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여기 사는 사람들은 ‘사람’ 아니에요”…복지·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취약계층

입력 2024.02.19 (18:22) 수정 2024.02.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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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겨울에도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명확한 지원기준이 없어 일부 쪽방촌 주민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고, 판자촌 주민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지 1년이 됐는데도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됐습니다.

현장 취재한 이유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올 겨울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복지 사각지대가 있었다고요.

주민들이 어떤 사각지대에 놓인 건가요?

[기자]

대표적으로는 쪽방촌에 살고 있음에도 집이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해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살고 있는 방이 지자체로부터 '쪽방'으로 인정받는 경우엔 '쪽방 상담소' 회원으로 등록돼, 여러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끼 밥을 제공받고, 한 달에 십만 원어치 생필품을 무료로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집이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엔 이 모든 혜택을, 누리지 못합니다.

[쪽방촌 주민 : "(쪽방으로 지정되면) 추위 대피소나 무더위 쉼터나 목욕탕 카드도 나눠 주는 거 같은데 그게 아예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앵커]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는 주거 환경이 더 좋지 못해서 인정받지 못한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직접 서울 동자동 쪽방촌 현장을 다녀왔을 때, 쪽방으로 인정받은 방과도 인정받지 못한 방의 주거환경은 비슷했습니다.

길 하나를 끼고 바로 옆에 쪽방으로 인정받은 건물과, 그렇지 못한 건물이 있었는데요.

두 곳 모두 공용으로 화장실과 샤워실을 써야 하고, 방은 최저주거기준인 14제곱미터를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한 방이 창문도 없고, 방 크기는 한 평도 채 안 되는 더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환경도 더 열악하고, 구조도 비슷하다면 왜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인건가요?

[기자]

서울시가 2014년부터 쪽방을 추가 지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쪽방을 추가 지정하는 자체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2014년까지 지어진 쪽방촌의 방들만 복지대상으로 삼겠다는 건데,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엔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때문에 지원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전국 쪽방촌에서 복지혜택을 받는 가구는 5천 4백여 가구지만, 실제 주거실태조사에서 자신의 거처를 쪽방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7만 8천여 가구로 지원대상보다 14배 더 많았습니다.

[앵커]

주거취약계층이 사각지대에 놓인 건 쪽방촌 주민뿐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매년 불이 나고 물난리에 취약하지만 같은 곳에 사는 또 다른 사람들, 판자촌 주민들도 만나봤다고요.

[기자]

네, 판자촌 주민들은 안전과 주거환경에 대한 관련 법령이 무색하게 열악한 공간에서 이번 겨울을 났습니다.

지난 겨울에 큰불이 난 구룡마을은 아직도 최소한의 재난대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고, 지난해 큰불이나 한 명이 숨졌던 서초구의 다른 판자촌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안전하지 못한 주거환경이 바뀌는 게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김OO/전원마을 주민/음성변조 : "여기 사는 사람들은 사람 아니에요.(기관들에) 나무 하나 잘라주세요. 거기 걸쳐있으면 불나니까(라고 물어봤는데) 다 미루는거에요. 그래놓고는 안 해줘요."]

[앵커]

이렇게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판자촌 주민들, 최소한의 조치라도 필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재난 안전교육이나 훈련과 같은 최소한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경광숙/KBS 재난방송 전문위원 :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한다는 거는 안전을 거의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여기 주민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모두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한 상탠데, 당장의 문제 해결과 함께 본질적으론 주거 상향정책의 시급한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네, 이유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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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9 18:22:38
    • 수정2024-02-19 18: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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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겨울에도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명확한 지원기준이 없어 일부 쪽방촌 주민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고, 판자촌 주민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지 1년이 됐는데도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됐습니다.

현장 취재한 이유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올 겨울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복지 사각지대가 있었다고요.

주민들이 어떤 사각지대에 놓인 건가요?

[기자]

대표적으로는 쪽방촌에 살고 있음에도 집이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해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살고 있는 방이 지자체로부터 '쪽방'으로 인정받는 경우엔 '쪽방 상담소' 회원으로 등록돼, 여러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끼 밥을 제공받고, 한 달에 십만 원어치 생필품을 무료로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집이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엔 이 모든 혜택을, 누리지 못합니다.

[쪽방촌 주민 : "(쪽방으로 지정되면) 추위 대피소나 무더위 쉼터나 목욕탕 카드도 나눠 주는 거 같은데 그게 아예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앵커]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는 주거 환경이 더 좋지 못해서 인정받지 못한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직접 서울 동자동 쪽방촌 현장을 다녀왔을 때, 쪽방으로 인정받은 방과도 인정받지 못한 방의 주거환경은 비슷했습니다.

길 하나를 끼고 바로 옆에 쪽방으로 인정받은 건물과, 그렇지 못한 건물이 있었는데요.

두 곳 모두 공용으로 화장실과 샤워실을 써야 하고, 방은 최저주거기준인 14제곱미터를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한 방이 창문도 없고, 방 크기는 한 평도 채 안 되는 더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환경도 더 열악하고, 구조도 비슷하다면 왜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인건가요?

[기자]

서울시가 2014년부터 쪽방을 추가 지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쪽방을 추가 지정하는 자체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2014년까지 지어진 쪽방촌의 방들만 복지대상으로 삼겠다는 건데,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엔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때문에 지원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전국 쪽방촌에서 복지혜택을 받는 가구는 5천 4백여 가구지만, 실제 주거실태조사에서 자신의 거처를 쪽방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7만 8천여 가구로 지원대상보다 14배 더 많았습니다.

[앵커]

주거취약계층이 사각지대에 놓인 건 쪽방촌 주민뿐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매년 불이 나고 물난리에 취약하지만 같은 곳에 사는 또 다른 사람들, 판자촌 주민들도 만나봤다고요.

[기자]

네, 판자촌 주민들은 안전과 주거환경에 대한 관련 법령이 무색하게 열악한 공간에서 이번 겨울을 났습니다.

지난 겨울에 큰불이 난 구룡마을은 아직도 최소한의 재난대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고, 지난해 큰불이나 한 명이 숨졌던 서초구의 다른 판자촌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안전하지 못한 주거환경이 바뀌는 게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김OO/전원마을 주민/음성변조 : "여기 사는 사람들은 사람 아니에요.(기관들에) 나무 하나 잘라주세요. 거기 걸쳐있으면 불나니까(라고 물어봤는데) 다 미루는거에요. 그래놓고는 안 해줘요."]

[앵커]

이렇게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판자촌 주민들, 최소한의 조치라도 필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재난 안전교육이나 훈련과 같은 최소한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경광숙/KBS 재난방송 전문위원 :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한다는 거는 안전을 거의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여기 주민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모두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한 상탠데, 당장의 문제 해결과 함께 본질적으론 주거 상향정책의 시급한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네, 이유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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