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우리 동네 ‘인민반장’…주민 감시 ‘제1선’

입력 2024.03.16 (08:52) 수정 2024.03.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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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 씨 일가에 대한 충성 구호 속에 살면서 열악한 생활 환경도 견뎌야 하는 북한 주민들을 볼 때면,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듯 옴짝달싹을 못 할까하는 생각 드실 겁니다.

탈북민들은 하나같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감시 체계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북한은 생애 주기별로 각종 조직을 만들어 주민들을 속박하고, 검열과 통제 시스템을 가동하죠.

그리고 이런 주민 감시의 제1선에 선 사람은 우리의 통장에 해당하는 인민반장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 이동을 철저하게 통제할 당시에도 인민반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웃이자 감시자, 북한의 인민반장을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박수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북한 방송 프로그램의 사회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어서 대형 화면을 통해 여러 명의 북한 여성들이 소개됩니다.

["네, 방금 화면에서 본 여인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까? (인민반장!) 네, 대번에 짚는데 우리 인민반장, 옳습니다."]

프로그램은 전국각지 인민반장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희생정신을 부각했는데요.

중년 여배우가 직접 인민반을 찾아가 취재를 하고.

[윤금희/평성시 중덕동 제93 인민반 : "우리 영옥 반장 동지가 인민반장이 돼서부터 정말 단합된 인민반이 됐습니다. 아이 낳으면 아이 옷 들고 찾아가고 제가 아팠을 때는 약을 들고 찾아와서 빨리 일어나라고 고무(격려)해주고 마음 속으로 고충이 있는 세대는 가서 진정으로 위해주고."]

인민반장의 헌신적인 사연을 연극 무대로 재연하기도 했습니다.

["엄만 그저 우리 인민반, 우리 인민반. 그저 우리 인민반밖에 몰라!"]

["아니 그럼 인민반장이 우리 인민반 우리 인민반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겠니?"]

그러나 방송 끝 무렵엔 개인의 영광보단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강조함으로써 인민반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짐작게 합니다.

[강혜숙/중구역 중성동 제41 인민반장 : "인민반을 화목한 하나의 대가족으로 꾸려나갑시다. 우리 어버이 어깨에 실린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나라의 맏며느리가 됩시다."]

북한은 각각의 세대를 20~40개씩 묶어‘인민반’을 조직합니다.

그리고 인민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인민반장’을 선발하는데요.

우리의 통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업무의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주민 전출입 같은 행정사무는 물론, 배급과 생활 총화, 인민반에 할당되는 각종 동원 과제도 수행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주민 감시라는 게 탈북민들의 공통적인 증언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화목한 하나의 집단을 위해서 존재하는 역할이라고는 하는데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저 집에 평소에 누가 드나드는지 친구라면 친구, 아는 지인들은 어떤 사람들이 드나드는지 다 감시해서 어딘가에 보고를 하는 그런 역할이고 집이라는 공간이 굉장히 아늑하고 어찌 보면 나한테 되게 안정적인 그런 공간인데 그런 공간에서 감시자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실제 북한에서 30년간 인민반장 생활을 한 탈북민은 매달 인민반 주민대장을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보안원에게 보고했다고 하는데요.

[전옥실/전 북한 무산군읍 인민반장 : "세대마다 주민 대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세대의 갓난아기부터 시작해서 어르신들까지 몽땅 다 거기다가 입력합니다. 그다음에 매달 한 번씩 보안원들이나 안전원들이 나와서 주민 대장을 놓고 이 집은 사람이 있는가, 이 사람은 어디에 가 있는가 다 조사합니다. 인민반장들이 그런 걸 보고하는 게 있습니다."]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다 알고 있을 만큼 주민 개개인의 사생활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옥실/전 북한 무산군읍 인민반장 : "우리 인민반에도 35세대가 살았는데 가정마다 식구 다섯이면 숟가락, 젓가락 5개씩 다 있어야 합니다. 그걸 반장이 다 알고 있습니다. 매달 한 번씩 보안원이나 안전원들이 오면 숟가락 수는 반장들이 알고 있으니까 인원수를 가지고 이 사람이 어디에 가 있는가? 오늘은 있는지 출근했는지 이렇게 따집니다."]

철저한 주민 통제를 통해 강력한 단일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사생활을 말단에서 감시하는 현장 인력이 바로 인민반장인 겁니다.

