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아버지’ 말고는 다 거짓말”…법정 증언 나선 피해자들

입력 2024.03.22 (16: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전직 구청장인 아버지를 내세워 한 사람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투자금을 받아 챙긴 40대 여성의 사기 행각이 부산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금은 150억 원까지 불어났고, 구속기소 된 지 두 달 반만인 오늘(22일)은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연관 기사] “우리 아빠가 구청장인데…” 150억 원대 사기 행각의 끝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68168

■ 아버지가 구청장인 것 말고는 모두 거짓말…"혐의 전반적으로 인정"

특정경제범죄 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40대 여성 피고인은 수의를 입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방청석에는 재판을 직접 보기 위해 온 10여 명의 피해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아무리 연락을 해도 만날 수 없던 여성을 드디어 마주하게 된 피해자들은 술렁였습니다.

피고인은 아버지가 구청장이고 가족은 구청 사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없지만, 자신은 공병 재활용과 청소 사업을 하고 있다며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주겠다고 거짓말해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습니다.

이 가운데 아버지가 구청장인 건 사실이었지만 실제 사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받은 투자금은 다른 피해자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에 쓰였을 뿐인 겁니다.

이런 범죄 행각에 당한 피해자는 20명. 검찰은 피고인이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51억 955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공소 사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정 앞에 모인 사기 사건 피해자들법정 앞에 모인 사기 사건 피해자들

■ "우리 집은 풍비박산, 여성은 초호화 생활"…진술 나선 피해자들

피해자들은 피고인을 엄벌해달라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도 피해자 3명이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과 친분을 갖고 가깝게 지낸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여성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10여 년 전 피고인이 운영한 매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알고 지내게 된 한 여성은 진술을 시작하라는 판사의 말에, 눈물을 터뜨리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잠시 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인연을 이어왔고 투자를 시작했지만, 이 사건으로 전세 보증금마저 모두 날린 상황"이라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또 "투자금을 마련하느라 진 카드빚 등을 갚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남편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이번 사건으로 온 가족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여성의 아들은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피해자들의 돈으로 여성이 사치를 부린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말 못할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피고인은 SNS에 고가의 명품과 예술작품 사진 등을 올리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SNS에 올린 고가의 시계 사진여성이 SNS에 올린 고가의 시계 사진

■ 피고인 측 "피해 금액 커 합의 어려워"…재판부 "변제 노력해야"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건 이 여성이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돈을 돌려받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변호인에게 변제나 합의 여력이 있냐고 묻자 변호인은 "피해 금액이 워낙 커서 합의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과 공유하고 있는 고가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등 최대한 변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노력을 좀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첫 재판이 열린  부산지법 동부지원 외경첫 재판이 열린 부산지법 동부지원 외경

피해자들은 여성의 변호인 측이 추산한 피해 금액과 실제 피해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성이 가지고 있던 명품 등을 중고 거래했다"며 범죄 수익을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열릴 예정인데, 피고인은 이미 구속 기한이 한 차례 연장된 상태입니다.

피해자들은 잃어버린 돈을 돌려받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언제 올지, 막막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구청장 아버지’ 말고는 다 거짓말”…법정 증언 나선 피해자들
    • 입력 2024-03-22 16:45:59
    심층K
전직 구청장인 아버지를 내세워 한 사람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투자금을 받아 챙긴 40대 여성의 사기 행각이 부산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금은 150억 원까지 불어났고, 구속기소 된 지 두 달 반만인 오늘(22일)은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연관 기사] “우리 아빠가 구청장인데…” 150억 원대 사기 행각의 끝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68168

■ 아버지가 구청장인 것 말고는 모두 거짓말…"혐의 전반적으로 인정"

특정경제범죄 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40대 여성 피고인은 수의를 입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방청석에는 재판을 직접 보기 위해 온 10여 명의 피해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아무리 연락을 해도 만날 수 없던 여성을 드디어 마주하게 된 피해자들은 술렁였습니다.

피고인은 아버지가 구청장이고 가족은 구청 사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없지만, 자신은 공병 재활용과 청소 사업을 하고 있다며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주겠다고 거짓말해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습니다.

이 가운데 아버지가 구청장인 건 사실이었지만 실제 사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받은 투자금은 다른 피해자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에 쓰였을 뿐인 겁니다.

이런 범죄 행각에 당한 피해자는 20명. 검찰은 피고인이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51억 955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공소 사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정 앞에 모인 사기 사건 피해자들
■ "우리 집은 풍비박산, 여성은 초호화 생활"…진술 나선 피해자들

피해자들은 피고인을 엄벌해달라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도 피해자 3명이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과 친분을 갖고 가깝게 지낸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여성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10여 년 전 피고인이 운영한 매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알고 지내게 된 한 여성은 진술을 시작하라는 판사의 말에, 눈물을 터뜨리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잠시 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인연을 이어왔고 투자를 시작했지만, 이 사건으로 전세 보증금마저 모두 날린 상황"이라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또 "투자금을 마련하느라 진 카드빚 등을 갚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남편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이번 사건으로 온 가족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여성의 아들은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피해자들의 돈으로 여성이 사치를 부린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말 못할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피고인은 SNS에 고가의 명품과 예술작품 사진 등을 올리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SNS에 올린 고가의 시계 사진
■ 피고인 측 "피해 금액 커 합의 어려워"…재판부 "변제 노력해야"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건 이 여성이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돈을 돌려받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변호인에게 변제나 합의 여력이 있냐고 묻자 변호인은 "피해 금액이 워낙 커서 합의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과 공유하고 있는 고가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등 최대한 변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노력을 좀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첫 재판이 열린  부산지법 동부지원 외경
피해자들은 여성의 변호인 측이 추산한 피해 금액과 실제 피해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성이 가지고 있던 명품 등을 중고 거래했다"며 범죄 수익을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열릴 예정인데, 피고인은 이미 구속 기한이 한 차례 연장된 상태입니다.

피해자들은 잃어버린 돈을 돌려받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언제 올지, 막막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