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법에 ‘낙태 자유’ 명시…세계 최초

입력 2024.03.05 (18:16) 수정 2024.03.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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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체외 수정을 위한 냉동 배아도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요?

미국에선 '사람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지난달 앨라배마주에서 나왔습니다.

냉동 배아도 태아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사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단 겁니다.

이 판결은 이번 미 대선에서 낙태권 논쟁이 재점화되는 계기가 됐죠.

미국에선 지난 1973년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있었는데요.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제인 로가 낙태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로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죠.

그런데 50여 년이 지난 2022년 6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헌법 조항에 낙태권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를 뒤집었습니다.

이제 미국에선 낙태권 존폐 결정은 각 주 정부와 의회 권한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 프랑스는 미국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프랑스 의회가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습니다.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현지 시각 4일 베르사유궁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헌법 개정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에 따라 프랑스 헌법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허용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다만,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명문화한 건데, 이는 프랑스가 세계에서 처음입니다.

[가브리엘 아탈/프랑스 총리 : "우리는 모든 여성에게 도덕적 빚을 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육체와 정신에 고통을 겪은 여성들 말입니다. 자유를 갈망하다 목숨을 잃은 여성들, 뒷골목 낙태 시술자들의 바늘에 시달린 여성들…"]

프랑스가 헌법에 낙태권을 못박게 된 데는 미국의 낙태권 후퇴 움직임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사실상 낙태를 금지해왔습니다.

이에 프랑스는 헌법상 낙태권을 추진하다 의회에서 한 차례 실패했고, 결국 마크롱 정부가 직접 개헌을 주도해 이번에 성공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공개적으로 열어 축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헌안이 통과되자 낙태권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파리시는 에펠탑에 불을 밝히며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한편 교황청은 프랑스 의회의 개헌 투표 직전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영상편집:서삼현/자료조사: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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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헌법에 ‘낙태 자유’ 명시…세계 최초
    • 입력 2024-03-05 18:16:37
    • 수정2024-03-05 18:35:15
    뉴스 6
[앵커]

체외 수정을 위한 냉동 배아도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요?

미국에선 '사람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지난달 앨라배마주에서 나왔습니다.

냉동 배아도 태아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사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단 겁니다.

이 판결은 이번 미 대선에서 낙태권 논쟁이 재점화되는 계기가 됐죠.

미국에선 지난 1973년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있었는데요.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제인 로가 낙태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로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죠.

그런데 50여 년이 지난 2022년 6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헌법 조항에 낙태권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를 뒤집었습니다.

이제 미국에선 낙태권 존폐 결정은 각 주 정부와 의회 권한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 프랑스는 미국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프랑스 의회가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습니다.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현지 시각 4일 베르사유궁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헌법 개정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에 따라 프랑스 헌법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허용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다만,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명문화한 건데, 이는 프랑스가 세계에서 처음입니다.

[가브리엘 아탈/프랑스 총리 : "우리는 모든 여성에게 도덕적 빚을 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육체와 정신에 고통을 겪은 여성들 말입니다. 자유를 갈망하다 목숨을 잃은 여성들, 뒷골목 낙태 시술자들의 바늘에 시달린 여성들…"]

프랑스가 헌법에 낙태권을 못박게 된 데는 미국의 낙태권 후퇴 움직임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사실상 낙태를 금지해왔습니다.

이에 프랑스는 헌법상 낙태권을 추진하다 의회에서 한 차례 실패했고, 결국 마크롱 정부가 직접 개헌을 주도해 이번에 성공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공개적으로 열어 축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헌안이 통과되자 낙태권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파리시는 에펠탑에 불을 밝히며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한편 교황청은 프랑스 의회의 개헌 투표 직전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영상편집:서삼현/자료조사: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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