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망명 외주화’ 논란…英·伊, 제3국으로 난민 이송

입력 2024.04.29 (20:38) 수정 2024.04.2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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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다른 나라로 망명하려는 사람들을 '보트 피플'이라고 부르는데요.

최근 이탈리아와 영국이 자국으로 향하는 '보트 피플'을 제3국으로 보내려는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안 특파원, 최근 영국 의회에서 통과된 '르완다 난민 이송법'이 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책인 거죠?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기자]

해상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동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그 곳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거치게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입니다.

쉽게 말해, 망명 신청을 제3국에서 하도록 외주화시키는 겁니다.

르완다 이송 대상은 2022년 1월 1일 이후로 영국에 불법 입국한 이주민입니다.

약 5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들이 르완다로 보내지면 거기서 심사를 거쳐 출신국으로 송환되거나 영국이 아닌 제3국으로 망명 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 절차를 관리하는 대가로 영국은 르완다에 이미 약 3천7백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앵커]

비슷한 방식으로 이탈리아는 알바니아로 난민들을 보내기로 했다고요?

[기자]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이 두 달 전, 양국 의회에서 모두 승인됐습니다.

이 협정은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불법 이주민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알바니아에 건설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연간 3만 6천 명이 알바니아에서 망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상 영국의 '르완다 정책'과 거의 흡사한데, 한 가지 차이점은 이탈리아는 심사를 통해 난민 지위를 얻은 사람은 이탈리아로 올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앵커]

국제 인권 기구들은 비인도적이라며 비판하고 있죠?

어떤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까?

[기자]

무엇보다, 난민들을 마치 소포나 물건처럼 다시 제3국으로 보내는 게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난민들이 보내지는 제3국이 과연 안전한 국가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온 이들조차 난민 심사 뒤 떠나왔던 나라로 돌려보내질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영국 대법원은 르완다 이송법에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국제 인권기구와 단체들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차 데시무크/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대표 : "국제법에 관심이 있고 법적 기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각국 정부에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할 때입니다."]

[앵커]

국제 사회의 따가운 눈총에도 두 나라가 이런 정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우선 양국 총리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유럽에서도 특히 이 두 나라가 급증하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만 15만 7천 명이 이탈리아 해안으로 넘어왔는데, 2022년 10만 5천 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입니다.

또 영국과 프랑스 사이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에 들어온 불법 이주민은 2018년 이후로 12만 명에 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익사 사고도 빈번한데 르완다 법안이 통과된 그 날에도 영국해협을 건너던 난민 5명이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말 들어보시죠.

[리시 수낵/영국 총리 : "보트(망명)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법으로 이곳에 도착하면 체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보트를 타려는 동기 자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다만 벼랑 끝에 몰려 목숨 걸고 망명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실효성이 있겠냐는 문제가 있고요.

또 난민들이 다른 나라로 계속 떠돌게 되는 일종의 풍선 효과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르완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 아일랜드 망명 신청자 80% 이상이 영국에서 넘어온 이들로 조사됐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이웅/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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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현장] ‘망명 외주화’ 논란…英·伊, 제3국으로 난민 이송
    • 입력 2024-04-29 20:38:27
    • 수정2024-04-29 2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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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다른 나라로 망명하려는 사람들을 '보트 피플'이라고 부르는데요.

최근 이탈리아와 영국이 자국으로 향하는 '보트 피플'을 제3국으로 보내려는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파리 안다영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안 특파원, 최근 영국 의회에서 통과된 '르완다 난민 이송법'이 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책인 거죠?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기자]

해상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동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그 곳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거치게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입니다.

쉽게 말해, 망명 신청을 제3국에서 하도록 외주화시키는 겁니다.

르완다 이송 대상은 2022년 1월 1일 이후로 영국에 불법 입국한 이주민입니다.

약 5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들이 르완다로 보내지면 거기서 심사를 거쳐 출신국으로 송환되거나 영국이 아닌 제3국으로 망명 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 절차를 관리하는 대가로 영국은 르완다에 이미 약 3천7백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앵커]

비슷한 방식으로 이탈리아는 알바니아로 난민들을 보내기로 했다고요?

[기자]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이 두 달 전, 양국 의회에서 모두 승인됐습니다.

이 협정은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불법 이주민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알바니아에 건설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연간 3만 6천 명이 알바니아에서 망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상 영국의 '르완다 정책'과 거의 흡사한데, 한 가지 차이점은 이탈리아는 심사를 통해 난민 지위를 얻은 사람은 이탈리아로 올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앵커]

국제 인권 기구들은 비인도적이라며 비판하고 있죠?

어떤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까?

[기자]

무엇보다, 난민들을 마치 소포나 물건처럼 다시 제3국으로 보내는 게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난민들이 보내지는 제3국이 과연 안전한 국가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온 이들조차 난민 심사 뒤 떠나왔던 나라로 돌려보내질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영국 대법원은 르완다 이송법에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국제 인권기구와 단체들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차 데시무크/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대표 : "국제법에 관심이 있고 법적 기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각국 정부에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할 때입니다."]

[앵커]

국제 사회의 따가운 눈총에도 두 나라가 이런 정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우선 양국 총리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유럽에서도 특히 이 두 나라가 급증하는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만 15만 7천 명이 이탈리아 해안으로 넘어왔는데, 2022년 10만 5천 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입니다.

또 영국과 프랑스 사이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에 들어온 불법 이주민은 2018년 이후로 12만 명에 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익사 사고도 빈번한데 르완다 법안이 통과된 그 날에도 영국해협을 건너던 난민 5명이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말 들어보시죠.

[리시 수낵/영국 총리 : "보트(망명)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법으로 이곳에 도착하면 체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보트를 타려는 동기 자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다만 벼랑 끝에 몰려 목숨 걸고 망명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실효성이 있겠냐는 문제가 있고요.

또 난민들이 다른 나라로 계속 떠돌게 되는 일종의 풍선 효과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르완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 아일랜드 망명 신청자 80% 이상이 영국에서 넘어온 이들로 조사됐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이웅/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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