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K] 탐사보도 ‘재난과 악몽’…남은 과제는?
입력 2024.02.27 (20:12)
수정 2024.02.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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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슈K 시간입니다.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지난주부터 다섯 차례 뉴스를 통해 대학 연구팀과 함께 취재한 재난 경험자의 심리 변화를 추적·진단하는 탐사보도, ' 재난과 악몽' 을 보도했는데요.
오늘은 탐사보도를 직접 취재한 오정현 기자와 함께 취재 뒷 이야기와 남은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정현 기자 어서오십시오!
탐사보도 주제가 '재난과 악몽' 입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까?
[기자]
네, 재난은 삶터를 앗아가지만, 무너진 걸 다시 짓고 계절이 흐르면 잃었던 일상은 다시 제자리로 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겉 모습은 복구되나, 깨끗한 집에 다시 이부자리를 폈다고 해서 재난 피해자들이 다시 온전한 이전의 삶을 되찾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재난 트라우마를 겪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KBS는 계명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함께 사례 연구 방법으로, 2020년 섬진강 수해민, 2022년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등 84명의 심리 변화를 추적해 진단했습니다.
이를 통해 재난구호 단계에서 심리 지원이 왜 중요한지를 실증하려 했습니다.
[앵커]
보도내용을 들여다보면, 오 기자께서는 다양한 재난을 겪은 재난 경험자들을 만나 그들의 과거와 현재, 심리 상태는 어떤 지 등을 상세히 살펴봤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끔찍한 재난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있습니다.
조사 참여자 가운데 "이만하길 다행이었다" 이런 말을 했던 재난 경험자도 적지 않았던 걸 보면, 재난을 겪은 뒤 되찾은 삶을 모두가 비관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안도감은 잠시고 "다시 같은 일이 닥치면"이란 불안감이 잠식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공포와 무기력, 분노, 불안, 그리고 불신으로 이어지는 심리 변화를 겪게 되는 겁니다.
이번 KBS 탐사기획의 주제를 '재난과 악몽'으로 내걸었는데, 실제 조사 참여자들 가운데엔 참혹했던 재난의 경험이 잔상으로 남아, 꿈에 나타난다는 호소가 많았습니다.
심리적 외상의 전형적인 증상인데, KBS와 계명대가 함께한 연구의 핵심 결과만 정리하면 조사 참여자 중 42.8%가 여전히 불안 증세를 겪고 있고, 63.1%는 우울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가운데 80%에 달했고, 10.7%는 자살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번 탐사보도는 대학연구팀과 재난경험자들의 심리변화를 추적해 진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국가 재난구호 활동 가운데 중요도를 묻는 조사에서 다소 눈여겨볼만 한 결과도 나왔다고요?
[기자]
재난이 터지면, 국가는 피해 지원에 나섭니다.
크게 경제·물질적 지원, 의료 지원, 그리고 저희 취재와 연구 주제였던 재난심리지원이 있는데, 섬진강 수해민과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들은 '심리회복 지원'과 함께 '물질적 보상'을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심리 지원 89%, 물질적 지원 93%입니다.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은 달랐습니다.
심리 치료는 72% 높은 요구도를 보인 반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참여자는 단 1명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목숨값'을 먼저 계산하는 재난 구호 시스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결과입니다.
실제 진실 규명을 미루고 배상과 보상으로 점철되는 구호 시스템은 재난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예로 들면 보상 제시에 합의하자는 수습파와 진실 규명 싸움을 계속하자는 투쟁파로 나뉘게 됐고, 고성 산불에선 나라가 제시한 주택 보상 산정을 두고 유리한 신축주택 소유자와 불리한 구옥 소유자로 나뉘어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앵커]
재난 경험자들은 오랜 동안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재난심리지원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일까요?
[기자]
먼저 만성적 인력 부족과 빈약한 재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행안부가 적십자에 위탁해 전국 17곳에서 운영 중인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센터장을 적십자사 직원이 겸임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상근 인력은 센터당 평균 1.4명에 불과합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트라우마센터'도 상황은 비슷한데, 서울에 있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제외한 비수도권 4곳엔 전임 정신건강 전문의가 충원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전문의 없이 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또 재난구호를 맡는 행안부와 복지부 등 각 기관의 역할이 모호하고 의무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는데요.
실제 정부가 작성한 지침서엔 재난심리 지원기관들이 구분은 돼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도 수준에 불과하고, 역할 역시 뭉뚱그려놨을 뿐 명확히 규정된 건 없습니다.
전문가는 국가의 재난심리 지원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조직마다 역할을 분명히 하는 의무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심리지원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물질적 지원으로 뒤늦게 만회하려는 재난 당국의 접근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정현 기자 고맙습니다.
