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보호센터를 가다] 탈북민이 만나는…남한의 첫 모습

입력 2024.04.27 (08:20) 수정 2024.04.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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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손 내밀면 닿을 듯 가까이 있는 북녘땅과 저희가 서 있는 이곳 사이에는 군사분계선이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길고 긴 사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 북한 주민은 이제 34,000여 명에 이르는데요.

탈북민들이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처음 거쳐 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인데요.

당장 필요한 보호 조치를 하고 혹시 간첩은 아닌지 조사도 하는 곳인데, 김옥영 리포터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언론사 한 곳에만 단독으로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KBS가 둘러본 센터의 모습, 함께 보시죠.

[리포트]

[2024년 2월 11일 : "9명의 가족이 어선 한 척에 의지해 서해상으로 귀순했습니다."]

[2017년 6월 18일 : "북한 주민 한 명이 오늘 새벽 한강 하구를 통해 귀순했습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3만 4천여 명.

코로나19 시기 주춤했지만 지난해 196명이 입국하며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사선을 뚫고 자유와 희망을 찾아 국내에 온 탈북민들.

[양주경(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내가 무슨 추억이나 그런 게 없어요. 너무 힘들게 살다 보니까..."]

[홍정호(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노동단련대(집단수용소)를 보내고 그러니까 깡판(강제 노동)을 가게 되니까 그걸 피하기 위해서..."]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내가 배우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없는 그런 (현실에) 엄청 앞길이 희망이 안 보였어요."]

2008년 문을 연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탈북민이 남한 생활을 시작하는 첫 관문입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이 사회로 나오기 전 가장 먼저 머물게 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탈북 이유와 과정에 대해 조사하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보호해야 할 탈북민인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이곳에서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요.

이곳은 탈북민들이 입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거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입소실에선 칼 같은 금지 물품을 탐색하는 검색대를 통과하고, 소지품도 검사합니다.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 등은 본인 동의를 받고 수거합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보호 담당/음성변조 : "지병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의무실에서 국내 허가받은 약품으로 재처방을 받아서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글이 적혀있지만, 낯선 물품들.

고단했을 탈북과정이 그려집니다.

입소 절차 후에는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됩니다.

조사는 탈북민으로 위장한 비탈북민을 가려내는 과정이라는데요.

간혹 조선족이나 북한에 거주했던 화교가 탈북민을 가장해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담당/음성변조 : "진짜 탈북민이 맞는지를 규명해야 하는데요. 탈북민의 요건은 북한이탈주민법 2조 1항에 나와 있는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규명하고요. 두 번째로는 탈북민이 맞다 할지라도 혹시 비보호 사유에 해당하는 것들이 없는지를 규명해야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같은 법 9조 1항에 명시가 돼 있습니다."]

센터에선 지금까지 19,000여 명을 조사했는데요.

이 중 비탈북민 190여 명, 간첩 11명 등 200여 명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담당/음성변조 :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0년도에 황장엽 노동당 비서 암살 임무를 받고 정찰총국 공작원 3명이 잠입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탈북민으로 위장했던 공작원들은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자백했습니다.

[2010년 4월 21일 : "북한을 탈출한 경위와 고향의 특징 등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다 심문을 통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호센터는 국정원이 수십 년간 축적한 대북 정보와 최신 빅데이터 기법 등을 조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평균 60일 동안의 보호기간 중에는 '인권보호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서혜진/인권보호관 : "(인권보호관님은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인권침해 사실이 있는지 그리고 여기 지내시는 동안에 어떤 불편한 점, 그리고 조사과정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인권에 대해서 침해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런 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시고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보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2013년 강요에 의한 진술 때문에 간첩으로 몰렸던 유우성 씨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 덕분에 탈북민들은 두려움을 덜어냈다고 하는데요.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북한에서는 보위부라고 하면 엄청 무서운 곳이에요. 그래서 다들 들어올 때 처음에는 떨려요. 혹시나 한국 정부에서 안 받아 줄까봐. 그런데 이렇게 공감해 주시고 용기를 주시는 데서 참 많이 따뜻함을 느꼈어요."]

