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총 대신 삽…무차별 군인 동원

입력 2024.03.09 (08:50) 수정 2024.03.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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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적 재난 또는 행사가 있으면 군인들이 동원돼 대민지원을 펼치곤 하죠.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북한 군인들의 경우 우리하고는 다른 면이 많은데, 지원이라고 하기엔 상시적으로 동원되는데다 대규모이고, 건설 업무 같은 전문적 작업에도 투입됩니다.

최근에도 북한은 지방경제 발전 정책의 일환인 평안남도 성천군 공업공장 건설을 위해 북한군 연대를 아예 새로 조직해 투입했습니다.

중대사에 동원되는 북한 군인들, 과연 부진한 북한 경제에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들판 사이를 내달리는 열차.

열차가 역사 플랫폼에 도착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독일 벤츠사의 최고급 승용차로 갈아탄 김 위원장이 도착한 곳은 평안남도 성천군 공업공장 착공식.

해마다 20개의 시와 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짓겠다던 지방발전 20×10(이십 승 십) 정책에 따른 첫 공장 건설이 시작된 겁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은 지방발전이 늦어진 것을 사과했는데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솔직히 이제야 이것을 시작하는가 하는 자괴심으로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공장건설을 위해 새롭게 조직한 북한군 124연대를 소개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우리 당은 이번에도 지방경제를 추켜세우는 10년 혁명의 전위에 우리 군대를 내세웠습니다. 제124연대 관병들의 전투적인 모습과 충천한 기개가 정말로 미덥고 감사합니다."]

건설 군인들에게 직접 연대기를 수여하고, 기념사진까지 남긴 김정은 위원장.

대규모 경제 건설에 군인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는 분석입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그동안 경제 집중 노선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계속 군인들을 경제 현장에 계속 동원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건설 전문 부대가 부족하니까 확충해라’라고 김정은이 지시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 배경에서 이번에 북한이 20×10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 전문 부대의 확충도 추진한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 부문 활성화에 늘 군대를 앞세웠습니다.

농사 지원이나 재해 복구는 물론 가장 힘든 건설 현장에도 군인 인력을 활용했는데요.

북한이 세계적 규모라 자랑하는 마식령스키장은 군대를 동원해 8개월 만에 공사를 끝냈고, 백두산 영웅청년 발전소의 경우 군인들이 인간 다리까지 만들며 물자를 날랐습니다.

["인민군대는 최고사령관이 바다를 메우라고 하면 바다를 메우고, 산을 떠 옮기라고 하면 산을 떠 옮겨야 합니다."]

2017년 조성된 평양 려명거리 역시 고층 아파트들의 골조 공사를 비롯한 핵심 공사에 군인들이 투입됐습니다.

["군인 건설자들은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승리의 보고를 기다리신다는 그 한 생각으로 결사의 투쟁을 벌여 74일 만에 초고층 살림집 골조를 완성하는 신화적인 건설 속도를 창조했습니다."]

국가 주도의 건설 현장 대부분에 군인들이 동원되다 보니 사병들은 군 복무 기간 내내 노동에 시달린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입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건설국이라고 해서 건설하는 군인들도 있긴 한데 그 외 모든 군인이 대부분 건설 현장에 동원 안 되는 부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인력이 부족한데 막노동 같은 건 아무나 할 수 있잖아요. 자재 옮기고 쌓고 이런 건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노동을 많이 하죠."]

하지만 이같은 역할에 비해 군인들의 지위는 상당히 낮고 그 처우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인민을 위한 헌신만 강조하면서 복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별다른 노력도 안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최전방 같은 경우는 대우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부대거든요. 그런데 전기가 안 들어오고 그리고 물 같은 경우엔 물 공급은 저희는 바랐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아요. 군인들이 알아서 직접 강에 들어가서 물을 떠 온다든가 샘물터 가서 물을 길어다가 충족했기 때문에 물 공급은 말했다간 큰일날 겁니다."]

유엔 인권기구는, 북한 군인들이 군사적 목적이 아닌 노동에 장기간 투입되는 것을 국제협약 위반으로 보고 있는데요.

