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뚫린 금융 자산 탈취…해킹에 취약 알뜰폰 인증 ‘여전’

입력 2024.03.06 (23:28) 수정 2024.03.0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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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알뜰폰의 경우 알뜰폰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거친 뒤 간편하게 개통할 수 있는데요.

이 본인 인증 과정이 허술하단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범죄조직이 타인 명의로 알뜰폰을 개통한 뒤 금융 범죄에 악용해왔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황정호 기자 나왔습니다.

황 기자, 온라인에서 알뜰폰을 개통할 때 사용되는 본인 인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 어떻게 처음 취재하게 됐나요?

[기자]

이번 취재는 한 범죄 조직의 수법 이야기를 접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경찰이 전자서명 등 간편 인증 시스템을 해킹해서 알뜰폰을 개통한 뒤 범행에 사용해 온 조직을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때마침 제보가 왔는데요.

제보자가 모르는 사이 알뜰폰이 개통됐단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해당 알뜰폰 업체로부터 받아 낸 가입서류를 취재진에게 보여줬는데요.

가입 서류에는 제보자가 적지도 않은 이름과 주민번호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개인 정보가 도용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제보자가 2단계 인증까지도 무사히 통과한 걸로 나와있었습니다.

물론, 제보자는 이 2단계 인증 자체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앵커]

개인 정보가 도용된 것도 황당한데, 개인 정보 도용을 막기 위한 2차 인증까지 통과한 걸로 나와있었다면, 황당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기자]

알뜰폰은 인증 절차만 거치면 대리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개통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알뜰폰 개통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면, 우선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실명 확인을 합니다.

이게 1단계 인증이고요.

그 다음에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전자 서명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게 2단계 인증입니다.

1단계와 2단계의 개인정보는 당연히 일치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범죄조직은 이 1단계에 입력한 개인정보와 2단계의 개인정보가 다르더라도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2단계 인증을 위한 팝업창을 해킹한 겁니다.

그래서, 해커들이 1단계 인증 때는 불법으로 획득한 제3자의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2단계 인증 때는 해커 본인의 정보를 입력했는데도, 알뜰폰 홈페이지는 전혀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물었을때 비교적 간단한 해킹 수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간단한 해킹만으로 보안 시스템이 뚫린 셈인데.

더군다나 이 사실을 알뜰폰 개통 시스템이 파악하지 못했다니 놀라운데요.

이렇게 개통한 알뜰폰을 범죄조직은 어디에 쓴 건가요?

[기자]

네. 범죄조직은 이렇게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다음, 명의자의 금융자산을 탈취해갔습니다.

범죄 조직은 개통한 알뜰폰으로 금융 거래용 인증서를 우선, 발급 받았습니다.

그 다음, 각종 금융거래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해서, 명의자의 가상자산과 주식 등을 범죄조직의 계좌로 이체시켜 가로챘습니다.

누군가의 금융 자산을 빼앗는 데 예전 같으면 통장, 도장, 비밀번호까지 알아야 했다면, 이제는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 알뜰폰만 개통하면, 되는 겁니다.

이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지금까지 200명이 넘고, 피해액도 1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현재 경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국내 조직원 10여 명을 검거하고, 중국 총책의 뒤를 쫒고 있습니다.

[앵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과기부는 지난해 말, 일단 업체 등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경찰과 알뜰폰 업체, 인증 기관 등과 함께 회의하면서 이때 영업 사이트 43곳에 대해 보완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즉 키사가 긴급 점검에 나섰고, 그 이후는 민간 업체에 업체들이 점검받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보완 대책이 완료되지 않으면, 알뜰폰 개통 사이트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도 고려한다고 밝혔거든요, 취재해보니, 추가 보안 조치를 완료하지 못한 알뜰폰 사업자가 여전히 있었습니다.

열 곳 미만의 사업자가 취약점을 개선하지 못해서 문제의 사업자들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한 알뜰폰 개통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아직까지 조치가 다 완료되지 못했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은데, 그래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기자]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선 보안 조치를 추가하는 것 역시 돈이 드는 일이거든요.

보안 조치에 돈을 더 쓰느니 차라리 신규 가입자를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판단을 한 걸로 보입니다.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모두 1,500만 명입니다.

알뜰폰 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상거래에서도 간편 인증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으니까 2단계 인증의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합니다.

