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의료개혁’ 토론…전공의 “‘공공의 적’ 돼 기댈 곳 없어”

입력 2024.04.30 (19:32) 수정 2024.04.3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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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오늘(30일) 하루 동안 진료를 멈추고 긴급 토론회를 열어 의료개혁을 논의했습니다.

행사에는 교수들과 함께 전공의, 의대생도 참석했는데, 특히 두 달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사직 전공의들은 “전 국민 공공의 적이 됐다”며, 의대 정원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오늘, 서울대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학술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작금의 사태를 유발한 데는 정부의 잘못이 제일 크지만, 수십 년간 의료 관행을 당연시해온 의사들, 특히 교수들의 잘못도 명백하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 등과 토론해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 “전공의 ‘공공의 적’ 돼…전면 백지화 통해 잘못된 방향 되짚어야”
행사에 참석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기형적이었던 것을 바로 잡고 국민들을 위한 의료개혁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는데 지나고 나니 전 국민 공공의 적이 돼버렸고, 전공의들이 몸을 기댈 곳은 점차 사라졌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증원 원점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전면 백지화는 정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진단과정부터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이고, 처음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에 같이 논의해봐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심화하는 의정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팽진철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에 갈등을 조정하는 기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부가 정책을) 철저하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교수들과 전공의들은 앞으로 의료정책에 관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지적 역시 이어졌습니다. 발표를 맡은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는 “정부는 비급여를 탓하면서 초저수가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한국의 내시경 수가는 4만 2천 원 수준인 데 반해 영국은 공공병원마저도 수가가 60만원 이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자 그간 극도로 효율적으로 운영되던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그간 의료시스템이 ‘박리다매’로 유지돼 온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은퇴하는 의사가 약 2천명이고, 의대 정원은 3천명이기 때문에 매년 의사가 1천명씩 늘었고, 의사 은퇴 연령도 연기되면서 지난 10년 새 의사는 2만명 늘었다”는 통계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늘어난 의사는 지방이 아닌 서울로 갔다. 이러한 자연 실험 결과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지역으로 안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 환자단체 “의·정 갈등에 환자 생명 잃을까 걱정”
오늘 행사에 참석한 환자단체 대표들은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불안감을 표했습니다.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는 것, 의·정 갈등에 환자가 생명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계가 소통하면서 의료개혁을 위해 많은 문제를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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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대 교수들 ‘의료개혁’ 토론…전공의 “‘공공의 적’ 돼 기댈 곳 없어”
    • 입력 2024-04-30 19:32:54
    • 수정2024-04-30 19:51:58
    사회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오늘(30일) 하루 동안 진료를 멈추고 긴급 토론회를 열어 의료개혁을 논의했습니다.

행사에는 교수들과 함께 전공의, 의대생도 참석했는데, 특히 두 달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사직 전공의들은 “전 국민 공공의 적이 됐다”며, 의대 정원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오늘, 서울대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학술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작금의 사태를 유발한 데는 정부의 잘못이 제일 크지만, 수십 년간 의료 관행을 당연시해온 의사들, 특히 교수들의 잘못도 명백하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 등과 토론해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 “전공의 ‘공공의 적’ 돼…전면 백지화 통해 잘못된 방향 되짚어야”
행사에 참석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기형적이었던 것을 바로 잡고 국민들을 위한 의료개혁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는데 지나고 나니 전 국민 공공의 적이 돼버렸고, 전공의들이 몸을 기댈 곳은 점차 사라졌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증원 원점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전면 백지화는 정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진단과정부터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이고, 처음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에 같이 논의해봐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심화하는 의정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팽진철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에 갈등을 조정하는 기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부가 정책을) 철저하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교수들과 전공의들은 앞으로 의료정책에 관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지적 역시 이어졌습니다. 발표를 맡은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는 “정부는 비급여를 탓하면서 초저수가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한국의 내시경 수가는 4만 2천 원 수준인 데 반해 영국은 공공병원마저도 수가가 60만원 이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자 그간 극도로 효율적으로 운영되던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그간 의료시스템이 ‘박리다매’로 유지돼 온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은퇴하는 의사가 약 2천명이고, 의대 정원은 3천명이기 때문에 매년 의사가 1천명씩 늘었고, 의사 은퇴 연령도 연기되면서 지난 10년 새 의사는 2만명 늘었다”는 통계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늘어난 의사는 지방이 아닌 서울로 갔다. 이러한 자연 실험 결과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지역으로 안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 환자단체 “의·정 갈등에 환자 생명 잃을까 걱정”
오늘 행사에 참석한 환자단체 대표들은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불안감을 표했습니다.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는 것, 의·정 갈등에 환자가 생명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계가 소통하면서 의료개혁을 위해 많은 문제를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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