영상편집:최승리/글 ·구성:진경은
이슈K 시간입니다.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지난주부터 다섯 차례 뉴스를 통해 대학 연구팀과 함께 취재한 재난 경험자의 심리 변화를 추적·진단하는 탐사보도, ' 재난과 악몽' 을 보도했는데요.
오늘은 탐사보도를 직접 취재한 오정현 기자와 함께 취재 뒷 이야기와 남은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정현 기자 어서오십시오!
탐사보도 주제가 '재난과 악몽' 입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까?
[기자]
네, 재난은 삶터를 앗아가지만, 무너진 걸 다시 짓고 계절이 흐르면 잃었던 일상은 다시 제자리로 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겉 모습은 복구되나, 깨끗한 집에 다시 이부자리를 폈다고 해서 재난 피해자들이 다시 온전한 이전의 삶을 되찾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재난 트라우마를 겪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KBS는 계명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함께 사례 연구 방법으로, 2020년 섬진강 수해민, 2022년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등 84명의 심리 변화를 추적해 진단했습니다.
이를 통해 재난구호 단계에서 심리 지원이 왜 중요한지를 실증하려 했습니다.
[앵커]
보도내용을 들여다보면, 오 기자께서는 다양한 재난을 겪은 재난 경험자들을 만나 그들의 과거와 현재, 심리 상태는 어떤 지 등을 상세히 살펴봤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끔찍한 재난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있습니다.
조사 참여자 가운데 "이만하길 다행이었다" 이런 말을 했던 재난 경험자도 적지 않았던 걸 보면, 재난을 겪은 뒤 되찾은 삶을 모두가 비관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안도감은 잠시고 "다시 같은 일이 닥치면"이란 불안감이 잠식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공포와 무기력, 분노, 불안, 그리고 불신으로 이어지는 심리 변화를 겪게 되는 겁니다.
이번 KBS 탐사기획의 주제를 '재난과 악몽'으로 내걸었는데, 실제 조사 참여자들 가운데엔 참혹했던 재난의 경험이 잔상으로 남아, 꿈에 나타난다는 호소가 많았습니다.
심리적 외상의 전형적인 증상인데, KBS와 계명대가 함께한 연구의 핵심 결과만 정리하면 조사 참여자 중 42.8%가 여전히 불안 증세를 겪고 있고, 63.1%는 우울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가운데 80%에 달했고, 10.7%는 자살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번 탐사보도는 대학연구팀과 재난경험자들의 심리변화를 추적해 진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국가 재난구호 활동 가운데 중요도를 묻는 조사에서 다소 눈여겨볼만 한 결과도 나왔다고요?
[기자]
재난이 터지면, 국가는 피해 지원에 나섭니다.
크게 경제·물질적 지원, 의료 지원, 그리고 저희 취재와 연구 주제였던 재난심리지원이 있는데, 섬진강 수해민과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들은 '심리회복 지원'과 함께 '물질적 보상'을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심리 지원 89%, 물질적 지원 93%입니다.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은 달랐습니다.
심리 치료는 72% 높은 요구도를 보인 반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참여자는 단 1명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목숨값'을 먼저 계산하는 재난 구호 시스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결과입니다.
실제 진실 규명을 미루고 배상과 보상으로 점철되는 구호 시스템은 재난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예로 들면 보상 제시에 합의하자는 수습파와 진실 규명 싸움을 계속하자는 투쟁파로 나뉘게 됐고, 고성 산불에선 나라가 제시한 주택 보상 산정을 두고 유리한 신축주택 소유자와 불리한 구옥 소유자로 나뉘어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앵커]
재난 경험자들은 오랜 동안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재난심리지원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일까요?
[기자]
먼저 만성적 인력 부족과 빈약한 재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행안부가 적십자에 위탁해 전국 17곳에서 운영 중인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센터장을 적십자사 직원이 겸임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상근 인력은 센터당 평균 1.4명에 불과합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트라우마센터'도 상황은 비슷한데, 서울에 있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제외한 비수도권 4곳엔 전임 정신건강 전문의가 충원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전문의 없이 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또 재난구호를 맡는 행안부와 복지부 등 각 기관의 역할이 모호하고 의무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는데요.
실제 정부가 작성한 지침서엔 재난심리 지원기관들이 구분은 돼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도 수준에 불과하고, 역할 역시 뭉뚱그려놨을 뿐 명확히 규정된 건 없습니다.