징집된 청년들이 식량을 제대로 보급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영양실조 걸리는 게 사병들이죠. 왜냐면 (간부가) 먹을 거 다 가져가고 공사 현장 나가고 잠 제대로 못 자고 하니까 영양실조는 북한 군인들이 무조건 거쳐 가는 필수 코스라고 보시면 돼요. 지금은 64kg이거든요. 16kg 쪘는데 그때는(탈북 당시) 진짜 말랐었어요. (키가 어떻게 되나요?) 지금 174cm인데 키도 좀 큰 거 같아요. 키가 그땐 171cm인가 됐었는데 그때 48kg인가 46kg이었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군인들이 북한 내 어떤 집단보다 체력적으로 강하고, 훈련이 잘된 노동력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지도자의 명령으로 값싸고 빠르게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럴 것 같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에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 두 가지 위기에 처해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이 취한 방법은 대규모 군대를 유지해서 안보 위기에 대처하면서 경제 건설의 대규모 병력 중에 일부를 동원하는 방법을 취했던 거죠."]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리한 속도전에 따른 부실 공사입니다.

2014년 5월, 평양 평천지구에선 건설 중이던 23층짜리 아파트가 붕괴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속도전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당시 북한 매체도 주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고 간부가 주민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지도자가 제시한 과업에 집중해서 빨리 끝내야 다음 과업을 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도자가 지시하면 거기에 모든 자원을 다른 분야 자원까지 다 긁어모아서 빨리 해결하는 거죠. 이런 속도전이 일반적인데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서 부실시공이라든가 그런 게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2월 24일 : "2024년도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사업인 3단계 건설착공식이 2월 23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에선 공업 공장뿐 아니라 대규모 살림집 건설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2025년까지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인데요.

첫해 송화지구를 시작으로 2022년 화성지구 1단계, 2023년 화성지구 2단계 공사를 거쳐 올해 화성지구 3단계 건설에 착수한 겁니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군인이 동원됐습니다.

[김덕훈/북한 내각 총리 : "5만 세대 살림집 완공의 결정적 담보를 마련하기 위한 새 진군에 나선 영용한 인민군 장병들과 수도건설자들에게 뜨거운 전투적 인사를 드립니다."]

건설 현장 투입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차출된 군인들.

북한에 고층 아파트와 현대적 공장이 들어설수록 이들의 고단함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반면 국가를 향한 충성심은 줄어들 거란 분석입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인간의 기본 욕구는 채워줘야죠. 먹을 걸 채워줘야 하고 식욕도 채워야 하고 수면욕도 채워야 하는데 그게 다 안 되니까. 정상적인 패턴대로 군인의 의무만 수행한다면 괜찮은데 먹지 못하고 공사 현장 나가고 농사 현장 나가고 그러다 보니 그게 가장 힘든 거 같아요. 총폭탄, 육탄정신 말로 듣긴 많이 하죠.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싸우겠다. 이런 신념까진 없었던 거 같아요. 왜냐면 어차피 죽는 건 나고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냐 이런 생각까지도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전문가들 역시 궁극적으로 대규모 군인 동원이 북한 경제발전에 효율적이지 못할 거라고 평가합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경제발전을 위해서 더 효율적인 정책은 군대를 줄이고 이 제대한 군인을 농촌의 농사 현장이라든지 경제 건설 현장에 더 많이 공급하는 게 더 좋은 정책입니다. 실제로 1970년대 말에 중국이 개혁 개방 정책을 추구할 때는 그런 정책을 많이 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과 관계가 안 좋고 미국과 관계가 안 좋으니까 그럴 수가 없다고 보고 군대를 늘려서 이 군대 병력을 경제 현장에 김정은의 지시 한 마디로 보내겠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거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인민군 장병들! 위대한 우리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자! 우리의 성스러운 투쟁을 향하여 앞으로!"]

