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했는데 텅 빈 계절근로자 숙소…농민은 “내 집까지 내줘”

입력 2024.04.08 (12:33) 수정 2024.04.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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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농촌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려면 반드시 숙소를 마련해줘야 하는데요.

울며 겨자먹기로 어렵게 새로 지은 숙소에 정작 외국인 근로자는 생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청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촌마을에 말끔하게 자리잡은 조립식 주택.

60제곱미터 남짓한 집 내부엔 냉장고와 정수기, 세탁기를 비롯해 각종 가재도구가 갖춰져 있습니다.

지난해 김온희 씨가 농사일을 도울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숙소로 지은 곳인데, 웬일인지 텅 비어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3명은 정작 500미터 떨어진 김씨의 집에서 생활합니다.

살던 집을 내준 김씨는 바로 옆 가건물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김온희/강원도 철원군 : "나는 나와있고, 내가 농막으로 있고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 일손이 부족하니까, 애들(외국인 근로자)을 쓰는 방향 밖에 없으니까, 이런 상황이 되는 거죠."]

김씨의 발목을 잡은 건 농지법.

김씨는 농지에다 근로자용 숙소를 지었는데, 지목이 '농지'인 땅에 지은 집엔 농민만 거주할 수 있고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쓸 수 없도록 규정된 겁니다.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농민들로선 1년에 한두 철만 일하는 계절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 주기가 부담스러운 상황.

게다가 근로자 숙소를 짓기 위한 '대지'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어 다른 농민들도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농민/음성변조 : "우리도 (외국인근로자) 다 나가 있줘 뭐. 하우스에 집 짓고 있고 이렇게. (하우스에는 지으면 안 되게 돼 있죠?) 그럼요. 법으로 안 돼 있죠."]

'농지'에도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한 농지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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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축했는데 텅 빈 계절근로자 숙소…농민은 “내 집까지 내줘”
    • 입력 2024-04-08 12:33:35
    • 수정2024-04-08 12: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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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농촌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려면 반드시 숙소를 마련해줘야 하는데요.

울며 겨자먹기로 어렵게 새로 지은 숙소에 정작 외국인 근로자는 생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청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촌마을에 말끔하게 자리잡은 조립식 주택.

60제곱미터 남짓한 집 내부엔 냉장고와 정수기, 세탁기를 비롯해 각종 가재도구가 갖춰져 있습니다.

지난해 김온희 씨가 농사일을 도울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숙소로 지은 곳인데, 웬일인지 텅 비어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3명은 정작 500미터 떨어진 김씨의 집에서 생활합니다.

살던 집을 내준 김씨는 바로 옆 가건물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김온희/강원도 철원군 : "나는 나와있고, 내가 농막으로 있고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 일손이 부족하니까, 애들(외국인 근로자)을 쓰는 방향 밖에 없으니까, 이런 상황이 되는 거죠."]

김씨의 발목을 잡은 건 농지법.

김씨는 농지에다 근로자용 숙소를 지었는데, 지목이 '농지'인 땅에 지은 집엔 농민만 거주할 수 있고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쓸 수 없도록 규정된 겁니다.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농민들로선 1년에 한두 철만 일하는 계절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 주기가 부담스러운 상황.

게다가 근로자 숙소를 짓기 위한 '대지'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어 다른 농민들도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농민/음성변조 : "우리도 (외국인근로자) 다 나가 있줘 뭐. 하우스에 집 짓고 있고 이렇게. (하우스에는 지으면 안 되게 돼 있죠?) 그럼요. 법으로 안 돼 있죠."]

'농지'에도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한 농지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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