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몰랐다고? 거짓말!”…‘판사 출신’ 이수진이 본 백현동 판결문

입력 2024.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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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을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구을 이수진 의원.

"지난주 '백현동 판결문'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지난 22일,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지역구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공천이 배제된 서울 동작구을의 이수진 의원.

이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된 이른바 '컷오프'에 반발하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여기서 최근 선고된 '백현동 판결문'을 거론했습니다.

해당 판결문은 지난 13일 '백현동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말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지난 13일, 김 전 대표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약 63억 5천여만 원을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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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성남도시개발공사 빠진 건 이재명 시장의 결정 권한"

취재진은 이 의원에게 '백현동 판결문'을 보고 이 대표에게 신뢰를 거둔 이유 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 의원은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사업에서) 빠지게 할 수 있는 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결정 권한이고, 이를 전제로 업무상 배임이라고 재판부가 볼 것이다"면서 "한두 푼짜리 공사도 아니고, 공사의 사업 참여 여부를 '나는 몰랐다?'고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나"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만약 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 참여했으면 (백현동 개발) 이익을 배분받았을 거로 보고, 그 결정 권한은 이재명 당시 시장밖에 없으므로 판사들은 달리 볼 수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건 몰랐다고 해도 그럴 수 있지만, 공사가 빠진 걸 시장이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의원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 재판부 "김인섭, 이재명·정진상과 특수관계"

취재진은 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김 전 대표의 1심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사이를 '특수관계' 로 규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2005년부터 이재명 대표와 시민운동을 함께했고, 이후 선거사무소 사무실을 선점해 주는 등 이 대표의 성남시장 초선과 재선에 기여하면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과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인정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 등 성남시 인허가 관계자와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정바울 씨를 돕고 그 대가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전 실장이 원하는 부탁을 김 전 대표가 정 전 실장에게 전달해 해결해줬고, 결국 백현동 개발 사업은 총 매출 1조 347억 원, 분양이익 3,185억 원을 기록했다고 봤습니다.

정 대표는 700억 원을 배당수익으로 얻었고, 김 전 대표는 정 대표로부터 알선 대가로 74억 원을 받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 '때와 장소 가리지 않은 로비'…구치소에서도 백현동 사업 청탁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서 정 대표가 사업 관련 애로사항을 김 전 대표에게 말하면, 김 전 대표가 정 전 실장에게 청탁 내용을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연·보전녹지지역'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됐고, 주거용지와 R&D(연구개발)용지 비율도 기존 '5:5'에서 '6:4'로 조정돼 개발이익을 정 대표가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이런 변경 사항을 정 전 실장과 이재명 당시 시장의 결재를 받고 승인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백현동 개발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한다는 조건은 남아있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를 빼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청탁은 지속적으로 있었고, 심지어 김 전 대표가 다른 알선수재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도 계속됐습니다.

정 대표는 구치소에서 김 전 대표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습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구치소 면회를 온 정 전 실장에게 "R&D부지 전체를 다 기부채납 하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까지 들어오게 되면 사업이 어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에게 "사업성 없는데 그거 해봐야 득도 안 되는데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번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빼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 '허가방'으로 불렸던 김인섭…"성남시 공무원들 '특수관계' 잘 알아"

성남시 공무원들도 김인섭과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관계를 잘 알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2014년 말, 당시 성남시 도시계획팀장에게 "김인섭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나중에 신청서류가 들어오면 잘 챙겨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전 대표도 도시계획팀장에게 "내가 백현동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을 하려고 한다. 2층(이재명·정진상)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2층에서도 잘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친분 관계를 숨기지 않고 각종 사업 청탁을 하면서, 성남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김 전 대표를 (허가를 대신 받아주는)'허가방'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두터운 친분을 이용해 부동산 관련 전문성 없이 74억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도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적극적인 알선을 했고,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70억 원이 넘는 거액 수수해 죄책이 무겁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시장 측이 2014년 지방선거 공약서에 '공기업 이전부지 주상복합 금지, 연구개발단지 대기업 본사 등 기업유치'라고 썼지만, 결국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높이 50m의 옹벽이 설치된 15개 동 1,223세대 아파트 단지가 됐습니다.

