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재 모셔라!…일본 지자체 수십 년 고민 [지방의료]③

입력 2024.01.29 (08:00) 수정 2024.01.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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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방의 의료공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모두가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집니다. KBS춘천은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인 강원도의 실상을 들여다봤습니다. 또, 고령화·저출산을 먼저 겪은 일본이 의료공백을 어떻게 메우려고 노력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기사 연재 순서]
① "잔병 참다 큰 병된다"…의료취약지 원정진료 '예삿일'
② 일본, 원격의료는 찾아가고…약은 드론으로
③ 의료인재 모셔라!…일본 지자체 수십 년 고민
④ 지방의료 생존 전략…"AI·지역의사 관건"

■ '의대 정원 증원' 논의 활발…지역·필수의료 공백 메울까?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뜨겁습니다. 지방의료,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없다는 사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사단체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증가한 인력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결국 논의의 핵심은 '어떻게 지역과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가?'일 것입니다.

■ 일본 지방정부, 의료인재 양성 '최일선'

일본 나가사키현은 1970년부터 지역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일본 나가사키현은 1970년부터 지역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 규슈지방 나가사키현은 일본에서도 섬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인구 131만 명 가운데 11만 명이 섬에 삽니다. 현 전체 주민의 8.6%에 해당합니다.

섬의 특성상 아파도 병원 가기 쉽지 않습니다. 고령화·저출산까지 이어지면서, 의료 인력 확보가 선결과제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나가사키현은 1970년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 남겠다는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6년동안 의대생에게 입학금과 수업료, 생활비, 교재비 등을 지원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억 원 가까이 됩니다. 대신, 의대를 졸업한 뒤 적어도 9년 동안은 나가사키현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학금을 한 번에 반납해야합니다. 반납할 때 적용되는 이율은 연 14.5%입니다.

나가사키현의 의대생 장학금제도는 2007년 일본 전역에 시행한 '지역정원제'보다 40년 가까이 빨랐습니다.

나가사키현 장학금을 받은 의대생이 지방에 그대로 남는 비율은 95%가 넘는다고 나가사키현 관계자는 전합니다. 참고로, 일본 후생노동성이 밝힌 '지역정원제'를 통한 의대생이 지방에 의사로 근무한 비율은 2017~2019년 88%에 달합니다.

이치세 료이치 일본 나가사키현 의료인력대책실 참사는 "주민들이 섬과 벽지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선 의료체계를 행정으로 확실히 다듬어야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장학금 지급 외에 지역의사를 확보하는 또 다른 제도도 있습니다. 바로 입니다. 1972년 일본 도치기현 시모노시에 설립된 ' '자치의과대학'이 그 좋은 예입니다. 4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2~3명씩 선발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비를 면제받는 대신 졸업 후 해당 지자체에서 9년동안 의무적으로 일해야합니다. 매년 의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1위를 놓치지 않는 등 학생 실력도 매우 우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내에서 논의가 나온 '공공의대'의 모델입니다.

■ 의사 지역 정착 도와…네트워크 근무 방식도 도입

일본 나가사키대학병원 안에 ‘지역의료인력지원센터’가 있다.일본 나가사키대학병원 안에 ‘지역의료인력지원센터’가 있다.

지역의사를 키우는 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의사를 모집하는 것은 물론, 의사가 장기적으로 지역에 남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일에도 노력합니다. 나가사키의과대학 내 ' 지역의료인력지원센터'가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과, 내과 등 특정분야 전문의의 경우, 종합진료를 필요로 하는 지역에 근무하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또, 의사들의 경력개발을 위해 다양한 학회나 연수를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의사가 출산과 육아로 휴가가 들어가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의사를 그 자리에 파견하기도 합니다. 지역의사 집단 전체를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의사가 어느 한 의료기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방식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병원 안에 탁아소를 만든다든가, 야간 보육을 지원하는 등 여의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센터의 역할입니다.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의사만이 승진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 공공의료기관으로 올 유인책 등도 만들어뒀습니다.

