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70년 된 학교 무너질까 불안해요”…못 고치는 이유는?

입력 2024.02.14 (18:23) 수정 2024.02.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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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50년대에 지어진 서울의 한 중학교 건물 곳곳이 갈라지고 부식돼 학생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의 안전점검 결과가 오락가락하면서 보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이 문제 취재한 원동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원 기자, 건물이 1957년에 세워졌으니 70년 가까이 된 건데 상태는 어떻던가요?

[기자]

이달 초에 취재진이 건축 안전 전문가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는데요.

멀쩡해 보이는 겉과 다르게 내부에선 곳곳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교실 벽면이나 복도 곳곳에서 균열이 보였는데요.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이어진 실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아래로 이어진 균열은 건물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인 균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동행한 전문가의 판단이었습니다.

[앵커]

균열 말고 또 다른 위험성은 없었습니까?

[기자]

교실의 천정을 일부 뜯고 지붕 공간 내부를 살펴봤는데요.

노후화된 목재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세워지고 교체된 적이 없는 70년 된 목재가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곳곳이 갈라져 있었고 부식된 흔적이 보입니다.

또, 화면엔 잘 안 나오지만 전선들도 널려있었는데요.

내부에 스크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없어서 엉킨 전선에서 화재가 시작된다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명기/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크랙(균열)이 간 것은 목재 자체가 말랐다는 거거든요. 화재 부분들 그리고 태풍이 불었을 때 날아간다든지 넘어진다든지 이럴 가능성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측에선 4년 전부터 서울시 교육청에 보수 보강을 위한 예산과 학생 재배치를 요청해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학교에 가보면 펼침막을 내걸고, 안전 위험을 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학교 건물도 낡았고 학교도 의지가 있는데 4년이 지나도록 보수가 안된 이유가 있나요?

[기자]

건물을 어느 정도 보수할지 결정하려면 건물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할 텐데요.

안전점검 결과가 몇 년째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에 학교가 실시한 안전진단에선 긴급 보수가 필요한 수준인 D등급이 나왔는데요.

두 달 뒤 교육청의 정기 점검에선 양호한 상태를 뜻하는 B등급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학교 측 요청으로 조기 실시된 정기 점검에선 다시 D등급이 나왔습니다.

[앵커]

건물 안전 등급이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게 일반적인 건가요?

[기자]

3년 반 만에 B등급에서 D등급 판정이 나온 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콘크리트 강도를 조사하는 위치가 다르면 늘쭉날쭉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최명기/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외벽 쪽은 좀 단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요. 내벽 쪽은 좀 약한 부분이 있거든요. (어디를) 시험을 했었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는…."]

[앵커]

학생들은 여전히 저 건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까?

[기자]

네 여전히 이 학교 건물에선 24학급, 학생 약 750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학교를 다니는 게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3년 반 전에는 양호하다고 했었던 학교 상태가 갑자기 D등급이 된 것에 불신들 표하기도 했습니다.

[OO중학교 학생 : "지진 나면 그냥 바로 무너지는 거 아니냐…. 맨날 불안에 떨면서 학교를 다니는 게 과연 맞을까."]

[OO중학교 학부모 : "D등급이 아니고 C나 B가 다시 나온다고 해도 그 결과를 신뢰하고 마음 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앵커]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전문 업체에 위탁해서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급이 바뀐 이유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D등급이 나온 만큼 상반기 중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이에 따라 보수 보강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빠른 진단과 대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 김현민/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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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4 18:23:03
    • 수정2024-02-14 18: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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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지어진 서울의 한 중학교 건물 곳곳이 갈라지고 부식돼 학생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의 안전점검 결과가 오락가락하면서 보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이 문제 취재한 원동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원 기자, 건물이 1957년에 세워졌으니 70년 가까이 된 건데 상태는 어떻던가요?

[기자]

이달 초에 취재진이 건축 안전 전문가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는데요.

멀쩡해 보이는 겉과 다르게 내부에선 곳곳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교실 벽면이나 복도 곳곳에서 균열이 보였는데요.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이어진 실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아래로 이어진 균열은 건물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인 균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동행한 전문가의 판단이었습니다.

[앵커]

균열 말고 또 다른 위험성은 없었습니까?

[기자]

교실의 천정을 일부 뜯고 지붕 공간 내부를 살펴봤는데요.

노후화된 목재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세워지고 교체된 적이 없는 70년 된 목재가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곳곳이 갈라져 있었고 부식된 흔적이 보입니다.

또, 화면엔 잘 안 나오지만 전선들도 널려있었는데요.

내부에 스크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없어서 엉킨 전선에서 화재가 시작된다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명기/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크랙(균열)이 간 것은 목재 자체가 말랐다는 거거든요. 화재 부분들 그리고 태풍이 불었을 때 날아간다든지 넘어진다든지 이럴 가능성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측에선 4년 전부터 서울시 교육청에 보수 보강을 위한 예산과 학생 재배치를 요청해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학교에 가보면 펼침막을 내걸고, 안전 위험을 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학교 건물도 낡았고 학교도 의지가 있는데 4년이 지나도록 보수가 안된 이유가 있나요?

[기자]

건물을 어느 정도 보수할지 결정하려면 건물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할 텐데요.

안전점검 결과가 몇 년째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에 학교가 실시한 안전진단에선 긴급 보수가 필요한 수준인 D등급이 나왔는데요.

두 달 뒤 교육청의 정기 점검에선 양호한 상태를 뜻하는 B등급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학교 측 요청으로 조기 실시된 정기 점검에선 다시 D등급이 나왔습니다.

[앵커]

건물 안전 등급이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게 일반적인 건가요?

[기자]

3년 반 만에 B등급에서 D등급 판정이 나온 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콘크리트 강도를 조사하는 위치가 다르면 늘쭉날쭉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최명기/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외벽 쪽은 좀 단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요. 내벽 쪽은 좀 약한 부분이 있거든요. (어디를) 시험을 했었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는…."]

[앵커]

학생들은 여전히 저 건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까?

[기자]

네 여전히 이 학교 건물에선 24학급, 학생 약 750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학교를 다니는 게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3년 반 전에는 양호하다고 했었던 학교 상태가 갑자기 D등급이 된 것에 불신들 표하기도 했습니다.

[OO중학교 학생 : "지진 나면 그냥 바로 무너지는 거 아니냐…. 맨날 불안에 떨면서 학교를 다니는 게 과연 맞을까."]

[OO중학교 학부모 : "D등급이 아니고 C나 B가 다시 나온다고 해도 그 결과를 신뢰하고 마음 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앵커]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전문 업체에 위탁해서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급이 바뀐 이유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D등급이 나온 만큼 상반기 중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이에 따라 보수 보강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빠른 진단과 대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 김현민/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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