1심 선고 직후 법정구속된 김 전 대표는 16일 법원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은 "김인섭으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하여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히며, 앞으로 재판에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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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이 몰랐다고? 거짓말!”…‘판사 출신’ 이수진이 본 백현동 판결문
    • 입력 2024-02-26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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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을 이수진 의원.
"지난주 '백현동 판결문'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지난 22일,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지역구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공천이 배제된 서울 동작구을의 이수진 의원.

이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된 이른바 '컷오프'에 반발하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여기서 최근 선고된 '백현동 판결문'을 거론했습니다.

해당 판결문은 지난 13일 '백현동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말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지난 13일, 김 전 대표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약 63억 5천여만 원을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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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김인섭 징역 5년…‘백현동 의혹’ 첫 유죄 (23. 2. 13. KBS 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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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성남도시개발공사 빠진 건 이재명 시장의 결정 권한"

취재진은 이 의원에게 '백현동 판결문'을 보고 이 대표에게 신뢰를 거둔 이유 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 의원은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사업에서) 빠지게 할 수 있는 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결정 권한이고, 이를 전제로 업무상 배임이라고 재판부가 볼 것이다"면서 "한두 푼짜리 공사도 아니고, 공사의 사업 참여 여부를 '나는 몰랐다?'고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나"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만약 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 참여했으면 (백현동 개발) 이익을 배분받았을 거로 보고, 그 결정 권한은 이재명 당시 시장밖에 없으므로 판사들은 달리 볼 수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건 몰랐다고 해도 그럴 수 있지만, 공사가 빠진 걸 시장이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의원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 재판부 "김인섭, 이재명·정진상과 특수관계"

취재진은 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김 전 대표의 1심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사이를 '특수관계' 로 규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2005년부터 이재명 대표와 시민운동을 함께했고, 이후 선거사무소 사무실을 선점해 주는 등 이 대표의 성남시장 초선과 재선에 기여하면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과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인정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 등 성남시 인허가 관계자와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정바울 씨를 돕고 그 대가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전 실장이 원하는 부탁을 김 전 대표가 정 전 실장에게 전달해 해결해줬고, 결국 백현동 개발 사업은 총 매출 1조 347억 원, 분양이익 3,185억 원을 기록했다고 봤습니다.

정 대표는 700억 원을 배당수익으로 얻었고, 김 전 대표는 정 대표로부터 알선 대가로 74억 원을 받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 '때와 장소 가리지 않은 로비'…구치소에서도 백현동 사업 청탁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서 정 대표가 사업 관련 애로사항을 김 전 대표에게 말하면, 김 전 대표가 정 전 실장에게 청탁 내용을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연·보전녹지지역'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됐고, 주거용지와 R&D(연구개발)용지 비율도 기존 '5:5'에서 '6:4'로 조정돼 개발이익을 정 대표가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이런 변경 사항을 정 전 실장과 이재명 당시 시장의 결재를 받고 승인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백현동 개발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한다는 조건은 남아있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를 빼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청탁은 지속적으로 있었고, 심지어 김 전 대표가 다른 알선수재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도 계속됐습니다.

정 대표는 구치소에서 김 전 대표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습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구치소 면회를 온 정 전 실장에게 "R&D부지 전체를 다 기부채납 하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까지 들어오게 되면 사업이 어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에게 "사업성 없는데 그거 해봐야 득도 안 되는데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번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빼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 '허가방'으로 불렸던 김인섭…"성남시 공무원들 '특수관계' 잘 알아"

성남시 공무원들도 김인섭과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관계를 잘 알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2014년 말, 당시 성남시 도시계획팀장에게 "김인섭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나중에 신청서류가 들어오면 잘 챙겨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전 대표도 도시계획팀장에게 "내가 백현동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을 하려고 한다. 2층(이재명·정진상)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2층에서도 잘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친분 관계를 숨기지 않고 각종 사업 청탁을 하면서, 성남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김 전 대표를 (허가를 대신 받아주는)'허가방'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두터운 친분을 이용해 부동산 관련 전문성 없이 74억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도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적극적인 알선을 했고,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70억 원이 넘는 거액 수수해 죄책이 무겁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시장 측이 2014년 지방선거 공약서에 '공기업 이전부지 주상복합 금지, 연구개발단지 대기업 본사 등 기업유치'라고 썼지만, 결국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높이 50m의 옹벽이 설치된 15개 동 1,223세대 아파트 단지가 됐습니다.

1심 선고 직후 법정구속된 김 전 대표는 16일 법원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은 "김인섭으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하여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히며, 앞으로 재판에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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