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또 한강변 ‘지하화’ 공약…“필요하지만 재원이 문제”

입력 2024.04.03 (18:31) 수정 2024.04.0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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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곳이 '한강벨트'입니다. 서울에서도 여야의 접전지가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겨냥한 공약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강벨트'가 뭐길래…

'한강벨트'는 서울 중·성동, 동작, 영등포, 마포, 광진, 용산, 송파, 강동 지역을 말합니다. 한강과 접하고 있어 이곳의 일부 아파트들을 한강 조망권을 갖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곳입니다.

여야가 한강을 따라 길게 늘어진 도시고속화도로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 관련 공약들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두 도로는 평균 통행 속도가 시속 30~50km에 불과할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합니다. 여기에 소음, 침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에 여야가 내놓은 공약과 과거 유사한 공약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 '올림픽대로 지하화' vs 국민의힘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착공'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종합상황실장은 오늘(3일) 총선 공약으로 '올림픽대로 전 구간 지하화'를 발표했습니다. 김민석 실장은 "교통 체증 없는 간선도로 고속화와 함께 한강공원의 접근성을 높여서 소음 없고 쾌적한 한강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앞서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경기 고양 후보들이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 착공'을 공동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 마포갑 조정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속도다. 이대로라면 2027년 착공돼 2031년이 돼야 완공된다. 주민들을 위해 더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강변북로 지하화에 그치지 않고 입체적인 마포한강공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 공약은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김문수 "올림픽대로·강변북로 지하화…교통 뻥 뚫겠다" (2018년)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올림픽대로, 주요 도로를 지하하고 2층화해서 시내교통을 뻥 뚫겠습니다.
-2018년 6월 8일 , 후보자 초청 방송 3사 TV 토론

올림픽대로의 지하화를 통해서 2층 도로, 그리고 강변북로의 2층 도로 지하화, 그리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그리고 서부간선도로의 지하화, 이런 것들을 제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가 그냥 말씀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모든 예산 확보, 투자자들을 다 확보하고 있습니다.
- 2018년 5월 1일, KBS 라디오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주요 도로를 지하화겠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5월 1일 KBS 라디오에 출연했을 당시 김 후보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민간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는 "우리 세금에 민간 투자를 합쳐 빠른 시간 내에 매우 속도감 있게, 그리고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확실하게, 교통을 시원하게 뻥 뚫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김 후보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송영길(2022년) "두 도로 지하화 8년 프로젝트" vs 오세훈 "10년 갖고는 택도 없어"

송영길: 아시다시피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시속 33km로 고속화도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중략) 이것을 지하화시켜서 85만 평을 새로 얻어낼 수가 있습니다.

오세훈: 좋은 발상입니다. (중략)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한다는 발상은 사실은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기에는 조금은 좀 신중해야 됩니다.

송영길: 이거는 8년 프로젝트로 준비했다는 말씀을 드리겠고요.

오세훈: 강변도로와 올림픽대로를 다 덮는 것은 10년 이상 걸려도 아마 다 안될 겁니다. 왜냐하면 부분 부분 육교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강쪽으로 매달은 다리도 많잖아요. 이거 하려고 그러면 아마 10년 갖고는 택도 없을 겁니다.

- 2022년 5월 20일, 방송기자클럽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회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철도 지하화 등의 공약을 냈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송 후보의 공약의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다만 "최우선 순위에 두기에는 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송 후보가 '8년 프로젝트'라고 언급하자 오 후보는 "두 도로를 다 덮는 것은 10년 이상 걸려도 아마 다 안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 후보는 2022년 강변북로 지하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하도로 전환 시기를 '10년'으로 잡았습니다.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은 '글쎄'

다시 이번 총선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종합상황실장은 '올림픽대로 지하화' 재원 규모에 대해서는 " 과거 아라뱃길 관련 재원이 9조 원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전반적으로 그것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과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 역시 한강벨트인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한 상황입니다.

강변북로 지하화는 현재 국토교통부가 '고양~양재 지하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시도 2년 전, 강변북로 지하화 프로젝트를 기획해 현재 추진 중이고, 소요 예산은 1조 2백억 원으로 예상했습니다.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 착공' 기자회견에 참여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서울 마포갑 조정훈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지난주에 면담했다"고 말했고, 경기 고양병 김종혁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동환 고양시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라고 조기 착공 가능성을 자신했습니다.

■"재원 마련 쉽지 않은 상황…도로 지하화는 '전국적 관점'에서 봐야"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진단입니다.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채무 비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고령화로 노인 복지 지출은 심해지고 인구 감소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감소하는 등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 국가 재정 적자가 심각하고 국세가 줄어서 지방교부세도 대폭 줄고 있고 지방 재정도 감축 편성됐다. 그런데 새로운 큰 사업이 가능하겠나.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업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로의 '지하화'가 필요하지만 한강변이 아닌 전국적 단위에서 봐야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는 " 도로나 철도가 지역을 분절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한강 접근성 측면에서는 지하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도로를 지하화하면 해당 부지는 공공 부지인 만큼 공원화를 하고, 일부는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민간 참여 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공공)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마 교수는 "도로 지하화에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곳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수익을 낼 수 없는 곳이라도 교통 문제 등으로 지하화 필요성 높은 지역이 있고, (접근성이 높아져서) 수익이 나는 지역이 생길 텐데 각각의 수익을 교차 보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간 자본으로만 지하화를 한다면 결국 수익이 나는 구간에만 지하화가 이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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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3 18:31:06
    • 수정2024-04-03 19: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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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곳이 '한강벨트'입니다. 서울에서도 여야의 접전지가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겨냥한 공약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강벨트'가 뭐길래…

'한강벨트'는 서울 중·성동, 동작, 영등포, 마포, 광진, 용산, 송파, 강동 지역을 말합니다. 한강과 접하고 있어 이곳의 일부 아파트들을 한강 조망권을 갖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곳입니다.

