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이름 비공개…“악성 민원 차단” vs “책임 행정 역행”

입력 2024.05.06 (08:24) 수정 2024.05.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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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항의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여러 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중 하나로 누리집 조직도에 공무원 실명을 가리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악성 민원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책임 행정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수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온라인 충주시 누리집에 있는 부서별 조직도입니다.

공무원 이름을 지우고, 담당 업무와 전화번호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충주시와 대전시 등 일부 자치단체가 직원 보호를 위해 조직도의 실명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경기도 김포의 한 공무원이 도로 공사 관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 이후 이뤄진 조치입니다.

[최상규/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장 : "'참아라, 참아라' 눌러오다 보니까, 결국은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성이 점점 무뎌지고 개인적으로 고민하다가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되는…."]

하지만 온라인 누리집이 아니어도 담당 공무원 정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직도를 보고 담당 공무원 자리로 전화하면 소속과 신분을 밝힐 수밖에 없고,

["네, 감사합니다. 안전과 ○○○입니다."]

["안녕하세요. □□교육청 교육과 △△△입니다."]

관련 행정 문서에 담당자의 실명이 명시되기도 합니다.

신분을 가리는 대응이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배귀희/숭실대학교 행정학 교수 : "정작 시민들 대응하는 서비스가 약해질 수 있는 거죠. 퇴직 공무원들 활용 방안,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데…. 경험치가 많은 사람들이 (담당)하는 게 좋다, 신입보다는."]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관련 종합 대책에서 공무원 개인정보 공개 수준을 기관별로 상황에 맞게 조정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악성 민원인 처벌, 인력 충원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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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이름 비공개…“악성 민원 차단” vs “책임 행정 역행”
    • 입력 2024-05-06 08:24:24
    • 수정2024-05-06 09: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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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항의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여러 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중 하나로 누리집 조직도에 공무원 실명을 가리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악성 민원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책임 행정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수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온라인 충주시 누리집에 있는 부서별 조직도입니다.

공무원 이름을 지우고, 담당 업무와 전화번호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충주시와 대전시 등 일부 자치단체가 직원 보호를 위해 조직도의 실명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경기도 김포의 한 공무원이 도로 공사 관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 이후 이뤄진 조치입니다.

[최상규/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장 : "'참아라, 참아라' 눌러오다 보니까, 결국은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성이 점점 무뎌지고 개인적으로 고민하다가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되는…."]

하지만 온라인 누리집이 아니어도 담당 공무원 정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직도를 보고 담당 공무원 자리로 전화하면 소속과 신분을 밝힐 수밖에 없고,

["네, 감사합니다. 안전과 ○○○입니다."]

["안녕하세요. □□교육청 교육과 △△△입니다."]

관련 행정 문서에 담당자의 실명이 명시되기도 합니다.

신분을 가리는 대응이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배귀희/숭실대학교 행정학 교수 : "정작 시민들 대응하는 서비스가 약해질 수 있는 거죠. 퇴직 공무원들 활용 방안,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데…. 경험치가 많은 사람들이 (담당)하는 게 좋다, 신입보다는."]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관련 종합 대책에서 공무원 개인정보 공개 수준을 기관별로 상황에 맞게 조정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악성 민원인 처벌, 인력 충원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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