전문가는 국가의 재난심리 지원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조직마다 역할을 분명히 하는 의무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심리지원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물질적 지원으로 뒤늦게 만회하려는 재난 당국의 접근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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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최승리/글 ·구성:진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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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7 20:12:10
- 수정2024-02-27 20:35:45
[앵커]
이슈K 시간입니다.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지난주부터 다섯 차례 뉴스를 통해 대학 연구팀과 함께 취재한 재난 경험자의 심리 변화를 추적·진단하는 탐사보도, ' 재난과 악몽' 을 보도했는데요.
오늘은 탐사보도를 직접 취재한 오정현 기자와 함께 취재 뒷 이야기와 남은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정현 기자 어서오십시오!
탐사보도 주제가 '재난과 악몽' 입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까?
[기자]
네, 재난은 삶터를 앗아가지만, 무너진 걸 다시 짓고 계절이 흐르면 잃었던 일상은 다시 제자리로 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겉 모습은 복구되나, 깨끗한 집에 다시 이부자리를 폈다고 해서 재난 피해자들이 다시 온전한 이전의 삶을 되찾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재난 트라우마를 겪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KBS는 계명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함께 사례 연구 방법으로, 2020년 섬진강 수해민, 2022년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등 84명의 심리 변화를 추적해 진단했습니다.
이를 통해 재난구호 단계에서 심리 지원이 왜 중요한지를 실증하려 했습니다.
[앵커]
보도내용을 들여다보면, 오 기자께서는 다양한 재난을 겪은 재난 경험자들을 만나 그들의 과거와 현재, 심리 상태는 어떤 지 등을 상세히 살펴봤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끔찍한 재난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있습니다.
조사 참여자 가운데 "이만하길 다행이었다" 이런 말을 했던 재난 경험자도 적지 않았던 걸 보면, 재난을 겪은 뒤 되찾은 삶을 모두가 비관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안도감은 잠시고 "다시 같은 일이 닥치면"이란 불안감이 잠식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공포와 무기력, 분노, 불안, 그리고 불신으로 이어지는 심리 변화를 겪게 되는 겁니다.
이번 KBS 탐사기획의 주제를 '재난과 악몽'으로 내걸었는데, 실제 조사 참여자들 가운데엔 참혹했던 재난의 경험이 잔상으로 남아, 꿈에 나타난다는 호소가 많았습니다.
심리적 외상의 전형적인 증상인데, KBS와 계명대가 함께한 연구의 핵심 결과만 정리하면 조사 참여자 중 42.8%가 여전히 불안 증세를 겪고 있고, 63.1%는 우울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가운데 80%에 달했고, 10.7%는 자살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번 탐사보도는 대학연구팀과 재난경험자들의 심리변화를 추적해 진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국가 재난구호 활동 가운데 중요도를 묻는 조사에서 다소 눈여겨볼만 한 결과도 나왔다고요?
[기자]
재난이 터지면, 국가는 피해 지원에 나섭니다.
크게 경제·물질적 지원, 의료 지원, 그리고 저희 취재와 연구 주제였던 재난심리지원이 있는데, 섬진강 수해민과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들은 '심리회복 지원'과 함께 '물질적 보상'을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심리 지원 89%, 물질적 지원 93%입니다.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은 달랐습니다.
심리 치료는 72% 높은 요구도를 보인 반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참여자는 단 1명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목숨값'을 먼저 계산하는 재난 구호 시스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결과입니다.
실제 진실 규명을 미루고 배상과 보상으로 점철되는 구호 시스템은 재난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예로 들면 보상 제시에 합의하자는 수습파와 진실 규명 싸움을 계속하자는 투쟁파로 나뉘게 됐고, 고성 산불에선 나라가 제시한 주택 보상 산정을 두고 유리한 신축주택 소유자와 불리한 구옥 소유자로 나뉘어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앵커]
재난 경험자들은 오랜 동안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재난심리지원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일까요?
[기자]
먼저 만성적 인력 부족과 빈약한 재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행안부가 적십자에 위탁해 전국 17곳에서 운영 중인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센터장을 적십자사 직원이 겸임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상근 인력은 센터당 평균 1.4명에 불과합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트라우마센터'도 상황은 비슷한데, 서울에 있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제외한 비수도권 4곳엔 전임 정신건강 전문의가 충원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전문의 없이 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또 재난구호를 맡는 행안부와 복지부 등 각 기관의 역할이 모호하고 의무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는데요.
실제 정부가 작성한 지침서엔 재난심리 지원기관들이 구분은 돼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도 수준에 불과하고, 역할 역시 뭉뚱그려놨을 뿐 명확히 규정된 건 없습니다.
