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골칫거리 된 ‘비둘기’…“불임 사료로 조절?” [뉴스 인사이트]

입력 2024.03.13 (18:22) 수정 2024.03.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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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 '쥐둘기'라는 오명을 쓰고 2009년 유해동물로 지정됐죠.

비둘기 수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인데, 개체수 조절 방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배지현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배 기자, 도심 속 비둘기 떼 어디로 주로 볼 수 있나요?

[기자]

네, 길을 가다가 비둘기 떼를 마주치는 경험 이미 너무나 익숙하실 겁니다.

취재를 위해 도심에서 비둘기가 주로 나타나는 장소를 찾아다녔는데요.

지상과 이어지는 기차나 지하철역 내부에서 비둘기떼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서울의 한 지하철역 입구에 독수리 사진이 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역사 안으로 비둘기가 계속 들어오니, 상위 포식자인 흰머리수리 사진을 임시방편으로 붙여 놓은 겁니다.

[앵커]

이 사진, 실제로 비둘기를 쫓는 효과가 있는 건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효과가 없을 거라고 봤습니다.

비둘기는 적응이 빠른 동물이기 때문에 처음엔 사진을 보고 놀라도 나중엔 적응해서 아무렇지 않단 겁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임시방편 조치까지 필요할 정도로 비둘기로 인한 시민 불편이 크다는 건데요.

역 앞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임상하/서울시 용산구 : "날아 다니면은 먼지 날리고 그러니까 역에서 비둘기를 만나면 일단은 가만히 있는 편입니다. (비둘기가) 깨끗하지 않고 좀 더러운 느낌도 있고요."]

[김기현/서울시 동작구 : "(비둘기 때문에) 도망 다니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한테 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상의 불편을 넘어서 비둘기 배설물로 인해 도심 시설이 부식되고 오염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는 육교의 10kg 짜리 철판 외장재가 인도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철판이 떨어진 이유, 비둘기 배설물 등이 10년 넘게 쌓이며 시설물을 부식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결국 비둘기가 너무 많은게 문제란 건데, 얼마나 많은 건가요?

[기자]

집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 불리면서 한때 대거 수입됐습니다.

80년대엔 스포츠 행사들에서 비둘기 5천여 마리를 날려보내기도 했고요.

이후 천적이 없는 도심에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집비둘기는 2021년 약 2만 7천 마리에서 1년 만에 3만 5천여 마리로 급격히 증가 중입니다.

개체수가 늘면서 관련 민원도 2022년을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천 3백 건을 넘어섰는데, 5년 전보다 3배가 늘어난 수준입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이 통과됐습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개체수 증가와 직결된다는 건데요,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유정칠/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 "비둘기에 먹이를 계속 주게 되면은 비둘기가 번식 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아지게 됩니다. (먹이만 충분하면) 일 년에 두 번, 세 번 이상을 번식할 수 있는 새이기 때문에…"]

[앵커]

그런데 이 법안을 동물보호단체에선 반대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동물보호단체에선 '비둘기를 굶겨 죽이는 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다만 비둘기 개체수가 너무 많은게 문제는 맞으니, '불임 모이'를 줘서 그 수를 줄여보자는 게 동물 보호단체의 설명입니다.

비둘기에게 4년째 불임 모이를 주고 있는 단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지현/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 대표 : "(2021년부터 불임 모이를 주고 있는데) 주민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비둘기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눈대중으로도…."]

실제로 불임 모이를 채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비둘기 개체 수가 55%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가 담긴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불임 모이를 비둘기가 아닌 다른 동물들이 먹는 경우 생태계 교란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결국 인간이 비둘기를 들여와 또 그 수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인데, 비둘기와 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조창훈 허수곤 김철호/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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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골칫거리 된 ‘비둘기’…“불임 사료로 조절?” [뉴스 인사이트]
    • 입력 2024-03-13 18:22:42
    • 수정2024-03-13 18: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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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 '쥐둘기'라는 오명을 쓰고 2009년 유해동물로 지정됐죠.

비둘기 수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인데, 개체수 조절 방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배지현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배 기자, 도심 속 비둘기 떼 어디로 주로 볼 수 있나요?

[기자]

네, 길을 가다가 비둘기 떼를 마주치는 경험 이미 너무나 익숙하실 겁니다.

취재를 위해 도심에서 비둘기가 주로 나타나는 장소를 찾아다녔는데요.

지상과 이어지는 기차나 지하철역 내부에서 비둘기떼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서울의 한 지하철역 입구에 독수리 사진이 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역사 안으로 비둘기가 계속 들어오니, 상위 포식자인 흰머리수리 사진을 임시방편으로 붙여 놓은 겁니다.

[앵커]

이 사진, 실제로 비둘기를 쫓는 효과가 있는 건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효과가 없을 거라고 봤습니다.

비둘기는 적응이 빠른 동물이기 때문에 처음엔 사진을 보고 놀라도 나중엔 적응해서 아무렇지 않단 겁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임시방편 조치까지 필요할 정도로 비둘기로 인한 시민 불편이 크다는 건데요.

역 앞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임상하/서울시 용산구 : "날아 다니면은 먼지 날리고 그러니까 역에서 비둘기를 만나면 일단은 가만히 있는 편입니다. (비둘기가) 깨끗하지 않고 좀 더러운 느낌도 있고요."]

[김기현/서울시 동작구 : "(비둘기 때문에) 도망 다니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한테 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상의 불편을 넘어서 비둘기 배설물로 인해 도심 시설이 부식되고 오염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는 육교의 10kg 짜리 철판 외장재가 인도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철판이 떨어진 이유, 비둘기 배설물 등이 10년 넘게 쌓이며 시설물을 부식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결국 비둘기가 너무 많은게 문제란 건데, 얼마나 많은 건가요?

[기자]

집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 불리면서 한때 대거 수입됐습니다.

80년대엔 스포츠 행사들에서 비둘기 5천여 마리를 날려보내기도 했고요.

이후 천적이 없는 도심에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집비둘기는 2021년 약 2만 7천 마리에서 1년 만에 3만 5천여 마리로 급격히 증가 중입니다.

개체수가 늘면서 관련 민원도 2022년을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천 3백 건을 넘어섰는데, 5년 전보다 3배가 늘어난 수준입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이 통과됐습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개체수 증가와 직결된다는 건데요,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유정칠/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 "비둘기에 먹이를 계속 주게 되면은 비둘기가 번식 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아지게 됩니다. (먹이만 충분하면) 일 년에 두 번, 세 번 이상을 번식할 수 있는 새이기 때문에…"]

[앵커]

그런데 이 법안을 동물보호단체에선 반대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동물보호단체에선 '비둘기를 굶겨 죽이는 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다만 비둘기 개체수가 너무 많은게 문제는 맞으니, '불임 모이'를 줘서 그 수를 줄여보자는 게 동물 보호단체의 설명입니다.

비둘기에게 4년째 불임 모이를 주고 있는 단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지현/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 대표 : "(2021년부터 불임 모이를 주고 있는데) 주민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비둘기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눈대중으로도…."]

실제로 불임 모이를 채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비둘기 개체 수가 55%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가 담긴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불임 모이를 비둘기가 아닌 다른 동물들이 먹는 경우 생태계 교란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결국 인간이 비둘기를 들여와 또 그 수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인데, 비둘기와 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조창훈 허수곤 김철호/영상편집:신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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