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상처·실적 압박’…“더 이상 개인의 문제 아니길”

입력 2024.04.27 (21:29) 수정 2024.04.2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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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천 명 넘는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의 경우 산재 승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경비반장이었던 70대 박 모 씨.

보직 강등 통보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마지막 호소문을 남기고 숨졌습니다.

[홍OO/故 박OO 경비원 동료/음성변조 : "엄청난 모멸감이에요. 그거는 육군 대령을 너 저기 일등병 하라는 거나 똑같아. 그만 두라는 소리야."]

당시 고용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지난해 12월 산재가 인정됐습니다.

직업적 자긍심에 대한 상처, 고용 불안정 스트레스가 컸을 거란 점이 고려된 겁니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증권사 직원은 소송까지 거쳐 5년여 만에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업무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법원의 판결은 달랐습니다.

초과 근로가 많았고 실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단 판단을 뒤집은 겁니다.

[조애진/유족 측 법률대리인 : "겉으로 보기에는 사실 문제가 없어 보이거든요. 근로복지공단에서 재해조사가 이처럼 치밀하게 이뤄졌더라면…"]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의 산재' 승인율은 전체 산재보다 크게 낮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추측하거나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송까지 이어져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한 경우 절반 가량은 판단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손익찬/산재 전문 변호사 : "개인의 잘못된 생각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우리 공동체가 이 사람의 죽음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고…"]

전문가들은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면밀한 조사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노동수/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박미주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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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긍심 상처·실적 압박’…“더 이상 개인의 문제 아니길”
    • 입력 2024-04-27 21:29:13
    • 수정2024-04-27 21:45:33
    뉴스 9
[앵커]

내일(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천 명 넘는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의 경우 산재 승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경비반장이었던 70대 박 모 씨.

보직 강등 통보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마지막 호소문을 남기고 숨졌습니다.

[홍OO/故 박OO 경비원 동료/음성변조 : "엄청난 모멸감이에요. 그거는 육군 대령을 너 저기 일등병 하라는 거나 똑같아. 그만 두라는 소리야."]

당시 고용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지난해 12월 산재가 인정됐습니다.

직업적 자긍심에 대한 상처, 고용 불안정 스트레스가 컸을 거란 점이 고려된 겁니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증권사 직원은 소송까지 거쳐 5년여 만에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업무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법원의 판결은 달랐습니다.

초과 근로가 많았고 실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단 판단을 뒤집은 겁니다.

[조애진/유족 측 법률대리인 : "겉으로 보기에는 사실 문제가 없어 보이거든요. 근로복지공단에서 재해조사가 이처럼 치밀하게 이뤄졌더라면…"]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의 산재' 승인율은 전체 산재보다 크게 낮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추측하거나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송까지 이어져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한 경우 절반 가량은 판단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손익찬/산재 전문 변호사 : "개인의 잘못된 생각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우리 공동체가 이 사람의 죽음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고…"]

전문가들은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면밀한 조사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노동수/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박미주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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