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석유화학…돌파구는? [이슈 집중]

입력 2024.03.01 (21:35) 수정 2024.03.0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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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일년 전에 비해서 4.8% 늘면서 다섯 달째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2022년 9월 이후, 열일곱 달 만에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이렇게 수출이 회복되는 건 역시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살아나기 때문인데 같은 기간 수출액이 66% 넘게 늘며 부진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력 수출 종목인 석유화학은 지난해에 이어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반도체에 버금가던 석유화학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황다예 기자가 그 배경과 전망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기자]

플라스틱과 옷, 화장품, 마스크까지…

모두 석유를 가공해 만든 상품들이죠.

이처럼 우리 일상 곳곳에 석유화학제품이 있습니다.

정유공장에서 석유로부터 '나프타'를 뽑아내면, 화학 업체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소재를 만듭니다.

특히 에틸렌은 합성 수지와 합성 고무 등의 핵심원료입니다.

이 때문에 반도체보다 먼저 '산업의 쌀'로 불렸습니다.

한때 세계 4위 에틸렌 생산국으로 우리 산업의 기둥이었던 석유화학.

최근 위기에 빠진 이유를 이도윤 기자가 전남 여수의 석유화학 산단을 직접 돌아보며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여의도 면적 10배가 넘는 땅에 차 없이는 다니기도 힘든 규모,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 여수산단입니다.

국내 주요 화학회사들의 주력 공장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석유화학 업체 근무 직원/음성변조 : "많이 다운된 거 같긴 해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황기 당시) 야근까지도 하고. 많이 번 사람들은 한 달에 한 육칠백씩. 일 양이 그때보다는 줄었겠죠. 요즘은 야근도 많이 안 하고…."]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소재 에틸렌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불과 3년 전에 지은 새 공장이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지난해엔 다섯 달 동안 가동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가동을 쉰 공장은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불황으로 인해 가동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 때문입니다.

[산업단지 근무 직원/음성변조 : "작업 많이 안 해요. 좀 셧다운 기간이 있었어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우리 주력 제품인 에틸렌 가격은 16% 넘게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중국이 자체 생산시설을 늘린 것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이때문에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대중국 수출이 17% 넘게 줄었고, 특히. 에틸렌 수출은 감소 폭이 40%를 넘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한테는 중국이 아주 큰 시장이었는데, 현재 에틸렌 공장을 짓고 직접 생산을 늘리면서 자급률이 80%까지 올라간 거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이후 기대했던 중국시장의 이른바 '리오프닝 효과'가 사실상 없었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기자]

석유화학 업계 불황은 수치에서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석유화학 업계의 최근 실적입니다.

코로나19발 깜짝 수요 덕분에 2021년 큰 폭으로 올랐다가, 지난 2년 동안 곤두박질쳤습니다.

한 때 두 자릿수였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2% 수준을 기록했고, 공장 가동률도 7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대중국 수출 감소와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사용 규제 움직임으로 인한 수요 감소, 여기에다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시장에 진입하면서 공급은 늘어나는 이중고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계는 어떻게 해법을 찾고 있는지, 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석유화학 회사의 연구소, 연구원이 투명한 액체를 동전 모양의 배터리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안에서 이온의 이동을 돕는 전해액입니다.

전해액의 중요 구성물질은 유기용매인데, 국산화에 성공해 연내 양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영헌/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장 :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해서 저희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전해액 유기용매를 만들고, 이에 대한 배터리 소재로서의 성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위 아래로 당겨도 잘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필름,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게 하는 분리막입니다.

에틸렌을 합성해 만든 건데, 제조 공정을 고도화한 결과물입니다.

이처럼 최근 주요 석유화학 회사들은 대량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규제에 대응한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플라스틱 원료를 만든 노하우를 활용해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선 겁니다.

폐플라스틱 사업뿐 아니라 배터리 생산과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의약품 등 아예 새로운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조용원/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석유 화학에만 집중한다고 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석유에서 벗어난 타 분야로도 진출을 모색하는 게 기업들의 전략입니다."]