군인의 기본 임무를 넘어 경제 건설의 막중한 책임까지 떠맡고 있는 북한 군인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경제 및 국방발전 5개년 계획 완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북한 군인들의 고충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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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9 08:50:19
    • 수정2024-03-09 09: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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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적 재난 또는 행사가 있으면 군인들이 동원돼 대민지원을 펼치곤 하죠.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북한 군인들의 경우 우리하고는 다른 면이 많은데, 지원이라고 하기엔 상시적으로 동원되는데다 대규모이고, 건설 업무 같은 전문적 작업에도 투입됩니다.

최근에도 북한은 지방경제 발전 정책의 일환인 평안남도 성천군 공업공장 건설을 위해 북한군 연대를 아예 새로 조직해 투입했습니다.

중대사에 동원되는 북한 군인들, 과연 부진한 북한 경제에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들판 사이를 내달리는 열차.

열차가 역사 플랫폼에 도착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독일 벤츠사의 최고급 승용차로 갈아탄 김 위원장이 도착한 곳은 평안남도 성천군 공업공장 착공식.

해마다 20개의 시와 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짓겠다던 지방발전 20×10(이십 승 십) 정책에 따른 첫 공장 건설이 시작된 겁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은 지방발전이 늦어진 것을 사과했는데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솔직히 이제야 이것을 시작하는가 하는 자괴심으로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공장건설을 위해 새롭게 조직한 북한군 124연대를 소개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우리 당은 이번에도 지방경제를 추켜세우는 10년 혁명의 전위에 우리 군대를 내세웠습니다. 제124연대 관병들의 전투적인 모습과 충천한 기개가 정말로 미덥고 감사합니다."]

건설 군인들에게 직접 연대기를 수여하고, 기념사진까지 남긴 김정은 위원장.

대규모 경제 건설에 군인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는 분석입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그동안 경제 집중 노선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계속 군인들을 경제 현장에 계속 동원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건설 전문 부대가 부족하니까 확충해라’라고 김정은이 지시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 배경에서 이번에 북한이 20×10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 전문 부대의 확충도 추진한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 부문 활성화에 늘 군대를 앞세웠습니다.

농사 지원이나 재해 복구는 물론 가장 힘든 건설 현장에도 군인 인력을 활용했는데요.

북한이 세계적 규모라 자랑하는 마식령스키장은 군대를 동원해 8개월 만에 공사를 끝냈고, 백두산 영웅청년 발전소의 경우 군인들이 인간 다리까지 만들며 물자를 날랐습니다.

["인민군대는 최고사령관이 바다를 메우라고 하면 바다를 메우고, 산을 떠 옮기라고 하면 산을 떠 옮겨야 합니다."]

2017년 조성된 평양 려명거리 역시 고층 아파트들의 골조 공사를 비롯한 핵심 공사에 군인들이 투입됐습니다.

["군인 건설자들은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승리의 보고를 기다리신다는 그 한 생각으로 결사의 투쟁을 벌여 74일 만에 초고층 살림집 골조를 완성하는 신화적인 건설 속도를 창조했습니다."]

국가 주도의 건설 현장 대부분에 군인들이 동원되다 보니 사병들은 군 복무 기간 내내 노동에 시달린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입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건설국이라고 해서 건설하는 군인들도 있긴 한데 그 외 모든 군인이 대부분 건설 현장에 동원 안 되는 부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인력이 부족한데 막노동 같은 건 아무나 할 수 있잖아요. 자재 옮기고 쌓고 이런 건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노동을 많이 하죠."]

하지만 이같은 역할에 비해 군인들의 지위는 상당히 낮고 그 처우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인민을 위한 헌신만 강조하면서 복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별다른 노력도 안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최전방 같은 경우는 대우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부대거든요. 그런데 전기가 안 들어오고 그리고 물 같은 경우엔 물 공급은 저희는 바랐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아요. 군인들이 알아서 직접 강에 들어가서 물을 떠 온다든가 샘물터 가서 물을 길어다가 충족했기 때문에 물 공급은 말했다간 큰일날 겁니다."]

유엔 인권기구는, 북한 군인들이 군사적 목적이 아닌 노동에 장기간 투입되는 것을 국제협약 위반으로 보고 있는데요.