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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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뜰폰 뚫린 금융 자산 탈취…해킹에 취약 알뜰폰 인증 ‘여전’
    • 입력 2024-03-06 23:28:15
    • 수정2024-03-07 00: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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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알뜰폰의 경우 알뜰폰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거친 뒤 간편하게 개통할 수 있는데요.

이 본인 인증 과정이 허술하단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범죄조직이 타인 명의로 알뜰폰을 개통한 뒤 금융 범죄에 악용해왔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황정호 기자 나왔습니다.

황 기자, 온라인에서 알뜰폰을 개통할 때 사용되는 본인 인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 어떻게 처음 취재하게 됐나요?

[기자]

이번 취재는 한 범죄 조직의 수법 이야기를 접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경찰이 전자서명 등 간편 인증 시스템을 해킹해서 알뜰폰을 개통한 뒤 범행에 사용해 온 조직을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때마침 제보가 왔는데요.

제보자가 모르는 사이 알뜰폰이 개통됐단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해당 알뜰폰 업체로부터 받아 낸 가입서류를 취재진에게 보여줬는데요.

가입 서류에는 제보자가 적지도 않은 이름과 주민번호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개인 정보가 도용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제보자가 2단계 인증까지도 무사히 통과한 걸로 나와있었습니다.

물론, 제보자는 이 2단계 인증 자체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앵커]

개인 정보가 도용된 것도 황당한데, 개인 정보 도용을 막기 위한 2차 인증까지 통과한 걸로 나와있었다면, 황당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기자]

알뜰폰은 인증 절차만 거치면 대리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개통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알뜰폰 개통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면, 우선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실명 확인을 합니다.

이게 1단계 인증이고요.

그 다음에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전자 서명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게 2단계 인증입니다.

1단계와 2단계의 개인정보는 당연히 일치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범죄조직은 이 1단계에 입력한 개인정보와 2단계의 개인정보가 다르더라도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2단계 인증을 위한 팝업창을 해킹한 겁니다.

그래서, 해커들이 1단계 인증 때는 불법으로 획득한 제3자의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2단계 인증 때는 해커 본인의 정보를 입력했는데도, 알뜰폰 홈페이지는 전혀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물었을때 비교적 간단한 해킹 수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간단한 해킹만으로 보안 시스템이 뚫린 셈인데.

더군다나 이 사실을 알뜰폰 개통 시스템이 파악하지 못했다니 놀라운데요.

이렇게 개통한 알뜰폰을 범죄조직은 어디에 쓴 건가요?

[기자]

네. 범죄조직은 이렇게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다음, 명의자의 금융자산을 탈취해갔습니다.

범죄 조직은 개통한 알뜰폰으로 금융 거래용 인증서를 우선, 발급 받았습니다.

그 다음, 각종 금융거래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해서, 명의자의 가상자산과 주식 등을 범죄조직의 계좌로 이체시켜 가로챘습니다.

누군가의 금융 자산을 빼앗는 데 예전 같으면 통장, 도장, 비밀번호까지 알아야 했다면, 이제는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 알뜰폰만 개통하면, 되는 겁니다.

이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지금까지 200명이 넘고, 피해액도 1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현재 경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국내 조직원 10여 명을 검거하고, 중국 총책의 뒤를 쫒고 있습니다.

[앵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과기부는 지난해 말, 일단 업체 등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경찰과 알뜰폰 업체, 인증 기관 등과 함께 회의하면서 이때 영업 사이트 43곳에 대해 보완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즉 키사가 긴급 점검에 나섰고, 그 이후는 민간 업체에 업체들이 점검받도록 했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보완 대책이 완료되지 않으면, 알뜰폰 개통 사이트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도 고려한다고 밝혔거든요, 취재해보니, 추가 보안 조치를 완료하지 못한 알뜰폰 사업자가 여전히 있었습니다.

열 곳 미만의 사업자가 취약점을 개선하지 못해서 문제의 사업자들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한 알뜰폰 개통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아직까지 조치가 다 완료되지 못했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은데, 그래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기자]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선 보안 조치를 추가하는 것 역시 돈이 드는 일이거든요.

보안 조치에 돈을 더 쓰느니 차라리 신규 가입자를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판단을 한 걸로 보입니다.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모두 1,500만 명입니다.

알뜰폰 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상거래에서도 간편 인증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으니까 2단계 인증의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합니다.

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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