전문가는 국가의 재난심리 지원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조직마다 역할을 분명히 하는 의무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심리지원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물질적 지원으로 뒤늦게 만회하려는 재난 당국의 접근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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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정현 기자 고맙습니다.
영상편집:최승리/글 ·구성:진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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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지난주부터 다섯 차례 뉴스를 통해 대학 연구팀과 함께 취재한 재난 경험자의 심리 변화를 추적·진단하는 탐사보도, ' 재난과 악몽' 을 보도했는데요.
오늘은 탐사보도를 직접 취재한 오정현 기자와 함께 취재 뒷 이야기와 남은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정현 기자 어서오십시오!
탐사보도 주제가 '재난과 악몽' 입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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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재난은 삶터를 앗아가지만, 무너진 걸 다시 짓고 계절이 흐르면 잃었던 일상은 다시 제자리로 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겉 모습은 복구되나, 깨끗한 집에 다시 이부자리를 폈다고 해서 재난 피해자들이 다시 온전한 이전의 삶을 되찾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재난 트라우마를 겪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KBS는 계명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함께 사례 연구 방법으로, 2020년 섬진강 수해민, 2022년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등 84명의 심리 변화를 추적해 진단했습니다.
이를 통해 재난구호 단계에서 심리 지원이 왜 중요한지를 실증하려 했습니다.
[앵커]
보도내용을 들여다보면, 오 기자께서는 다양한 재난을 겪은 재난 경험자들을 만나 그들의 과거와 현재, 심리 상태는 어떤 지 등을 상세히 살펴봤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끔찍한 재난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있습니다.
조사 참여자 가운데 "이만하길 다행이었다" 이런 말을 했던 재난 경험자도 적지 않았던 걸 보면, 재난을 겪은 뒤 되찾은 삶을 모두가 비관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안도감은 잠시고 "다시 같은 일이 닥치면"이란 불안감이 잠식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공포와 무기력, 분노, 불안, 그리고 불신으로 이어지는 심리 변화를 겪게 되는 겁니다.
이번 KBS 탐사기획의 주제를 '재난과 악몽'으로 내걸었는데, 실제 조사 참여자들 가운데엔 참혹했던 재난의 경험이 잔상으로 남아, 꿈에 나타난다는 호소가 많았습니다.
심리적 외상의 전형적인 증상인데, KBS와 계명대가 함께한 연구의 핵심 결과만 정리하면 조사 참여자 중 42.8%가 여전히 불안 증세를 겪고 있고, 63.1%는 우울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가운데 80%에 달했고, 10.7%는 자살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번 탐사보도는 대학연구팀과 재난경험자들의 심리변화를 추적해 진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국가 재난구호 활동 가운데 중요도를 묻는 조사에서 다소 눈여겨볼만 한 결과도 나왔다고요?
[기자]
재난이 터지면, 국가는 피해 지원에 나섭니다.
크게 경제·물질적 지원, 의료 지원, 그리고 저희 취재와 연구 주제였던 재난심리지원이 있는데, 섬진강 수해민과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들은 '심리회복 지원'과 함께 '물질적 보상'을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심리 지원 89%, 물질적 지원 93%입니다.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은 달랐습니다.
심리 치료는 72% 높은 요구도를 보인 반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참여자는 단 1명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목숨값'을 먼저 계산하는 재난 구호 시스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결과입니다.
실제 진실 규명을 미루고 배상과 보상으로 점철되는 구호 시스템은 재난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예로 들면 보상 제시에 합의하자는 수습파와 진실 규명 싸움을 계속하자는 투쟁파로 나뉘게 됐고, 고성 산불에선 나라가 제시한 주택 보상 산정을 두고 유리한 신축주택 소유자와 불리한 구옥 소유자로 나뉘어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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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경험자들은 오랜 동안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재난심리지원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일까요?
[기자]
먼저 만성적 인력 부족과 빈약한 재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행안부가 적십자에 위탁해 전국 17곳에서 운영 중인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센터장을 적십자사 직원이 겸임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상근 인력은 센터당 평균 1.4명에 불과합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트라우마센터'도 상황은 비슷한데, 서울에 있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제외한 비수도권 4곳엔 전임 정신건강 전문의가 충원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전문의 없이 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또 재난구호를 맡는 행안부와 복지부 등 각 기관의 역할이 모호하고 의무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는데요.
실제 정부가 작성한 지침서엔 재난심리 지원기관들이 구분은 돼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도 수준에 불과하고, 역할 역시 뭉뚱그려놨을 뿐 명확히 규정된 건 없습니다.
전문가는 국가의 재난심리 지원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조직마다 역할을 분명히 하는 의무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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