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악용되는 ‘발신자 속이기’ 서비스

<앵커 멘트>
전화를 건 사람의 번호를 표시해주는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임의로 발신번호를 조작해 사기나 협박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승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김 모씨 가족은 최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만나 달라던 남자의 전화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남자로부터 온 전화가 가족이나 이웃 전화번호로 표시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스토킹 피해자: "식구인 줄 알고 받으면 그 사람이고, 동네번호로 전화 와 받으면 그사람이니까 전화가 오면 받을 수가,믿을 수가 없는거죠."

이런 '발신번호 표시 변경 서비스'는 인터넷 뱅킹 사기사건에도 활용됐습니다.

사기범들이 발신번호를 은행 콜센터 번호로 표시되게 한 것입니다.

<인터뷰>김인석 (금융감독원 IT감독팀장): "(범인들이)발신자 표시 전화번호를 변경하는 수법을 통해 은행에서 전화한 것처럼 위장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온 업체엔 한 달 평균 3만 건의 발신번호 변경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규제하거나 처벌할 법규는 전혀 없습니다.

<인터뷰>발신번호 변경 서비스 제공업체: "서비스 자체에 대해서는 일단 규정이나 관계법률이 없는 걸로 확인을 했구요.."

이들에게 회선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들도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기간통신업체 관계자: "지금까지 발신번호 표시를 변경해 서비스하겠다는 신청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전화 사용자들이 발신번호 표시 대가로 지불한 돈은 한 해 4천억 원.

그러나 발신 번호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범죄 악용 사례가 잦아지고 있어 관련 법규 제정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승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