탈북민들은 조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이 생활실에서 보낸다고 하는데요.

이곳에서 남한의 사회와 생활상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화장실과 냉장고, 텔레비전 등이 구비된 생활실.

혹시라도 침대가 불편한 탈북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온돌방도 준비가 돼 있다고 하네요.

주로 2인실 이상의 다인실로 운영되고 있었는데요.

입소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용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전문의가 상주한 의무실에선 보호기간 동안 질병을 치료하며 건강을 돌볼 수 있습니다.

17개월 아기와 지난달 입국한 주경 씨는 탈북 과정에서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는데요.

[양주경(가명)/탈북민/음성변조 : "아이가 여기 오면서 빈혈증이 있었어요. (센터에서) 검사를 다 해주고, 매일 아침 아기에게 약을 먹이는 거예요."]

중국을 거쳐 지난 2월 한국에 도착한 명선씨는 도서관에 꽂힌 10,000여권의 책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도서관에 제가 보고 싶은 책이 엄청 많은 거예요. 책 많은 거에서 완전 북한이랑 달라서 너무 놀랐어요. 한국분들이 많이 공부하시더라고요."]

탈북민들은 시뮬레이터 기기로 운전면허 실기 시험을 준비하거나.

["주차 브레이크를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컴퓨터로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등 자본주의 경제생활도 가상 체험해 보는데요.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진짜 은행에 가면 혼자서 통장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홍정호(가명)/탈북민/음성변조 : "여기서 잘 배워서 하면 되죠."]

서툴지만 조금씩 남한 사회를 배워나가는 모습에선 여유와 즐거움이 엿보입니다.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북에서는) 종이에 키보드를 그려놓고 그냥 눌리지도 않는 걸 연습했었거든요. 재미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컴퓨터를 만지면서 교육을 받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음악실과 체육관에선 여가와 취미를 즐길 수 있는데요.

이제 막 남한살이를 시작한 이들이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요.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탈북민이) 한국에 올 때는 다 열심히 살려고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우리 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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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주민 보호센터를 가다] 탈북민이 만나는…남한의 첫 모습
    • 입력 2024-04-27 08:20:05
    • 수정2024-04-27 09:36:54
    남북의 창
[앵커]

손 내밀면 닿을 듯 가까이 있는 북녘땅과 저희가 서 있는 이곳 사이에는 군사분계선이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길고 긴 사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 북한 주민은 이제 34,000여 명에 이르는데요.

탈북민들이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처음 거쳐 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인데요.

당장 필요한 보호 조치를 하고 혹시 간첩은 아닌지 조사도 하는 곳인데, 김옥영 리포터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언론사 한 곳에만 단독으로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KBS가 둘러본 센터의 모습, 함께 보시죠.

[리포트]

[2024년 2월 11일 : "9명의 가족이 어선 한 척에 의지해 서해상으로 귀순했습니다."]

[2017년 6월 18일 : "북한 주민 한 명이 오늘 새벽 한강 하구를 통해 귀순했습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3만 4천여 명.

코로나19 시기 주춤했지만 지난해 196명이 입국하며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사선을 뚫고 자유와 희망을 찾아 국내에 온 탈북민들.

[양주경(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내가 무슨 추억이나 그런 게 없어요. 너무 힘들게 살다 보니까..."]

[홍정호(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노동단련대(집단수용소)를 보내고 그러니까 깡판(강제 노동)을 가게 되니까 그걸 피하기 위해서..."]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내가 배우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없는 그런 (현실에) 엄청 앞길이 희망이 안 보였어요."]

2008년 문을 연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탈북민이 남한 생활을 시작하는 첫 관문입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이 사회로 나오기 전 가장 먼저 머물게 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탈북 이유와 과정에 대해 조사하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보호해야 할 탈북민인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이곳에서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요.

이곳은 탈북민들이 입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거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입소실에선 칼 같은 금지 물품을 탐색하는 검색대를 통과하고, 소지품도 검사합니다.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 등은 본인 동의를 받고 수거합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보호 담당/음성변조 : "지병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의무실에서 국내 허가받은 약품으로 재처방을 받아서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글이 적혀있지만, 낯선 물품들.

