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아니라도 ‘대학병원’…지역 의료 체계 악순환

입력 2024.04.09 (07:50) 수정 2024.04.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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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지난해 부산 119 구조대 응급 이송 11만 건을 전수 분석했더니, 대학병원 이송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펼쳐졌고, 해결책은 없는지 김옥천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응급 상황에 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119죠.

부산소방재난본부 119구조대는 지난 한 해 얼마나 많은 응급 환자를 이송했을까요?

11만 2천4백여 건, 하루 평균 300건이 넘습니다.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부산지역 '응급의료기관' 28곳으로 이송된 게 9만 4천6백여 건.

전체 92.8%에 달합니다.

특히 구급차는 10건 중 4건은 지역 대학병원 다섯 곳으로 향했습니다.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말입니다.

심정지 등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응급 환자'의 10명 중 6명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런데 복통·고열 등의 증세를 호소해 수 시간 내 치료가 필요한 '준 응급 환자' 2명 중 1명이, '잠재 응급 환자' 3명 중 1명도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같은 응급의료기관이어도 구급차로 이송한 환자 수용 건수가 크게 다릅니다.

해운대백병원의 경우 지난해 9천222건을, 부산보훈병원은 697건을 수용했습니다.

무려 13배 차입니다.

"의료 전달 체계 엉망", "예전부터 제기된 심각한 문제" KBS가 만나 본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이런 문제는 왜 일어날까요?

또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119 구급상황실.

신고 접수와 함께 부산지역 응급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응급 환자가 제때,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현장 대원을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급차가 갈 수 있는 병원은 한정적입니다.

[김정환/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 주임 : "응급의료기관에서 당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있으며, 환자분들이 과거 진료 이력과 배후진료 등의 이유로 상급병원으로 이송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심정지 환자를 거부한 한 대학병원도 "당시 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당시 해당 병원엔 응급실 소속 전문의가 5명뿐이었다"며, "병원 차원에서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소형 응급의료기관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8개 부산 응급의료기관 중 응급실 전문의가 단 3명인 병원은 5곳.

4명인 병원도 5곳입니다.

특히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이 운영되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중소형 병원 응급실 인력 최소 기준 2명을 겨우 넘기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방에 응급의료 취약지나 이런 곳들도 많이 있는데, 의사분들을 응급실 전담으로만 따로 뽑기가 쉽지 않아서요. 의료기관한테도 경영상으로 많이 부담돼서…."]

응급 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환자도, 119구급대원도 중소형 병원을 꺼리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이경원/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 "(응급실 의사가 적으면) 당직 부담도 크고, 또 그 선생님들이 응급의학 전문의가 아닌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환자에게 충분한 응급의료를 적시에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 응급 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학병원 수준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응급 환자에 대한 초동 조치를 할 수 있는 역량은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는 응급 환자 분산 대응을 위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확대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1, 2차 병원으로 환자 이송시 구급차 이용료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의료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근본적 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류석민·김기태/그래픽:김소연·김명진/자료조사: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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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 아니라도 ‘대학병원’…지역 의료 체계 악순환
    • 입력 2024-04-09 07:50:39
    • 수정2024-04-09 08:53:48
    뉴스광장(부산)
[앵커]

KBS가 지난해 부산 119 구조대 응급 이송 11만 건을 전수 분석했더니, 대학병원 이송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펼쳐졌고, 해결책은 없는지 김옥천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응급 상황에 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119죠.

부산소방재난본부 119구조대는 지난 한 해 얼마나 많은 응급 환자를 이송했을까요?

11만 2천4백여 건, 하루 평균 300건이 넘습니다.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부산지역 '응급의료기관' 28곳으로 이송된 게 9만 4천6백여 건.

전체 92.8%에 달합니다.

특히 구급차는 10건 중 4건은 지역 대학병원 다섯 곳으로 향했습니다.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말입니다.

심정지 등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응급 환자'의 10명 중 6명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런데 복통·고열 등의 증세를 호소해 수 시간 내 치료가 필요한 '준 응급 환자' 2명 중 1명이, '잠재 응급 환자' 3명 중 1명도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같은 응급의료기관이어도 구급차로 이송한 환자 수용 건수가 크게 다릅니다.

해운대백병원의 경우 지난해 9천222건을, 부산보훈병원은 697건을 수용했습니다.

무려 13배 차입니다.

"의료 전달 체계 엉망", "예전부터 제기된 심각한 문제" KBS가 만나 본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이런 문제는 왜 일어날까요?

또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119 구급상황실.

신고 접수와 함께 부산지역 응급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응급 환자가 제때,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현장 대원을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급차가 갈 수 있는 병원은 한정적입니다.

[김정환/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 주임 : "응급의료기관에서 당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있으며, 환자분들이 과거 진료 이력과 배후진료 등의 이유로 상급병원으로 이송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심정지 환자를 거부한 한 대학병원도 "당시 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당시 해당 병원엔 응급실 소속 전문의가 5명뿐이었다"며, "병원 차원에서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소형 응급의료기관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8개 부산 응급의료기관 중 응급실 전문의가 단 3명인 병원은 5곳.

4명인 병원도 5곳입니다.

특히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이 운영되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중소형 병원 응급실 인력 최소 기준 2명을 겨우 넘기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방에 응급의료 취약지나 이런 곳들도 많이 있는데, 의사분들을 응급실 전담으로만 따로 뽑기가 쉽지 않아서요. 의료기관한테도 경영상으로 많이 부담돼서…."]

응급 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환자도, 119구급대원도 중소형 병원을 꺼리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이경원/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 "(응급실 의사가 적으면) 당직 부담도 크고, 또 그 선생님들이 응급의학 전문의가 아닌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환자에게 충분한 응급의료를 적시에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 응급 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학병원 수준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응급 환자에 대한 초동 조치를 할 수 있는 역량은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는 응급 환자 분산 대응을 위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확대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1, 2차 병원으로 환자 이송시 구급차 이용료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의료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근본적 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류석민·김기태/그래픽:김소연·김명진/자료조사: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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