그리고 인민반장에겐 각 세대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고발을 할 수 있는 권한, 문제가 있으면 상부에 올려야 되는 그런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일상의 행동과 관련해서 인민반장이 상당히 많이 개입할 수가 있는 거죠. 하다못해 인민반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집안의 초상화, 즉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백두산 3대 장군의 초상이 제대로 있는가도 인민반장이 점검해야 하고 위생시설 있잖아요. 이것(점검)도 인민반장의 역할이에요. 집안의 위생이 제대로 되고 있나 이런 것도 다 인민반장이 집마다 가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촘촘한 정도가 거의 우리 수준을 넘어서는 거죠."]

인민반장의 감시는 밤, 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주민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선 불순분자나 직장 무단이탈자, 불법 여행자 등을 적발하기 위해 ‘숙박검열’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인민반장이 보안원을 대동해 진행합니다.

세대 구성원을 제외한 손님은 사전 신고 없이 숙박할 수 없고, 불시 단속에 걸리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밤중에 보안원이 인민반장이랑 같이 들어와요. 자고 있는데 막 얼굴에다 전짓불이라고 해야 하나 LED 있잖아요. 그걸 비춰요, 조명을. 그리고 이 집 4명이다. 인민반장이 보증해서 이 집 4명 맞아요. 4명이 자고 있으면 그냥 나가고 그 과정에 같은 평양 사람끼리도 보고하지 않고 와서 잠을 잤다면 문제가 되기는 하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비사회주의 현상을 강력하게 차단해온 만큼 인민반장에겐 더욱 힘이 실렸는데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민반장의 역할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김윤희/안주시 칠성동 사무장/2022년 5월 : "오늘 아침만 해도 우리 동에서는 유열자들에 대한 장악사업을 동 위생반장 인민반장을 통해서 빠짐없이 진행했습니다."]]

[장미화/함경북도의료품교류사 의사/2022년 5월 : "호담당 의사들과 인민반장들하고 짜고 들어서 약품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상 방역 시기 물자와 약품을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긴급 구조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북한 당국도 이런 인민반장들의 일화를 미담으로 엮어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대성구역 룡북동 주민/2022년 7월 : "야, 이거 반장이 진짜 우리 인민의 반장이구나. 자기 아픔은 생각지도 않고 진짜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세대들을 병에서도 살리고 생활에서 어려운 것도 살려내겠는가..."]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수 천 수 만에 달하는 이 나라 인민반장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인민반장의 역할을 부각한 속내는 주민통제, 체제유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코로나 팬데믹이 인민반장의 역할을 크게 하고 중요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어요. 왜냐하면 움직이지 않게 주민들이 이동하면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그걸 관리해야 되는데, 가정 단위 지역에서 그걸 관리하는 게 인민반장의 역할이 됐습니다. 그래서 방역 주체, 지역 방역을 책임지는 인민반장의 역할이 부과되면서 인민반장의 역할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내부 동영상 교육자료입니다.

한 여성이 종아리가 드러난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팔이 다 드러난 짧은 소매를 입었다는 이유로 규찰대 단속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오면 안 됩니까?"]

영상 해설자는 비판을 이어가는데요.

["자기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뻔뻔스럽게 몰아대는(주장하는) 최옥현의 행태는 그가 썩어빠진 서양 문화, 양키에 단단히 물들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도의 거리에 이런 옷차림을 하고 버젓이 돌아치는 사람들을 가리켜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식 사회주의의 존엄 높은 교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 평양시민이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눈여겨볼 점은 여성의 이름과 함께 소속 인민반을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의 흐트러진 기강에 대해 인민반장의 책임을 더 강력하게 묻겠다는 의도로 풀이 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북한은 핵이나 첨단 전략무기에 김정은을 비롯한 국가 차원에서의 집중적인 걸 첨단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까 사회 관리, 일상에 먹고사는 문제를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요. 자기 가정을 책임지면 그 옆 가정을 같이 책임지라는 거죠. 이러면서 인민반장,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종의 전 국민 동원 체제에서의 역할 분담이라고 보면 됩니다."]