고단했을 탈북과정이 그려집니다.

입소 절차 후에는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됩니다.

조사는 탈북민으로 위장한 비탈북민을 가려내는 과정이라는데요.

간혹 조선족이나 북한에 거주했던 화교가 탈북민을 가장해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담당/음성변조 : "진짜 탈북민이 맞는지를 규명해야 하는데요. 탈북민의 요건은 북한이탈주민법 2조 1항에 나와 있는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규명하고요. 두 번째로는 탈북민이 맞다 할지라도 혹시 비보호 사유에 해당하는 것들이 없는지를 규명해야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같은 법 9조 1항에 명시가 돼 있습니다."]

센터에선 지금까지 19,000여 명을 조사했는데요.

이 중 비탈북민 190여 명, 간첩 11명 등 200여 명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 담당/음성변조 :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0년도에 황장엽 노동당 비서 암살 임무를 받고 정찰총국 공작원 3명이 잠입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탈북민으로 위장했던 공작원들은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자백했습니다.

[2010년 4월 21일 : "북한을 탈출한 경위와 고향의 특징 등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다 심문을 통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호센터는 국정원이 수십 년간 축적한 대북 정보와 최신 빅데이터 기법 등을 조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평균 60일 동안의 보호기간 중에는 '인권보호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서혜진/인권보호관 : "(인권보호관님은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인권침해 사실이 있는지 그리고 여기 지내시는 동안에 어떤 불편한 점, 그리고 조사과정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인권에 대해서 침해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런 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시고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보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2013년 강요에 의한 진술 때문에 간첩으로 몰렸던 유우성 씨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 덕분에 탈북민들은 두려움을 덜어냈다고 하는데요.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북한에서는 보위부라고 하면 엄청 무서운 곳이에요. 그래서 다들 들어올 때 처음에는 떨려요. 혹시나 한국 정부에서 안 받아 줄까봐. 그런데 이렇게 공감해 주시고 용기를 주시는 데서 참 많이 따뜻함을 느꼈어요."]

탈북민들은 조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이 생활실에서 보낸다고 하는데요.

이곳에서 남한의 사회와 생활상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화장실과 냉장고, 텔레비전 등이 구비된 생활실.

혹시라도 침대가 불편한 탈북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온돌방도 준비가 돼 있다고 하네요.

주로 2인실 이상의 다인실로 운영되고 있었는데요.

입소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용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전문의가 상주한 의무실에선 보호기간 동안 질병을 치료하며 건강을 돌볼 수 있습니다.

17개월 아기와 지난달 입국한 주경 씨는 탈북 과정에서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는데요.

[양주경(가명)/탈북민/음성변조 : "아이가 여기 오면서 빈혈증이 있었어요. (센터에서) 검사를 다 해주고, 매일 아침 아기에게 약을 먹이는 거예요."]

중국을 거쳐 지난 2월 한국에 도착한 명선씨는 도서관에 꽂힌 10,000여권의 책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도서관에 제가 보고 싶은 책이 엄청 많은 거예요. 책 많은 거에서 완전 북한이랑 달라서 너무 놀랐어요. 한국분들이 많이 공부하시더라고요."]

탈북민들은 시뮬레이터 기기로 운전면허 실기 시험을 준비하거나.

["주차 브레이크를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컴퓨터로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등 자본주의 경제생활도 가상 체험해 보는데요.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진짜 은행에 가면 혼자서 통장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홍정호(가명)/탈북민/음성변조 : "여기서 잘 배워서 하면 되죠."]

서툴지만 조금씩 남한 사회를 배워나가는 모습에선 여유와 즐거움이 엿보입니다.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북에서는) 종이에 키보드를 그려놓고 그냥 눌리지도 않는 걸 연습했었거든요. 재미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컴퓨터를 만지면서 교육을 받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음악실과 체육관에선 여가와 취미를 즐길 수 있는데요.

이제 막 남한살이를 시작한 이들이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요.

[강명선(가명)/탈북민/음성변조 : "(탈북민이) 한국에 올 때는 다 열심히 살려고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우리 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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