산업 구조 변화로 위기를 맞은 석유 화학사들,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며 업계의 판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송혜성/영상편집:김기곤 신남규/그래픽:김지훈 이근희 임홍근/화면제공: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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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석유화학…돌파구는? [이슈 집중]
    • 입력 2024-03-01 21:35:38
    • 수정2024-03-01 22:16:36
    뉴스 9
[앵커]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일년 전에 비해서 4.8% 늘면서 다섯 달째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2022년 9월 이후, 열일곱 달 만에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이렇게 수출이 회복되는 건 역시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살아나기 때문인데 같은 기간 수출액이 66% 넘게 늘며 부진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력 수출 종목인 석유화학은 지난해에 이어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반도체에 버금가던 석유화학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황다예 기자가 그 배경과 전망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기자]

플라스틱과 옷, 화장품, 마스크까지…

모두 석유를 가공해 만든 상품들이죠.

이처럼 우리 일상 곳곳에 석유화학제품이 있습니다.

정유공장에서 석유로부터 '나프타'를 뽑아내면, 화학 업체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소재를 만듭니다.

특히 에틸렌은 합성 수지와 합성 고무 등의 핵심원료입니다.

이 때문에 반도체보다 먼저 '산업의 쌀'로 불렸습니다.

한때 세계 4위 에틸렌 생산국으로 우리 산업의 기둥이었던 석유화학.

최근 위기에 빠진 이유를 이도윤 기자가 전남 여수의 석유화학 산단을 직접 돌아보며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여의도 면적 10배가 넘는 땅에 차 없이는 다니기도 힘든 규모,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 여수산단입니다.

국내 주요 화학회사들의 주력 공장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석유화학 업체 근무 직원/음성변조 : "많이 다운된 거 같긴 해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황기 당시) 야근까지도 하고. 많이 번 사람들은 한 달에 한 육칠백씩. 일 양이 그때보다는 줄었겠죠. 요즘은 야근도 많이 안 하고…."]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소재 에틸렌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불과 3년 전에 지은 새 공장이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지난해엔 다섯 달 동안 가동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가동을 쉰 공장은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불황으로 인해 가동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 때문입니다.

[산업단지 근무 직원/음성변조 : "작업 많이 안 해요. 좀 셧다운 기간이 있었어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우리 주력 제품인 에틸렌 가격은 16% 넘게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중국이 자체 생산시설을 늘린 것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이때문에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대중국 수출이 17% 넘게 줄었고, 특히. 에틸렌 수출은 감소 폭이 40%를 넘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한테는 중국이 아주 큰 시장이었는데, 현재 에틸렌 공장을 짓고 직접 생산을 늘리면서 자급률이 80%까지 올라간 거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이후 기대했던 중국시장의 이른바 '리오프닝 효과'가 사실상 없었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기자]

석유화학 업계 불황은 수치에서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석유화학 업계의 최근 실적입니다.

코로나19발 깜짝 수요 덕분에 2021년 큰 폭으로 올랐다가, 지난 2년 동안 곤두박질쳤습니다.

한 때 두 자릿수였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2% 수준을 기록했고, 공장 가동률도 7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대중국 수출 감소와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사용 규제 움직임으로 인한 수요 감소, 여기에다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시장에 진입하면서 공급은 늘어나는 이중고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계는 어떻게 해법을 찾고 있는지, 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석유화학 회사의 연구소, 연구원이 투명한 액체를 동전 모양의 배터리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안에서 이온의 이동을 돕는 전해액입니다.

전해액의 중요 구성물질은 유기용매인데, 국산화에 성공해 연내 양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영헌/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장 :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해서 저희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전해액 유기용매를 만들고, 이에 대한 배터리 소재로서의 성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위 아래로 당겨도 잘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필름,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게 하는 분리막입니다.

에틸렌을 합성해 만든 건데, 제조 공정을 고도화한 결과물입니다.

이처럼 최근 주요 석유화학 회사들은 대량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규제에 대응한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플라스틱 원료를 만든 노하우를 활용해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선 겁니다.

폐플라스틱 사업뿐 아니라 배터리 생산과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의약품 등 아예 새로운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조용원/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석유 화학에만 집중한다고 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석유에서 벗어난 타 분야로도 진출을 모색하는 게 기업들의 전략입니다."]

산업 구조 변화로 위기를 맞은 석유 화학사들,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며 업계의 판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송혜성/영상편집:김기곤 신남규/그래픽:김지훈 이근희 임홍근/화면제공: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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