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백두대간, 엉터리 식물 이식

입력 2005.10.27 (22:16)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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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두대간에 스키장이나 발전소가 들어서면 희귀 야생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심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떨까요? 대부분이 엉터리로 이식돼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덕유산 국립공원 내 무주리조트입니다. 5백 년 된 구상나무와 주목 군락지가 펼쳐진 원시림 지역입니다.

리조트 곳곳에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죽은 나무들이 발견됩니다.

한반도에만 있는 희귀종 구상나무. 10여 년 전 슬로프 주변으로 옮겨심은 113그루 모두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진(무주리조트 시설팀장): "이식하면 살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 면서 나무의 상태를 보니까 이식해서는 안될 나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산지대에 일부만 남아있는 '주목'도 옮겨심은 뒤 수난을 당했습니다.

밑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식한 250여 그루 중 43%가 죽었습니다.

희귀식물을 옮겨서 키우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내줬지만, 결국 이식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곳에는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고산 습지 생태계가 파괴됐습니다.

발전소 측은 노랑매미꽃과 연복초를 옮겨심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식 장소마저 불분명합니다.

발전소 건설 당시 받은 환경영향평가에는 이 사찰 주변 10여 곳에 나눠 희귀 야생 식물을 옮겨심도록 했습니다.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채취를 막기 위해섭니다.

발전소측이 이식 장소라고 지목한 곳은 한 군데.

그나마 옮겨심었다는 야생 식물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녹취> 발전소 관계자: "아는 분들에게 용역을 주어서 옮겨심었거든요? (그 사람들이)희귀식물이 아닌데, 희귀종으로 착각하고, 옮겨심었다고 볼 수도 있어요"

백두대간 내 다른 개발지에서도 허가 조건이었던 야생식물 이전 작업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정용미(녹색연합 백두대간 팀장): "개발사업의 명분을 세워주기 위해 불가능한 이식사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식 이후에 대부분의 식물들이 죽어가는..."

실효성 없는 엉터리 이식 사업으로 인해 우리나라 고유의 희귀 식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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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백두대간, 엉터리 식물 이식
    • 입력 2005-10-27 21:30:43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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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두대간에 스키장이나 발전소가 들어서면 희귀 야생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심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떨까요? 대부분이 엉터리로 이식돼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덕유산 국립공원 내 무주리조트입니다. 5백 년 된 구상나무와 주목 군락지가 펼쳐진 원시림 지역입니다. 리조트 곳곳에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죽은 나무들이 발견됩니다. 한반도에만 있는 희귀종 구상나무. 10여 년 전 슬로프 주변으로 옮겨심은 113그루 모두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진(무주리조트 시설팀장): "이식하면 살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 면서 나무의 상태를 보니까 이식해서는 안될 나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산지대에 일부만 남아있는 '주목'도 옮겨심은 뒤 수난을 당했습니다. 밑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식한 250여 그루 중 43%가 죽었습니다. 희귀식물을 옮겨서 키우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내줬지만, 결국 이식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곳에는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고산 습지 생태계가 파괴됐습니다. 발전소 측은 노랑매미꽃과 연복초를 옮겨심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식 장소마저 불분명합니다. 발전소 건설 당시 받은 환경영향평가에는 이 사찰 주변 10여 곳에 나눠 희귀 야생 식물을 옮겨심도록 했습니다.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채취를 막기 위해섭니다. 발전소측이 이식 장소라고 지목한 곳은 한 군데. 그나마 옮겨심었다는 야생 식물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녹취> 발전소 관계자: "아는 분들에게 용역을 주어서 옮겨심었거든요? (그 사람들이)희귀식물이 아닌데, 희귀종으로 착각하고, 옮겨심었다고 볼 수도 있어요" 백두대간 내 다른 개발지에서도 허가 조건이었던 야생식물 이전 작업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정용미(녹색연합 백두대간 팀장): "개발사업의 명분을 세워주기 위해 불가능한 이식사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식 이후에 대부분의 식물들이 죽어가는..." 실효성 없는 엉터리 이식 사업으로 인해 우리나라 고유의 희귀 식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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