북한이 비사회주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일반 가정에 대한 인민반장의 감시 역시 더욱 치밀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일상이 되어 버린 감시 속에서 주민들의 통제된 행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위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모두가 달라붙어서 통제하고 감시하고 그게 일상이 되면 그런 통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교육과 감시와 통제 그리고 공포 이게 늘 항상 공존한다 같이.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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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우리 동네 ‘인민반장’…주민 감시 ‘제1선’
    • 입력 2024-03-16 08:52:30
    • 수정2024-03-16 09:34:44
    남북의 창
[앵커]

김 씨 일가에 대한 충성 구호 속에 살면서 열악한 생활 환경도 견뎌야 하는 북한 주민들을 볼 때면,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듯 옴짝달싹을 못 할까하는 생각 드실 겁니다.

탈북민들은 하나같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감시 체계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북한은 생애 주기별로 각종 조직을 만들어 주민들을 속박하고, 검열과 통제 시스템을 가동하죠.

그리고 이런 주민 감시의 제1선에 선 사람은 우리의 통장에 해당하는 인민반장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 이동을 철저하게 통제할 당시에도 인민반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이웃이자 감시자, 북한의 인민반장을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박수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북한 방송 프로그램의 사회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어서 대형 화면을 통해 여러 명의 북한 여성들이 소개됩니다.

["네, 방금 화면에서 본 여인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까? (인민반장!) 네, 대번에 짚는데 우리 인민반장, 옳습니다."]

프로그램은 전국각지 인민반장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희생정신을 부각했는데요.

중년 여배우가 직접 인민반을 찾아가 취재를 하고.

[윤금희/평성시 중덕동 제93 인민반 : "우리 영옥 반장 동지가 인민반장이 돼서부터 정말 단합된 인민반이 됐습니다. 아이 낳으면 아이 옷 들고 찾아가고 제가 아팠을 때는 약을 들고 찾아와서 빨리 일어나라고 고무(격려)해주고 마음 속으로 고충이 있는 세대는 가서 진정으로 위해주고."]

인민반장의 헌신적인 사연을 연극 무대로 재연하기도 했습니다.

["엄만 그저 우리 인민반, 우리 인민반. 그저 우리 인민반밖에 몰라!"]

["아니 그럼 인민반장이 우리 인민반 우리 인민반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겠니?"]

그러나 방송 끝 무렵엔 개인의 영광보단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강조함으로써 인민반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짐작게 합니다.

[강혜숙/중구역 중성동 제41 인민반장 : "인민반을 화목한 하나의 대가족으로 꾸려나갑시다. 우리 어버이 어깨에 실린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나라의 맏며느리가 됩시다."]

북한은 각각의 세대를 20~40개씩 묶어‘인민반’을 조직합니다.

그리고 인민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인민반장’을 선발하는데요.

우리의 통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업무의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주민 전출입 같은 행정사무는 물론, 배급과 생활 총화, 인민반에 할당되는 각종 동원 과제도 수행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주민 감시라는 게 탈북민들의 공통적인 증언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화목한 하나의 집단을 위해서 존재하는 역할이라고는 하는데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저 집에 평소에 누가 드나드는지 친구라면 친구, 아는 지인들은 어떤 사람들이 드나드는지 다 감시해서 어딘가에 보고를 하는 그런 역할이고 집이라는 공간이 굉장히 아늑하고 어찌 보면 나한테 되게 안정적인 그런 공간인데 그런 공간에서 감시자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실제 북한에서 30년간 인민반장 생활을 한 탈북민은 매달 인민반 주민대장을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보안원에게 보고했다고 하는데요.

[전옥실/전 북한 무산군읍 인민반장 : "세대마다 주민 대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세대의 갓난아기부터 시작해서 어르신들까지 몽땅 다 거기다가 입력합니다. 그다음에 매달 한 번씩 보안원들이나 안전원들이 나와서 주민 대장을 놓고 이 집은 사람이 있는가, 이 사람은 어디에 가 있는가 다 조사합니다. 인민반장들이 그런 걸 보고하는 게 있습니다."]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다 알고 있을 만큼 주민 개개인의 사생활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옥실/전 북한 무산군읍 인민반장 : "우리 인민반에도 35세대가 살았는데 가정마다 식구 다섯이면 숟가락, 젓가락 5개씩 다 있어야 합니다. 그걸 반장이 다 알고 있습니다. 매달 한 번씩 보안원이나 안전원들이 오면 숟가락 수는 반장들이 알고 있으니까 인원수를 가지고 이 사람이 어디에 가 있는가? 오늘은 있는지 출근했는지 이렇게 따집니다."]

철저한 주민 통제를 통해 강력한 단일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사생활을 말단에서 감시하는 현장 인력이 바로 인민반장인 겁니다.

