미아키 나가사키대 의대 조교수가 원격청진기를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노나카 후미아키 나가사키대 의대 조교수가 원격청진기를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의사: 괜찮습니까? 변한 게 있습니까?
환자: 잘 지냈습니다. 혈압이 조금 올랐습니다.
의사: 그렇군요. 바이탈 사인(신체 활력징후) 부탁드립니다.
간호사: 네, 체온 36.3도. 맥박 84회. 혈압 111-82.
-일본 모바일클리닉 현장-

원격의료보다는 찾아가는 진료에 가깝습니다. 이는 IT기기 사용이 서툴고, 의학 용어를 어려워하는 고령자를 배려한 정책입니다. 정부 지원금 4,800만 엔을 지원받아 지난해 1월 처음 도입했습니다. 최근까지 주민 200여 명이 이용했습니다.

모바일클리닉을 처음 이용한 83살 고령환자인 미치바타 하츠미 씨는 "진료소로 통원을 했는데, 최근 무릎이 많이 안 좋아서 진료소조차 다니기 힘들었다"라며 "이번에도 직접 진료소를 간 것처럼 진료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담당하는 노나카 후미아키 나가사키대 의대 조교수는 "환자가 중증이 될 때까지 참다가 와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의사들도 평소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진료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원격의료 현장. 의사가 모니터 너머로 환자를 살피고 있다.원격의료 현장. 의사가 모니터 너머로 환자를 살피고 있다.

■ 시속 100㎞ 드론, 섬 곳곳에 의약품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열도에서는 드론이 의약품 배송을 한다. (영상제공: sora-iina, 소라이이나)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열도에서는 드론이 의약품 배송을 한다. (영상제공: sora-iina, 소라이이나)

고토시는 지난해 4월 드론으로 의약품 배송도 시작했습니다.

가로·세로 3미터에 스티로폼으 된 가벼운 몸체가 특징입니다. 시속 100㎞로 반경 80㎞
까지 날아갑니다. 고토열도 전체를 오갈 수 있습니다.

비행기나 배가 못 뜨는 날씨에도 운항할 수 있습니다. 시간당 50㎜ 세찬 비와 초속 14미터 바람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태풍이 고토열도를 직격하는 일주일을 제외하곤 1년 내내 배송이 가능합니다.

바퀴가 없어서 이착륙이 불가능한데, 이 덕분에 배송 시간이 더 빠릅니다. 미리 설정해둔 항로로 자동 비행을 하고, 해발 30m 상공에서 투하지점에 떨어뜨리는 방식입니다.

의약품을 비롯한 생필품은 충격흡수제가 들어간 상자에 넣습니다. 상자에는 작은 낙하산이 달려있습니다. 박스에는 최대 1.5kg까지 물건을 실을 수 있습니다.

드론 업체의 대표인 마쓰야마 미쉘 미카는 "일본도 역시 섬이라든가, 산간지역 같은 벽지가 많고, 고령화 등 사회 과제가 있어서 이를 첨단 기술로 해결해 나가고 싶다"라며 "앞으로 드론이 기존 물류수단이 닿지 않은 곳까지 책임지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론 의약품 배송은 아직 고토열도 작은 섬 진료소나 약국에 공급하는 'B2B(Business-to-Business), 즉 기업 대 기업 방식입니다. 복약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토열도의 가장 북쪽 섬까지는 차와 배로 2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드론 배송으로는 50분이면 충분합니다.

고토시의 중심지로부터 차로 50분 떨어져 있는 미츠이라쿠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노우에 코헤이 약사는 "도매상 사정에 따라 차로 의약품 배송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었다"라며 "드론으로 하루에 4번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도 언제든지 약을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미리 정해둔 항로로 드론 배송이 시작된다. 배송품에는 의약품이 포함돼있다.미리 정해둔 항로로 드론 배송이 시작된다. 배송품에는 의약품이 포함돼있다.

이동식 원격의료와 의약품 드론 배송. 환자가 진료를 받고 약을 찾느라 집을 나설 필요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 법률상 드론은 인간의 거주지 위를 날지 못하고, 개개인에게 처방약을 배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기업이 원격의료를 주도하면서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드론의 거주지 상공 비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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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8 08: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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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의료공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모두가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집니다. KBS춘천은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인 강원도의 실상을 들여다봤습니다. 또, 고령화·저출산을 먼저 겪은 일본이 의료공백을 어떻게 메우려고 노력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기사 연재 순서]
① "잔병 참다 큰 병된다"…의료취약지 원정진료 '예삿일'
② 일본, 원격의료는 찾아가고…약은 드론으로
③ 의료인재 모셔라!…일본 지자체 수십 년 고민
④ 지방의료 생존 전략…“AI·지역의사 관건”

■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열도…고령화율 '최대 60%'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시가 도입한 ‘이동식 원격진료’. 환자 집 앞까지 간호사를 태우고 간다.
일본 서쪽 끝, 나가사키현 고토열도.

현청(우리나라 개념으로는 도청) 소재지인 나가사키시로부터 100km 정도 떨어진 섬입니다. 배로 4시간, 비행기로 40분 거리입니다.

고토시는 섬 60개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사람이 사는 섬은 11개입니다.

1955년에는 주민 9만 명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토시의 인구는 3만 4천 명입니다. 게다가 전체 인구의 41.9%가 65살 이상 고령자입니다.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섬은 60.3%에 이르기도 합니다.