여야가 한강을 따라 길게 늘어진 도시고속화도로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 관련 공약들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두 도로는 평균 통행 속도가 시속 30~50km에 불과할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합니다. 여기에 소음, 침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에 여야가 내놓은 공약과 과거 유사한 공약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 '올림픽대로 지하화' vs 국민의힘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착공'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종합상황실장은 오늘(3일) 총선 공약으로 '올림픽대로 전 구간 지하화'를 발표했습니다. 김민석 실장은 "교통 체증 없는 간선도로 고속화와 함께 한강공원의 접근성을 높여서 소음 없고 쾌적한 한강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앞서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경기 고양 후보들이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 착공'을 공동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 마포갑 조정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속도다. 이대로라면 2027년 착공돼 2031년이 돼야 완공된다. 주민들을 위해 더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강변북로 지하화에 그치지 않고 입체적인 마포한강공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 공약은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김문수 "올림픽대로·강변북로 지하화…교통 뻥 뚫겠다" (2018년)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올림픽대로, 주요 도로를 지하하고 2층화해서 시내교통을 뻥 뚫겠습니다.
-2018년 6월 8일 , 후보자 초청 방송 3사 TV 토론

올림픽대로의 지하화를 통해서 2층 도로, 그리고 강변북로의 2층 도로 지하화, 그리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그리고 서부간선도로의 지하화, 이런 것들을 제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가 그냥 말씀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모든 예산 확보, 투자자들을 다 확보하고 있습니다.
- 2018년 5월 1일, KBS 라디오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주요 도로를 지하화겠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5월 1일 KBS 라디오에 출연했을 당시 김 후보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민간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는 "우리 세금에 민간 투자를 합쳐 빠른 시간 내에 매우 속도감 있게, 그리고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확실하게, 교통을 시원하게 뻥 뚫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김 후보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송영길(2022년) "두 도로 지하화 8년 프로젝트" vs 오세훈 "10년 갖고는 택도 없어"

송영길: 아시다시피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시속 33km로 고속화도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중략) 이것을 지하화시켜서 85만 평을 새로 얻어낼 수가 있습니다.

오세훈: 좋은 발상입니다. (중략)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한다는 발상은 사실은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기에는 조금은 좀 신중해야 됩니다.

송영길: 이거는 8년 프로젝트로 준비했다는 말씀을 드리겠고요.

오세훈: 강변도로와 올림픽대로를 다 덮는 것은 10년 이상 걸려도 아마 다 안될 겁니다. 왜냐하면 부분 부분 육교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강쪽으로 매달은 다리도 많잖아요. 이거 하려고 그러면 아마 10년 갖고는 택도 없을 겁니다.

- 2022년 5월 20일, 방송기자클럽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회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철도 지하화 등의 공약을 냈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송 후보의 공약의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다만 "최우선 순위에 두기에는 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송 후보가 '8년 프로젝트'라고 언급하자 오 후보는 "두 도로를 다 덮는 것은 10년 이상 걸려도 아마 다 안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 후보는 2022년 강변북로 지하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하도로 전환 시기를 '10년'으로 잡았습니다.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은 '글쎄'

다시 이번 총선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종합상황실장은 '올림픽대로 지하화' 재원 규모에 대해서는 " 과거 아라뱃길 관련 재원이 9조 원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전반적으로 그것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과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 역시 한강벨트인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한 상황입니다.

강변북로 지하화는 현재 국토교통부가 '고양~양재 지하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시도 2년 전, 강변북로 지하화 프로젝트를 기획해 현재 추진 중이고, 소요 예산은 1조 2백억 원으로 예상했습니다.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 착공' 기자회견에 참여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서울 마포갑 조정훈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지난주에 면담했다"고 말했고, 경기 고양병 김종혁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동환 고양시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라고 조기 착공 가능성을 자신했습니다.

■"재원 마련 쉽지 않은 상황…도로 지하화는 '전국적 관점'에서 봐야"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진단입니다.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채무 비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고령화로 노인 복지 지출은 심해지고 인구 감소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감소하는 등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 국가 재정 적자가 심각하고 국세가 줄어서 지방교부세도 대폭 줄고 있고 지방 재정도 감축 편성됐다. 그런데 새로운 큰 사업이 가능하겠나.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업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로의 '지하화'가 필요하지만 한강변이 아닌 전국적 단위에서 봐야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는 " 도로나 철도가 지역을 분절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한강 접근성 측면에서는 지하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도로를 지하화하면 해당 부지는 공공 부지인 만큼 공원화를 하고, 일부는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민간 참여 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공공)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마 교수는 "도로 지하화에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곳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수익을 낼 수 없는 곳이라도 교통 문제 등으로 지하화 필요성 높은 지역이 있고, (접근성이 높아져서) 수익이 나는 지역이 생길 텐데 각각의 수익을 교차 보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간 자본으로만 지하화를 한다면 결국 수익이 나는 구간에만 지하화가 이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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