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는 ‘해녀’ 아닌 ‘해남’이…기후변화에 생계 위기

입력 2024.02.19 (12:40) 수정 2024.02.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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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제주에 해녀가 있다면, 태국에는 해남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섬에 사는 남성들이 우리 해녀처럼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며 살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최근엔 이런 일을 하는 '해남'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정윤섭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남부의 작은 섬 시창.

기스다 씨는 수십년 째 물질, 즉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해 온 '해남'입니다.

이곳은 어종 보호를 위해 전문적인 고기잡이가 금지돼 있지만, 해남들에 한해 해산물 채취는 허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이 가득했던 바닷속은 돌밭이 됐습니다.

쇠꼬챙이와 그물주머니 하나로 1시간 이상 이어진 기스다 씨의 작업, 건져 올린 건 조개와 소라 몇 개가 전붑니다.

[기스다 생통/태국 시창섬 해남 : "조개 캐는 일에서 벗어나 돈을 벌기 위해선 다른 일을 찾아야 했어요."]

각종 바다 생물이 가득한 수족관들.

개체 수가 급감한 해양동물의 알을 부화시켜 바다로 돌려보내는 곳입니다.

태국 왕실의 공주도 어자원 보호를 위해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인근 공장과 선박 등에서 나오는 폐수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닌라낫 차이타나위숫/시창섬 해양생물센터장 : "요즘 가장 큰 문제는 폐수 때문에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끔 바다의 색깔이 갈색이나 녹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바다 수온이 30도를 웃도는 기후변화도 어자원 고갈의 한 원인입니다.

[수차나 차와닛/박사/쭐라롱껀대학교 해양과학·수산자원 연구소 교수 : "인류의 행위, 그리고 기후변화가 원인입니다. 태국 주변의 산호가 예전보다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전통적 채취 방식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바다를 되살리려는 시창섬 사람들의 노력, 소중하지만 힘에 부쳐 보입니다.

태국 시창섬에서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영상편집: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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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에는 ‘해녀’ 아닌 ‘해남’이…기후변화에 생계 위기
    • 입력 2024-02-19 12:40:44
    • 수정2024-02-19 12: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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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제주에 해녀가 있다면, 태국에는 해남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섬에 사는 남성들이 우리 해녀처럼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며 살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최근엔 이런 일을 하는 '해남'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정윤섭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남부의 작은 섬 시창.

기스다 씨는 수십년 째 물질, 즉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해 온 '해남'입니다.

이곳은 어종 보호를 위해 전문적인 고기잡이가 금지돼 있지만, 해남들에 한해 해산물 채취는 허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이 가득했던 바닷속은 돌밭이 됐습니다.

쇠꼬챙이와 그물주머니 하나로 1시간 이상 이어진 기스다 씨의 작업, 건져 올린 건 조개와 소라 몇 개가 전붑니다.

[기스다 생통/태국 시창섬 해남 : "조개 캐는 일에서 벗어나 돈을 벌기 위해선 다른 일을 찾아야 했어요."]

각종 바다 생물이 가득한 수족관들.

개체 수가 급감한 해양동물의 알을 부화시켜 바다로 돌려보내는 곳입니다.

태국 왕실의 공주도 어자원 보호를 위해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인근 공장과 선박 등에서 나오는 폐수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닌라낫 차이타나위숫/시창섬 해양생물센터장 : "요즘 가장 큰 문제는 폐수 때문에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끔 바다의 색깔이 갈색이나 녹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바다 수온이 30도를 웃도는 기후변화도 어자원 고갈의 한 원인입니다.

[수차나 차와닛/박사/쭐라롱껀대학교 해양과학·수산자원 연구소 교수 : "인류의 행위, 그리고 기후변화가 원인입니다. 태국 주변의 산호가 예전보다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전통적 채취 방식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바다를 되살리려는 시창섬 사람들의 노력, 소중하지만 힘에 부쳐 보입니다.

태국 시창섬에서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영상편집: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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