하야토 다카야마 나가사키 지역의료인력지원센터장은 "나가사키현도 여전히 필수의료분야는 전문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경우, 9년 의무 복무 기간 중 1년 전문의 과정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나가사키현에 제안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나가사키의대 내 지역의료인재지원센터.일본 나가사키의대 내 지역의료인재지원센터.

■ 일본 국립의대 '지역의료 과목' 필수

일본 나가사키의과대학 전경.일본 나가사키의과대학 전경.

나가사키의과대학도 지방 의료 생존에 힘을 보탰습니다.

나가사키현과 고토시가 비용을 부담해, 2004년 나가사키의대에 '낙도의료연구' 강좌가 개설됐습니다. 나가사키 의대생은 재학기간 중 최소 2달동안 섬에서 현장 실습을 해야합니다.

현장을 경험한 의대생들은 섬이나 벽지에서 근무를 꿈꾸게 됩니다. 모토무라 유카 나가사키의과대학 5학년생은 "전혀 가보지 않았던 지역에 비해, 이렇게 실제로 환자가 있는 의료 현장을 오면 그곳에서 일하는 비전을 그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섬에서 현장실습하는 일본 나가사키의대생.섬에서 현장실습하는 일본 나가사키의대생.

나가사키의대와 고토시의 협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일본 정부는 2007년부터 가고시마 등 섬이 많은 다른 광역지자체에도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의료가 필수과목이 된 겁니다.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과대학 교수는 "지역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을 키우기 위해선 그런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국가-지방정부-대학, 의사 양성부터 정착까지 꼼꼼한 관리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과대학 교수 및 낙도의료연구소장.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과대학 교수 및 낙도의료연구소장.

정부 등이 검토하고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등은 일본의 제도를 참고했습니다.

물론 일본의 제도가 정답은 아닙니다.

일본도 지방마다 도시 지역에 의료진이 집중돼 있습니다. 또, 산부인과나 소아과 등 필수의료분야 전문의가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사제가 도입된 배경도 다릅니다. 일본의 지방자치는 튼튼하고,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보다 높습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주요국의 공공의료 비중을 보면, 병상수 기준 일본 27.6%, 미국 21.3%입니다. 우리나라는 8.8%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 의사를 키워서 보낼 공공의료기관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논의의 걸음마를 뗀 한국사회에서 일본이 오랜기간 고민한 흔적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의대 입학부터 취업 이후까지 촘촘한 관리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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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08:00:38
    • 수정2024-01-29 09: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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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의료공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모두가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집니다. KBS춘천은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인 강원도의 실상을 들여다봤습니다. 또, 고령화·저출산을 먼저 겪은 일본이 의료공백을 어떻게 메우려고 노력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기사 연재 순서]
① "잔병 참다 큰 병된다"…의료취약지 원정진료 '예삿일'
② 일본, 원격의료는 찾아가고…약은 드론으로
③ 의료인재 모셔라!…일본 지자체 수십 년 고민
④ 지방의료 생존 전략…"AI·지역의사 관건"

■ '의대 정원 증원' 논의 활발…지역·필수의료 공백 메울까?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뜨겁습니다. 지방의료,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없다는 사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사단체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증가한 인력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결국 논의의 핵심은 '어떻게 지역과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가?'일 것입니다.

■ 일본 지방정부, 의료인재 양성 '최일선'

일본 나가사키현은 1970년부터 지역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 규슈지방 나가사키현은 일본에서도 섬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인구 131만 명 가운데 11만 명이 섬에 삽니다. 현 전체 주민의 8.6%에 해당합니다.

섬의 특성상 아파도 병원 가기 쉽지 않습니다. 고령화·저출산까지 이어지면서, 의료 인력 확보가 선결과제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나가사키현은 1970년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 남겠다는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6년동안 의대생에게 입학금과 수업료, 생활비, 교재비 등을 지원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억 원 가까이 됩니다. 대신, 의대를 졸업한 뒤 적어도 9년 동안은 나가사키현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학금을 한 번에 반납해야합니다. 반납할 때 적용되는 이율은 연 14.5%입니다.

나가사키현의 의대생 장학금제도는 2007년 일본 전역에 시행한 '지역정원제'보다 40년 가까이 빨랐습니다.

