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폐업할 돈도 없어요”…쏟아지는 ‘좀비주유소’

입력 2024.02.14 (19:55) 수정 2024.02.14 (20: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감사했습니다', '휴업합니다'.

도로를 지나다 보면 이렇게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문 닫은 주유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전국에 등록된 만 9백여 개의 주유소 가운데 휴업이나 폐업을 신고한 주유소는 약 800여 곳으로, 매년 200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대전은 주유소 26곳, 충남은 42곳이 문을 닫는 등 지역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박건용/한국주유소협회 대전광역시회 사무국장 : "경영난이죠, 경영난. 주유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 중론이고요. 거기다가 가장 큰 흐름이 탈석유화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옛날보다 휘발유, 경유차도 연비가 좋아지고 있고 전기차니 수소차니 나오면서 소비량도 줄고 있고... 주유소는 이제 사양산업이다, 이렇게들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유소는 1995년, 정부가 시민 편익을 위한다며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을 없애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는데요.

그 뒤로 우후죽순 생겨난 주유소는 2009년 정점을 찍으면서 지나친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2011년에는 알뜰주유소까지 도입되며 가격 경쟁이 심화 됐고, 실적이 부진했던 주유소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지역은 다른 시·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유소 간 거리가 짧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던 데다 수소연료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돼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계 상황에 다다른 주유소들, 왜 폐업하지 않고 휴업 상태로 방치하는 걸까요?

바로 비용 때문입니다.

한국주유소협회 추산에 따르면 시설 철거 비용 등을 포함해 폐업에 드는 돈은 평균 1억 5천만 원.

반면 휴업의 경우 딱히 돈이 들거나 제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전국 주유소 휴업률을 살펴볼까요.

강원도에 이어 대전이 가장 높았고, 충북, 울산, 경북, 충남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수도권이야 부지를 팔면 돼 업종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만 지방은 땅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 철거비조차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에선 이른바 '좀비 주유소', 폐업도 하지 못한 채 대책 없이 흉물로 방치되는 주유소가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김재경/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흉물처럼 그냥 방치해버리는 이런 사례들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2040년까지 현재 대략 1만 1천 개 정도의 주유소 중에서 3천 개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고 나머지는 퇴출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 과정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주유소 관리 부실이 불러오는 2차적인 피해입니다.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자칫 우범지역이 될 수 있고, 폭발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는 건데요,

주유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이런 주유소들을 위해 폐업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폐업 비용을 정부가, 또는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1억 5천만 원을 세금으로 지원해 달라니, 주유소 협회에서 걷어서 내라", "철거비용, 토양정화비용 엄청난데 저걸 왜 세금으로 처리하지?", "개업할 때 철거비를 보증금으로 내고 시작해야 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들입니다.

주유소 업계의 위기는 이미 10여 년 전에 시작됐고, 또 예견됐던 일이었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했고, 이제 와 휴폐업 주유소로 인해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마땅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주유소의 미래.

해법은 없는 걸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더하기] “폐업할 돈도 없어요”…쏟아지는 ‘좀비주유소’
    • 입력 2024-02-14 19:55:48
    • 수정2024-02-14 20:35:07
    뉴스7(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감사했습니다', '휴업합니다'.

도로를 지나다 보면 이렇게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문 닫은 주유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전국에 등록된 만 9백여 개의 주유소 가운데 휴업이나 폐업을 신고한 주유소는 약 800여 곳으로, 매년 200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대전은 주유소 26곳, 충남은 42곳이 문을 닫는 등 지역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박건용/한국주유소협회 대전광역시회 사무국장 : "경영난이죠, 경영난. 주유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 중론이고요. 거기다가 가장 큰 흐름이 탈석유화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옛날보다 휘발유, 경유차도 연비가 좋아지고 있고 전기차니 수소차니 나오면서 소비량도 줄고 있고... 주유소는 이제 사양산업이다, 이렇게들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유소는 1995년, 정부가 시민 편익을 위한다며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을 없애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는데요.

그 뒤로 우후죽순 생겨난 주유소는 2009년 정점을 찍으면서 지나친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2011년에는 알뜰주유소까지 도입되며 가격 경쟁이 심화 됐고, 실적이 부진했던 주유소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지역은 다른 시·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유소 간 거리가 짧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던 데다 수소연료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돼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계 상황에 다다른 주유소들, 왜 폐업하지 않고 휴업 상태로 방치하는 걸까요?

바로 비용 때문입니다.

한국주유소협회 추산에 따르면 시설 철거 비용 등을 포함해 폐업에 드는 돈은 평균 1억 5천만 원.

반면 휴업의 경우 딱히 돈이 들거나 제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전국 주유소 휴업률을 살펴볼까요.

강원도에 이어 대전이 가장 높았고, 충북, 울산, 경북, 충남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수도권이야 부지를 팔면 돼 업종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지만 지방은 땅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 철거비조차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에선 이른바 '좀비 주유소', 폐업도 하지 못한 채 대책 없이 흉물로 방치되는 주유소가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김재경/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흉물처럼 그냥 방치해버리는 이런 사례들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2040년까지 현재 대략 1만 1천 개 정도의 주유소 중에서 3천 개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고 나머지는 퇴출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 과정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주유소 관리 부실이 불러오는 2차적인 피해입니다.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자칫 우범지역이 될 수 있고, 폭발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는 건데요,

주유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이런 주유소들을 위해 폐업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폐업 비용을 정부가, 또는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1억 5천만 원을 세금으로 지원해 달라니, 주유소 협회에서 걷어서 내라", "철거비용, 토양정화비용 엄청난데 저걸 왜 세금으로 처리하지?", "개업할 때 철거비를 보증금으로 내고 시작해야 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들입니다.

주유소 업계의 위기는 이미 10여 년 전에 시작됐고, 또 예견됐던 일이었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했고, 이제 와 휴폐업 주유소로 인해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마땅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주유소의 미래.

해법은 없는 걸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대전-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