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 도발 재개…‘극초음속’ 기술 진전

입력 2024.03.23 (08:17) 수정 2024.03.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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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5월 서해를 통해 탈북한 30대 김 모 씨가 유엔 인권이사회 행사에 나와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북한 실상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물품 유통은 막히고, 장에서 식량을 파는 행위도 금지되다 보니 식량값이 폭등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니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식량을 노린 강력범죄가 늘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는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공개 총살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드라마 등을 유포할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생기면서, 한국 노래와 영화를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22살 된 주민이 공개 총살되는 끔찍한 장면을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3월 넷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한미연합연습 기간에 비교적 잠잠했던 북한이 연습이 끝나자 도발 빈도와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데 이어, 하루 뒤에는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에 쓰이는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의 노림수는 대남 압박과 미국 본토 타격 능력 확보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데, 다음 달 우리나라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수평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치마 모양의 붉은색 화염.

북한이 지난 19일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할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입니다.

현장에서 흡족한 표정으로 시험을 지도한 김정은 위원장은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0일 :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평가되며 그에 대해서는 적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엔진 지상시험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이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후속 성격의 이번 시험에선 더 긴 연료통을 사용해 사거리를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5천km에 달해 미국령 괌까지 타격 가능합니다.

회피 기동이 가능해 요격이 쉽지 않고 고체 연료까지 장착할 경우 기습 공격까지 가능합니다.

북한은 이번 시험으로 3년 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개발 5개년 계획을 조기 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를 통해서 얘기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실행하는 구체적 사업입니다. 즉 올해 내에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는 일정을 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김 위원장 지도로 진행된 초대형방사포 사격 훈련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적의 수도, 즉 서울을 붕괴시킬 수 있는 전투태세를 완비했다며 군사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앵커]

북한이 이번 도발을 시작한 지난 18일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직접 축하하며 그를 추켜세우는 축전도 보냈는데요.

푸틴이 곧 방북할 거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푸틴 집권 5기가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광장을 메운 군중 사이로 이름이 호명되고.

["블라디미르 푸틴!"]

푸틴 대통령이 연단에 등장합니다.

러시아 대선 역사상 최고치인 87%의 득표율, 압도적인 표차로 5번째 선출된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점령한 지역을 '돌아온 영토'라고 언급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 :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입니다. 함께 손을 잡아야 합니다.말이 아닌 행동으로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집권하는 역대 최장수 지도자가 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냉전 시대 미국과 대등하게 국력을 겨루던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와 경제적 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독일 국민들이 아주 강력한 독일의 재건 때문에 사실 히틀러라는 일종의 민족주의적 지도자를 만들어냈듯이 러시아도 소련 해체 이후에 국민들이 느꼈던 제국 상실감, 강대국 상실감, 그게 어떤 90년대 어려움으로부터 러시아를 구해낸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발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러 친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나가자"며 축전을 보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18일 : "나는 당신이 러시아연방 대통령으로 다시 선거되었다는 기쁜 소식에 접하여 당신에게 충심으로 되는 열렬한 축하와 뜨거운 동지적 인사를 보냅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방중길에 북한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성사된다면 24년 만에 북한을 재방문하게 됩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취임 이후에 어떤 국가를 먼저 방문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중국 또는 튀르키예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지금으로선. 근데 북한 방문은 단독으로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서 푸틴 대통령이 거의 이틀이 넘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건 좀 상상하기 어렵고요. 중국 방문과 북한 방문을 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북러 사이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제도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예전에 관광 분야가 가장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건 주북 러시아 대사 마체고라가 한 얘기죠. 그리고 극동개발과 관련해서는 북한 노동력 활용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다음에 인프라 개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엔안보리에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개되거나 조금 더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고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한 러시아의 군사정찰위성 기술 지원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전투기 전력이 뒤떨어져 공중전을 치를 수 없는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요격 체계 도입으로 방공망 통합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핵보유국' 인정 여부입니다.

대선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3월 13일 :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만약 러시아가 러북 관계를 개선시키고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암묵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최근에 러시아가 원전 기술을 굉장히 여러 나라에 제공하고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원자력 발전 기술에 대해선 러시아가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공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북러 관계가 급격하게 밀착되고 있는 반면, 한러 관계에는 악재가 겹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러시아 연방 보안국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백 모 씨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이선구/백 모 선교사 소속 재단 이사장 : "배고픈 사람들 밥 먹이고, 그다음 병든 사람들 치료해 주고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사랑으로 보듬어 안고 복음 전하자, 그게 간첩이니 어쩌느니 하니까 황당한 거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리 정부가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데 대한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란 해석이 나옵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근데 이게 공개적으로 실명이 공개되고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계속 나가고 이런 것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뜻이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탄약 지원을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이거는 반드시 지켜달라는 그런 신호로 보여요."]

러시아는 여전히 국제무대의 핵심 참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 문제에도 관여할 수 있는 유라시아 강대국입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러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다는 점입니다.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지금 러시아가 분명히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침공 행위에 대해선 국제사회와 연대해서 반대하고 비난하는 그런 원칙적 입장을 유지해야 됩니다."]

다만,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끼리 공동 대응을 하면서도, 전쟁 이후를 대비해 대러 관계에서 입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한미일 연대에 우리가 참여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전략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우리의 입장을 계속해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맹국의 정책에 지나치게 우리의 정책을 동기화 시키면 좀 문제가 생겨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전략적 자율성을 잃을 수 있죠. 지나치게 끌려 다닐 수 있다는 겁니다."]

강한 러시아를 꿈꾸며 또다시 권력 기반을 다진 푸틴 대통령.