나가사키현 장학금을 받은 의대생이 지방에 그대로 남는 비율은 95%가 넘는다고 나가사키현 관계자는 전합니다. 참고로, 일본 후생노동성이 밝힌 '지역정원제'를 통한 의대생이 지방에 의사로 근무한 비율은 2017~2019년 88%에 달합니다.

이치세 료이치 일본 나가사키현 의료인력대책실 참사는 "주민들이 섬과 벽지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선 의료체계를 행정으로 확실히 다듬어야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장학금 지급 외에 지역의사를 확보하는 또 다른 제도도 있습니다. 바로 입니다. 1972년 일본 도치기현 시모노시에 설립된 ' '자치의과대학'이 그 좋은 예입니다. 4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2~3명씩 선발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비를 면제받는 대신 졸업 후 해당 지자체에서 9년동안 의무적으로 일해야합니다. 매년 의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1위를 놓치지 않는 등 학생 실력도 매우 우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내에서 논의가 나온 '공공의대'의 모델입니다.

■ 의사 지역 정착 도와…네트워크 근무 방식도 도입

일본 나가사키대학병원 안에 ‘지역의료인력지원센터’가 있다.
지역의사를 키우는 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의사를 모집하는 것은 물론, 의사가 장기적으로 지역에 남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일에도 노력합니다. 나가사키의과대학 내 ' 지역의료인력지원센터'가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과, 내과 등 특정분야 전문의의 경우, 종합진료를 필요로 하는 지역에 근무하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또, 의사들의 경력개발을 위해 다양한 학회나 연수를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의사가 출산과 육아로 휴가가 들어가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의사를 그 자리에 파견하기도 합니다. 지역의사 집단 전체를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의사가 어느 한 의료기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방식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병원 안에 탁아소를 만든다든가, 야간 보육을 지원하는 등 여의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센터의 역할입니다.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의사만이 승진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 공공의료기관으로 올 유인책 등도 만들어뒀습니다.

하야토 다카야마 나가사키 지역의료인력지원센터장은 "나가사키현도 여전히 필수의료분야는 전문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경우, 9년 의무 복무 기간 중 1년 전문의 과정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나가사키현에 제안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나가사키의대 내 지역의료인재지원센터.
■ 일본 국립의대 '지역의료 과목' 필수

일본 나가사키의과대학 전경.
나가사키의과대학도 지방 의료 생존에 힘을 보탰습니다.

나가사키현과 고토시가 비용을 부담해, 2004년 나가사키의대에 '낙도의료연구' 강좌가 개설됐습니다. 나가사키 의대생은 재학기간 중 최소 2달동안 섬에서 현장 실습을 해야합니다.

현장을 경험한 의대생들은 섬이나 벽지에서 근무를 꿈꾸게 됩니다. 모토무라 유카 나가사키의과대학 5학년생은 "전혀 가보지 않았던 지역에 비해, 이렇게 실제로 환자가 있는 의료 현장을 오면 그곳에서 일하는 비전을 그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섬에서 현장실습하는 일본 나가사키의대생.
나가사키의대와 고토시의 협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일본 정부는 2007년부터 가고시마 등 섬이 많은 다른 광역지자체에도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의료가 필수과목이 된 겁니다.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과대학 교수는 "지역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을 키우기 위해선 그런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국가-지방정부-대학, 의사 양성부터 정착까지 꼼꼼한 관리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과대학 교수 및 낙도의료연구소장.
정부 등이 검토하고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등은 일본의 제도를 참고했습니다.

물론 일본의 제도가 정답은 아닙니다.

일본도 지방마다 도시 지역에 의료진이 집중돼 있습니다. 또, 산부인과나 소아과 등 필수의료분야 전문의가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사제가 도입된 배경도 다릅니다. 일본의 지방자치는 튼튼하고,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보다 높습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주요국의 공공의료 비중을 보면, 병상수 기준 일본 27.6%, 미국 21.3%입니다. 우리나라는 8.8%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 의사를 키워서 보낼 공공의료기관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논의의 걸음마를 뗀 한국사회에서 일본이 오랜기간 고민한 흔적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의대 입학부터 취업 이후까지 촘촘한 관리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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