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의대 증원, 의료 위기 해결 못해”…전세계 의사에 호소

입력 2024.04.17 (14:46) 수정 2024.04.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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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세계의사회 행사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과 이혜주 전 정책이사는 오늘(17일) 오전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젊은의사 네트워크(JDN) 주최 행사에 참석해 의대 증원 정책은 현재 의료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3년 차 전공의로 근무하다 사직한 이 전 정책이사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한국 의료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한국 의료 위기는 수년간 비효율적이고 잘못 관리된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내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의학과 의사가 계속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제 비용의 80%에 그치는 고정된 수가 기준 때문에 병원은 재정 문제에 시달려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값싼 인력인 전공의를 채용해 활용한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열악한 전공의 처우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습니다.

이 전 이사는 “전공의 대부분 법상 최대 근로시간인 80시간 넘겨 일하며, 일부는 100시간 가까이 노동한다”며 “병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전공의 근무시간을 축소 기록하게 하고, 추가 근무 보상과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해서도 한국은 개인에게 형사 처벌 등의 부담을 지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높은 노동 강도와 위험 부담 등이 필수의료 전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사직 전공의에게 내린 업무복귀명령에 대한 부당함 등도 지적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모두에게 각자의 진로를 선택할 기회가 있지만, 의사들에게는 이런 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권리를 수행했지만, 한국 정부가 사직한 의사들에게 업무복귀를 명령하며, 불이행할 경우 의사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전공의들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강제노동협약 위반으로 개입을 요청했고. 개입하겠다는 답변도 받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업무복귀명령 등을 유지하며 의협 비대위 간부들의 면허를 정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 개선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을 내놨다”며 “한국에서 의사는 파업할 수 없기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행사에는 루제인 알코드마니 WMA 회장과 박정률 WMA 의장 등도 참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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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7 14:46:22
    • 수정2024-04-17 15:10:20
    사회
병원을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세계의사회 행사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과 이혜주 전 정책이사는 오늘(17일) 오전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젊은의사 네트워크(JDN) 주최 행사에 참석해 의대 증원 정책은 현재 의료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3년 차 전공의로 근무하다 사직한 이 전 정책이사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한국 의료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한국 의료 위기는 수년간 비효율적이고 잘못 관리된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내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의학과 의사가 계속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제 비용의 80%에 그치는 고정된 수가 기준 때문에 병원은 재정 문제에 시달려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값싼 인력인 전공의를 채용해 활용한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열악한 전공의 처우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습니다.

이 전 이사는 “전공의 대부분 법상 최대 근로시간인 80시간 넘겨 일하며, 일부는 100시간 가까이 노동한다”며 “병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전공의 근무시간을 축소 기록하게 하고, 추가 근무 보상과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해서도 한국은 개인에게 형사 처벌 등의 부담을 지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높은 노동 강도와 위험 부담 등이 필수의료 전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사직 전공의에게 내린 업무복귀명령에 대한 부당함 등도 지적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모두에게 각자의 진로를 선택할 기회가 있지만, 의사들에게는 이런 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권리를 수행했지만, 한국 정부가 사직한 의사들에게 업무복귀를 명령하며, 불이행할 경우 의사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이사는 전공의들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강제노동협약 위반으로 개입을 요청했고. 개입하겠다는 답변도 받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업무복귀명령 등을 유지하며 의협 비대위 간부들의 면허를 정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 개선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을 내놨다”며 “한국에서 의사는 파업할 수 없기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행사에는 루제인 알코드마니 WMA 회장과 박정률 WMA 의장 등도 참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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