징집된 청년들이 식량을 제대로 보급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영양실조 걸리는 게 사병들이죠. 왜냐면 (간부가) 먹을 거 다 가져가고 공사 현장 나가고 잠 제대로 못 자고 하니까 영양실조는 북한 군인들이 무조건 거쳐 가는 필수 코스라고 보시면 돼요. 지금은 64kg이거든요. 16kg 쪘는데 그때는(탈북 당시) 진짜 말랐었어요. (키가 어떻게 되나요?) 지금 174cm인데 키도 좀 큰 거 같아요. 키가 그땐 171cm인가 됐었는데 그때 48kg인가 46kg이었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군인들이 북한 내 어떤 집단보다 체력적으로 강하고, 훈련이 잘된 노동력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지도자의 명령으로 값싸고 빠르게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럴 것 같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에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 두 가지 위기에 처해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이 취한 방법은 대규모 군대를 유지해서 안보 위기에 대처하면서 경제 건설의 대규모 병력 중에 일부를 동원하는 방법을 취했던 거죠."]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리한 속도전에 따른 부실 공사입니다.

2014년 5월, 평양 평천지구에선 건설 중이던 23층짜리 아파트가 붕괴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속도전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당시 북한 매체도 주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고 간부가 주민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지도자가 제시한 과업에 집중해서 빨리 끝내야 다음 과업을 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도자가 지시하면 거기에 모든 자원을 다른 분야 자원까지 다 긁어모아서 빨리 해결하는 거죠. 이런 속도전이 일반적인데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서 부실시공이라든가 그런 게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2월 24일 : "2024년도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사업인 3단계 건설착공식이 2월 23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에선 공업 공장뿐 아니라 대규모 살림집 건설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2025년까지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인데요.

첫해 송화지구를 시작으로 2022년 화성지구 1단계, 2023년 화성지구 2단계 공사를 거쳐 올해 화성지구 3단계 건설에 착수한 겁니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군인이 동원됐습니다.

[김덕훈/북한 내각 총리 : "5만 세대 살림집 완공의 결정적 담보를 마련하기 위한 새 진군에 나선 영용한 인민군 장병들과 수도건설자들에게 뜨거운 전투적 인사를 드립니다."]

건설 현장 투입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차출된 군인들.

북한에 고층 아파트와 현대적 공장이 들어설수록 이들의 고단함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반면 국가를 향한 충성심은 줄어들 거란 분석입니다.

[김강유/북한 민경대 출신/2016년 탈북 : "인간의 기본 욕구는 채워줘야죠. 먹을 걸 채워줘야 하고 식욕도 채워야 하고 수면욕도 채워야 하는데 그게 다 안 되니까. 정상적인 패턴대로 군인의 의무만 수행한다면 괜찮은데 먹지 못하고 공사 현장 나가고 농사 현장 나가고 그러다 보니 그게 가장 힘든 거 같아요. 총폭탄, 육탄정신 말로 듣긴 많이 하죠.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싸우겠다. 이런 신념까진 없었던 거 같아요. 왜냐면 어차피 죽는 건 나고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냐 이런 생각까지도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전문가들 역시 궁극적으로 대규모 군인 동원이 북한 경제발전에 효율적이지 못할 거라고 평가합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경제발전을 위해서 더 효율적인 정책은 군대를 줄이고 이 제대한 군인을 농촌의 농사 현장이라든지 경제 건설 현장에 더 많이 공급하는 게 더 좋은 정책입니다. 실제로 1970년대 말에 중국이 개혁 개방 정책을 추구할 때는 그런 정책을 많이 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과 관계가 안 좋고 미국과 관계가 안 좋으니까 그럴 수가 없다고 보고 군대를 늘려서 이 군대 병력을 경제 현장에 김정은의 지시 한 마디로 보내겠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거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인민군 장병들! 위대한 우리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자! 우리의 성스러운 투쟁을 향하여 앞으로!"]

군인의 기본 임무를 넘어 경제 건설의 막중한 책임까지 떠맡고 있는 북한 군인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경제 및 국방발전 5개년 계획 완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북한 군인들의 고충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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