한러 간 전략적 소통은 유지하면서도 가속화되고 있는 북러 간 군사 협력에는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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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북, 도발 재개…‘극초음속’ 기술 진전
    • 입력 2024-03-23 08:17:56
    • 수정2024-03-23 09: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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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5월 서해를 통해 탈북한 30대 김 모 씨가 유엔 인권이사회 행사에 나와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북한 실상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물품 유통은 막히고, 장에서 식량을 파는 행위도 금지되다 보니 식량값이 폭등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니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식량을 노린 강력범죄가 늘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는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공개 총살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드라마 등을 유포할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생기면서, 한국 노래와 영화를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22살 된 주민이 공개 총살되는 끔찍한 장면을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3월 넷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한미연합연습 기간에 비교적 잠잠했던 북한이 연습이 끝나자 도발 빈도와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데 이어, 하루 뒤에는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에 쓰이는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의 노림수는 대남 압박과 미국 본토 타격 능력 확보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데, 다음 달 우리나라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수평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치마 모양의 붉은색 화염.

북한이 지난 19일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할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입니다.

현장에서 흡족한 표정으로 시험을 지도한 김정은 위원장은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0일 :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평가되며 그에 대해서는 적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엔진 지상시험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이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후속 성격의 이번 시험에선 더 긴 연료통을 사용해 사거리를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5천km에 달해 미국령 괌까지 타격 가능합니다.

회피 기동이 가능해 요격이 쉽지 않고 고체 연료까지 장착할 경우 기습 공격까지 가능합니다.

북한은 이번 시험으로 3년 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개발 5개년 계획을 조기 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를 통해서 얘기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실행하는 구체적 사업입니다. 즉 올해 내에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는 일정을 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김 위원장 지도로 진행된 초대형방사포 사격 훈련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적의 수도, 즉 서울을 붕괴시킬 수 있는 전투태세를 완비했다며 군사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앵커]

북한이 이번 도발을 시작한 지난 18일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직접 축하하며 그를 추켜세우는 축전도 보냈는데요.

푸틴이 곧 방북할 거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푸틴 집권 5기가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광장을 메운 군중 사이로 이름이 호명되고.

["블라디미르 푸틴!"]

푸틴 대통령이 연단에 등장합니다.

러시아 대선 역사상 최고치인 87%의 득표율, 압도적인 표차로 5번째 선출된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점령한 지역을 '돌아온 영토'라고 언급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 :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입니다. 함께 손을 잡아야 합니다.말이 아닌 행동으로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집권하는 역대 최장수 지도자가 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냉전 시대 미국과 대등하게 국력을 겨루던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와 경제적 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독일 국민들이 아주 강력한 독일의 재건 때문에 사실 히틀러라는 일종의 민족주의적 지도자를 만들어냈듯이 러시아도 소련 해체 이후에 국민들이 느꼈던 제국 상실감, 강대국 상실감, 그게 어떤 90년대 어려움으로부터 러시아를 구해낸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발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러 친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나가자"며 축전을 보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18일 : "나는 당신이 러시아연방 대통령으로 다시 선거되었다는 기쁜 소식에 접하여 당신에게 충심으로 되는 열렬한 축하와 뜨거운 동지적 인사를 보냅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방중길에 북한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성사된다면 24년 만에 북한을 재방문하게 됩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취임 이후에 어떤 국가를 먼저 방문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중국 또는 튀르키예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지금으로선. 근데 북한 방문은 단독으로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서 푸틴 대통령이 거의 이틀이 넘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건 좀 상상하기 어렵고요. 중국 방문과 북한 방문을 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북러 사이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제도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예전에 관광 분야가 가장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건 주북 러시아 대사 마체고라가 한 얘기죠. 그리고 극동개발과 관련해서는 북한 노동력 활용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다음에 인프라 개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엔안보리에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개되거나 조금 더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고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한 러시아의 군사정찰위성 기술 지원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전투기 전력이 뒤떨어져 공중전을 치를 수 없는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요격 체계 도입으로 방공망 통합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핵보유국' 인정 여부입니다.

대선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3월 13일 :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만약 러시아가 러북 관계를 개선시키고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암묵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최근에 러시아가 원전 기술을 굉장히 여러 나라에 제공하고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원자력 발전 기술에 대해선 러시아가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공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북러 관계가 급격하게 밀착되고 있는 반면, 한러 관계에는 악재가 겹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러시아 연방 보안국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백 모 씨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이선구/백 모 선교사 소속 재단 이사장 : "배고픈 사람들 밥 먹이고, 그다음 병든 사람들 치료해 주고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사랑으로 보듬어 안고 복음 전하자, 그게 간첩이니 어쩌느니 하니까 황당한 거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리 정부가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데 대한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란 해석이 나옵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근데 이게 공개적으로 실명이 공개되고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계속 나가고 이런 것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뜻이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탄약 지원을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이거는 반드시 지켜달라는 그런 신호로 보여요."]

러시아는 여전히 국제무대의 핵심 참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 문제에도 관여할 수 있는 유라시아 강대국입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러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다는 점입니다.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지금 러시아가 분명히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침공 행위에 대해선 국제사회와 연대해서 반대하고 비난하는 그런 원칙적 입장을 유지해야 됩니다."]

다만,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끼리 공동 대응을 하면서도, 전쟁 이후를 대비해 대러 관계에서 입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 "한미일 연대에 우리가 참여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전략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우리의 입장을 계속해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맹국의 정책에 지나치게 우리의 정책을 동기화 시키면 좀 문제가 생겨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전략적 자율성을 잃을 수 있죠. 지나치게 끌려 다닐 수 있다는 겁니다."]

강한 러시아를 꿈꾸며 또다시 권력 기반을 다진 푸틴 대통령.

한러 간 전략적 소통은 유지하면서도 가속화되고 있는 북러 간 군사 협력에는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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