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은] “세금 없는 나라”…“세외 부담 가중” 외

입력 2024.03.30 (08:16) 수정 2024.03.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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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우절 농담이 아니라 명목상으로 세금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인데, 북한에서 4월 1일은 '세금 제도 폐지의 날'입니다.

반세기 전인 1974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금 제도를 완전히 철폐한 첫 나라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인민의 꿈이 실현됐다고 선전해 왔는데요.

하지만 당국이 주민이나 단체 등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명목을 붙여 물자 등을 걷는 행위는 계속돼 왔죠.

세금은 없앴다면서 이런 세외부담은 무엇이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북한 당국, 지난 2020년에는 세외부담방지법까지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울뿐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요즘 북한은> 첫 번째 소식입니다.

[리포트]

비행장을 밀고 들어선 온실농장.

근처에는 새 주택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온실 노동자들을 위한 무상 주택이라고 북한은 선전합니다.

[조선중앙TV /3월 16일 : "현대적인 새 농장 새 보금자리에서 근로자들이 흥겹게 일하고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려가길 바라시며 그들의 행복한 앞날을 축복하셨습니다."]

북한에선 주민생활의 근간인 주택과 교육, 의료 서비스가 무상으로 이뤄진다고 선전하는데요.

하지만 허울뿐이라고 탈북민들은 주장합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수술을 할 때도 주사약부터 시작해서 주사기, 땔감까지 다 가져가야 해요. 선생님들 식사도 3~4번 시켜야지. 그러니 비용이 장난이 아니에요."]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북한엔 공식적으로 세금이 없다는 겁니다.

1974년 3월 세금폐지법을 채택했고, 그해 4월 1일에는 모든 세금을 없앤 최초의 나라가 바로 북한이라고 공포했습니다.

중국, 베트남 등 다른 사회주의국가에도 세금이 있는데, 북한만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헌납 물품'이라며 다양한 명목으로 주민들에게서 거둬들이는 게 있는데, 이른바 '세외 부담'이라는 겁니다.

당에 쌀을 바치는 애국미 헌납 운동이나, 군 기금 헌납 운동을 통해 물자를 받고, 나이 어린 학생들의 경우 파철을 모아 탱크나 비행기, 함선을 나라에 기증하기도 합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주민들이나 지방의 단체나 기관, 기업에서 내는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사업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개인에게는 '세외 부담'이라는 명목으로 거둬들여서 그것들을 상당 부분 보충하거든요."]

코로나 19를 겪으며 경제난이 심화되자 이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 '세외부담방지법'도 만들었다는데요.

이 법은 합법적인 할당만 인정한다는 게 골잔데, 비법과 합법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란 지적입니다.

[앵커]

‘과학 농사’ 부각…“실제 수확량은 부족”

봄을 맞아 올해 농사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야 북한도 마찬가지인데요.

요즘 북한 관영매체들은 토지나 관개시설 정비 소식 등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다수확 달성이란 성과에 이어 올해도 증산을 위해 노력하자며, 이른바 '과학농사'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내세우는 '과학농사'란 종자 개량이나 기계화 영농, 정보화 등을 말하는데, 과연 이런 일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요즘 북한은> 두 번째 이야기, 북한의 '과학농사'입니다.

[리포트]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농촌 들녘.

북한 매체는 지난해 전국에서 풍작 소식이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1일 : "예년에 없이 흐뭇한 작황을 이룩해서 풍년 노적가리(곡식더미)를 높이 높이 쌓아놓고."]

작황이 좋았던 이유는 재래식 농법이 아닌 과학농사 덕분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윤국철/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기자 : "농사는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 짓고 과학이 짓습니다."]

지난해 수확한 식량은 480만여 톤.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식량 560만 톤에 비해 여전히 15% 가량 부족한데요.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10년을 놓고 보면 평균 460만 톤에서 470만 톤 정도 왔다 갔다 합니다. 60만 톤, 70만 톤은 수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과학농사란 품종 개량, 영농 기계화, 정보화를 말하는데 보기보다 허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국에선 종자 개발을 위해 보통 7~1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한 다른 나라에서 여러 차례 시험을 거쳐 개량을 마치는 게 상식이지만 북한의 경우 2-3년 만에 종자 개발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품종개량을 할 수 있는 경험을 1년에 한 번밖에 못 가져요."]

또 말이 정보화지, 네트워크 체계가 열악해 농민들이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합니다.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북한의 휴대전화 보유량이 약 600만 대 정도로 추정하거든요. 그중에서 300만 대 이상이 평양에 집중돼 있습니다. 기상기후 센터가 '내일은 비가 올 거다' 정보를 올리면 농장 현장에서 바로바로 올라온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또 증산에 필수인 기계화도 30% 수준에 그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농 기계로 땅을 깊게 갈아 토질을 개선하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합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최소 28cm 이상으로 땅을 뒤집으라고 요구를 많이 하는데 그렇게 땅을 뒤집기에는 트랙터의 마력수가 굉장히 낮다는 거죠."]