그리고 인민반장에겐 각 세대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고발을 할 수 있는 권한, 문제가 있으면 상부에 올려야 되는 그런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일상의 행동과 관련해서 인민반장이 상당히 많이 개입할 수가 있는 거죠. 하다못해 인민반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집안의 초상화, 즉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백두산 3대 장군의 초상이 제대로 있는가도 인민반장이 점검해야 하고 위생시설 있잖아요. 이것(점검)도 인민반장의 역할이에요. 집안의 위생이 제대로 되고 있나 이런 것도 다 인민반장이 집마다 가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촘촘한 정도가 거의 우리 수준을 넘어서는 거죠."]

인민반장의 감시는 밤, 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주민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선 불순분자나 직장 무단이탈자, 불법 여행자 등을 적발하기 위해 ‘숙박검열’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인민반장이 보안원을 대동해 진행합니다.

세대 구성원을 제외한 손님은 사전 신고 없이 숙박할 수 없고, 불시 단속에 걸리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밤중에 보안원이 인민반장이랑 같이 들어와요. 자고 있는데 막 얼굴에다 전짓불이라고 해야 하나 LED 있잖아요. 그걸 비춰요, 조명을. 그리고 이 집 4명이다. 인민반장이 보증해서 이 집 4명 맞아요. 4명이 자고 있으면 그냥 나가고 그 과정에 같은 평양 사람끼리도 보고하지 않고 와서 잠을 잤다면 문제가 되기는 하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비사회주의 현상을 강력하게 차단해온 만큼 인민반장에겐 더욱 힘이 실렸는데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민반장의 역할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김윤희/안주시 칠성동 사무장/2022년 5월 : "오늘 아침만 해도 우리 동에서는 유열자들에 대한 장악사업을 동 위생반장 인민반장을 통해서 빠짐없이 진행했습니다."]]

[장미화/함경북도의료품교류사 의사/2022년 5월 : "호담당 의사들과 인민반장들하고 짜고 들어서 약품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상 방역 시기 물자와 약품을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긴급 구조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북한 당국도 이런 인민반장들의 일화를 미담으로 엮어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대성구역 룡북동 주민/2022년 7월 : "야, 이거 반장이 진짜 우리 인민의 반장이구나. 자기 아픔은 생각지도 않고 진짜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세대들을 병에서도 살리고 생활에서 어려운 것도 살려내겠는가..."]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수 천 수 만에 달하는 이 나라 인민반장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인민반장의 역할을 부각한 속내는 주민통제, 체제유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코로나 팬데믹이 인민반장의 역할을 크게 하고 중요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어요. 왜냐하면 움직이지 않게 주민들이 이동하면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그걸 관리해야 되는데, 가정 단위 지역에서 그걸 관리하는 게 인민반장의 역할이 됐습니다. 그래서 방역 주체, 지역 방역을 책임지는 인민반장의 역할이 부과되면서 인민반장의 역할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내부 동영상 교육자료입니다.

한 여성이 종아리가 드러난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팔이 다 드러난 짧은 소매를 입었다는 이유로 규찰대 단속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오면 안 됩니까?"]

영상 해설자는 비판을 이어가는데요.

["자기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뻔뻔스럽게 몰아대는(주장하는) 최옥현의 행태는 그가 썩어빠진 서양 문화, 양키에 단단히 물들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도의 거리에 이런 옷차림을 하고 버젓이 돌아치는 사람들을 가리켜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식 사회주의의 존엄 높은 교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 평양시민이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눈여겨볼 점은 여성의 이름과 함께 소속 인민반을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의 흐트러진 기강에 대해 인민반장의 책임을 더 강력하게 묻겠다는 의도로 풀이 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북한은 핵이나 첨단 전략무기에 김정은을 비롯한 국가 차원에서의 집중적인 걸 첨단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까 사회 관리, 일상에 먹고사는 문제를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요. 자기 가정을 책임지면 그 옆 가정을 같이 책임지라는 거죠. 이러면서 인민반장,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종의 전 국민 동원 체제에서의 역할 분담이라고 보면 됩니다."]

북한이 비사회주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일반 가정에 대한 인민반장의 감시 역시 더욱 치밀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일상이 되어 버린 감시 속에서 주민들의 통제된 행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위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모두가 달라붙어서 통제하고 감시하고 그게 일상이 되면 그런 통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교육과 감시와 통제 그리고 공포 이게 늘 항상 공존한다 같이.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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