6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고토시. 배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고토열도의 의료 기반은 나쁘진 않은 편입니다. 고토시의 인구 238.4명 당 의사 1명으로, 일본 전체 평균(267명 당 의사 1명)보다 좋습니다. 하지만 병원과 의료진은 대부분 공항과 항구가 있는 도시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열악하고, 작은 섬과 섬 사이는 낚싯배에 의존하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병원 가기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고령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실제로, 고토시가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료 서비스가 충실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1.3% 나왔습니다.

오자키 미치에 일본 고토시 국보건강정책과장 보좌는 "이동수단이 없는 고령자들이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먹을 약을 1일 1회로 조정해, 병원 가는 시간을 늦춰 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라며 고토시의 의료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 집 앞까지 찾아가는 원격의료…고령자 배려

일본 고토시가 도입한 ‘모바일클리닉’. 간호사를 태운 차가 환자 집 앞까지 간다.
당장 의료 시설을 만들고, 의료진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고토시가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은 '원격의료' 였습니다.

보통 원격진료라고 하면, 환자가 집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의사와 직접 영상통화하면서 하는 진료행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고토시가 도입한 방식은 '이동식 원격의료'입니다. 원격의료 장비를 장착한 승합차에 간호사를 태우고 환자가 사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모바일 클리닉'이라고 불립니다.

의사는 평소 근무하는 병원에서 모니터 너머로 환자를 봅니다. 모바일클리닉 차량 안에는 원격 청진기도 있어서 이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노나카 후미아키 나가사키대 의대 조교수가 원격청진기를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의사: 괜찮습니까? 변한 게 있습니까?
환자: 잘 지냈습니다. 혈압이 조금 올랐습니다.
의사: 그렇군요. 바이탈 사인(신체 활력징후) 부탁드립니다.
간호사: 네, 체온 36.3도. 맥박 84회. 혈압 111-82.
-일본 모바일클리닉 현장-

원격의료보다는 찾아가는 진료에 가깝습니다. 이는 IT기기 사용이 서툴고, 의학 용어를 어려워하는 고령자를 배려한 정책입니다. 정부 지원금 4,800만 엔을 지원받아 지난해 1월 처음 도입했습니다. 최근까지 주민 200여 명이 이용했습니다.

모바일클리닉을 처음 이용한 83살 고령환자인 미치바타 하츠미 씨는 "진료소로 통원을 했는데, 최근 무릎이 많이 안 좋아서 진료소조차 다니기 힘들었다"라며 "이번에도 직접 진료소를 간 것처럼 진료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담당하는 노나카 후미아키 나가사키대 의대 조교수는 "환자가 중증이 될 때까지 참다가 와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의사들도 평소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진료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원격의료 현장. 의사가 모니터 너머로 환자를 살피고 있다.
■ 시속 100㎞ 드론, 섬 곳곳에 의약품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열도에서는 드론이 의약품 배송을 한다. (영상제공: sora-iina, 소라이이나)
고토시는 지난해 4월 드론으로 의약품 배송도 시작했습니다.

가로·세로 3미터에 스티로폼으 된 가벼운 몸체가 특징입니다. 시속 100㎞로 반경 80㎞
까지 날아갑니다. 고토열도 전체를 오갈 수 있습니다.

비행기나 배가 못 뜨는 날씨에도 운항할 수 있습니다. 시간당 50㎜ 세찬 비와 초속 14미터 바람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태풍이 고토열도를 직격하는 일주일을 제외하곤 1년 내내 배송이 가능합니다.

바퀴가 없어서 이착륙이 불가능한데, 이 덕분에 배송 시간이 더 빠릅니다. 미리 설정해둔 항로로 자동 비행을 하고, 해발 30m 상공에서 투하지점에 떨어뜨리는 방식입니다.

의약품을 비롯한 생필품은 충격흡수제가 들어간 상자에 넣습니다. 상자에는 작은 낙하산이 달려있습니다. 박스에는 최대 1.5kg까지 물건을 실을 수 있습니다.

드론 업체의 대표인 마쓰야마 미쉘 미카는 "일본도 역시 섬이라든가, 산간지역 같은 벽지가 많고, 고령화 등 사회 과제가 있어서 이를 첨단 기술로 해결해 나가고 싶다"라며 "앞으로 드론이 기존 물류수단이 닿지 않은 곳까지 책임지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론 의약품 배송은 아직 고토열도 작은 섬 진료소나 약국에 공급하는 'B2B(Business-to-Business), 즉 기업 대 기업 방식입니다. 복약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토열도의 가장 북쪽 섬까지는 차와 배로 2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드론 배송으로는 50분이면 충분합니다.

고토시의 중심지로부터 차로 50분 떨어져 있는 미츠이라쿠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노우에 코헤이 약사는 "도매상 사정에 따라 차로 의약품 배송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었다"라며 "드론으로 하루에 4번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도 언제든지 약을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미리 정해둔 항로로 드론 배송이 시작된다. 배송품에는 의약품이 포함돼있다.
이동식 원격의료와 의약품 드론 배송. 환자가 진료를 받고 약을 찾느라 집을 나설 필요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 법률상 드론은 인간의 거주지 위를 날지 못하고, 개개인에게 처방약을 배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기업이 원격의료를 주도하면서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드론의 거주지 상공 비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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