지난 11일 유엔 식량 농업 기구는 18년 연속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으로 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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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북한은] “세금 없는 나라”…“세외 부담 가중” 외
    • 입력 2024-03-30 08:16:20
    • 수정2024-03-30 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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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우절 농담이 아니라 명목상으로 세금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인데, 북한에서 4월 1일은 '세금 제도 폐지의 날'입니다.

반세기 전인 1974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금 제도를 완전히 철폐한 첫 나라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인민의 꿈이 실현됐다고 선전해 왔는데요.

하지만 당국이 주민이나 단체 등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명목을 붙여 물자 등을 걷는 행위는 계속돼 왔죠.

세금은 없앴다면서 이런 세외부담은 무엇이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북한 당국, 지난 2020년에는 세외부담방지법까지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울뿐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요즘 북한은> 첫 번째 소식입니다.

[리포트]

비행장을 밀고 들어선 온실농장.

근처에는 새 주택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온실 노동자들을 위한 무상 주택이라고 북한은 선전합니다.

[조선중앙TV /3월 16일 : "현대적인 새 농장 새 보금자리에서 근로자들이 흥겹게 일하고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려가길 바라시며 그들의 행복한 앞날을 축복하셨습니다."]

북한에선 주민생활의 근간인 주택과 교육, 의료 서비스가 무상으로 이뤄진다고 선전하는데요.

하지만 허울뿐이라고 탈북민들은 주장합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수술을 할 때도 주사약부터 시작해서 주사기, 땔감까지 다 가져가야 해요. 선생님들 식사도 3~4번 시켜야지. 그러니 비용이 장난이 아니에요."]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북한엔 공식적으로 세금이 없다는 겁니다.

1974년 3월 세금폐지법을 채택했고, 그해 4월 1일에는 모든 세금을 없앤 최초의 나라가 바로 북한이라고 공포했습니다.

중국, 베트남 등 다른 사회주의국가에도 세금이 있는데, 북한만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헌납 물품'이라며 다양한 명목으로 주민들에게서 거둬들이는 게 있는데, 이른바 '세외 부담'이라는 겁니다.

당에 쌀을 바치는 애국미 헌납 운동이나, 군 기금 헌납 운동을 통해 물자를 받고, 나이 어린 학생들의 경우 파철을 모아 탱크나 비행기, 함선을 나라에 기증하기도 합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주민들이나 지방의 단체나 기관, 기업에서 내는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사업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개인에게는 '세외 부담'이라는 명목으로 거둬들여서 그것들을 상당 부분 보충하거든요."]

코로나 19를 겪으며 경제난이 심화되자 이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 '세외부담방지법'도 만들었다는데요.

이 법은 합법적인 할당만 인정한다는 게 골잔데, 비법과 합법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란 지적입니다.

[앵커]

‘과학 농사’ 부각…“실제 수확량은 부족”

봄을 맞아 올해 농사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야 북한도 마찬가지인데요.

요즘 북한 관영매체들은 토지나 관개시설 정비 소식 등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다수확 달성이란 성과에 이어 올해도 증산을 위해 노력하자며, 이른바 '과학농사'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내세우는 '과학농사'란 종자 개량이나 기계화 영농, 정보화 등을 말하는데, 과연 이런 일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요즘 북한은> 두 번째 이야기, 북한의 '과학농사'입니다.

[리포트]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농촌 들녘.

북한 매체는 지난해 전국에서 풍작 소식이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1일 : "예년에 없이 흐뭇한 작황을 이룩해서 풍년 노적가리(곡식더미)를 높이 높이 쌓아놓고."]

작황이 좋았던 이유는 재래식 농법이 아닌 과학농사 덕분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윤국철/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기자 : "농사는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 짓고 과학이 짓습니다."]

지난해 수확한 식량은 480만여 톤.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식량 560만 톤에 비해 여전히 15% 가량 부족한데요.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10년을 놓고 보면 평균 460만 톤에서 470만 톤 정도 왔다 갔다 합니다. 60만 톤, 70만 톤은 수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과학농사란 품종 개량, 영농 기계화, 정보화를 말하는데 보기보다 허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국에선 종자 개발을 위해 보통 7~1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한 다른 나라에서 여러 차례 시험을 거쳐 개량을 마치는 게 상식이지만 북한의 경우 2-3년 만에 종자 개발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품종개량을 할 수 있는 경험을 1년에 한 번밖에 못 가져요."]

또 말이 정보화지, 네트워크 체계가 열악해 농민들이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합니다.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북한의 휴대전화 보유량이 약 600만 대 정도로 추정하거든요. 그중에서 300만 대 이상이 평양에 집중돼 있습니다. 기상기후 센터가 '내일은 비가 올 거다' 정보를 올리면 농장 현장에서 바로바로 올라온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또 증산에 필수인 기계화도 30% 수준에 그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농 기계로 땅을 깊게 갈아 토질을 개선하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합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최소 28cm 이상으로 땅을 뒤집으라고 요구를 많이 하는데 그렇게 땅을 뒤집기에는 트랙터의 마력수가 굉장히 낮다는 거죠."]

지난 11일 유엔 식량 농업 기구는 18년 연속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으로 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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