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집단 성폭행’ 자백한 유서…대법 “증거 능력 없다”

입력 2024.05.07 (19:18) 수정 2024.05.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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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5년 전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남성.

이 남성이 남긴 유서를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됐고,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3명이 재판을 받았습니다.

1, 2심에서는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는데, 대법원은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범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21년 3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살 A 씨.

유서엔 15년 전인 중학생 시절 동급생 3명과 함께 한 살 어린 여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고,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으로부터 "당시 만취 상태로 잠들었다 깨니 스타킹이 찢어져 있었고 속옷에 혈흔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동급생 3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지만 특수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 유서의 증거 능력이 쟁점이 된 상황에서 1, 2심의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피해자 진술과 유서의 정황이 일부 배치되고, 숨진 A 씨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들어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가 피고인들을 무고할 동기가 없고, 유서 자체도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인 내용이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숨진 A 씨의 기억이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수 있고, 동급생 가운데 일부는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문서 작성자가 숨진 경우 예외적으로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형법 314조는 더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유서의 증거 능력이 부인되면서 동급생 3명에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

영상편집:정광진/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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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 전 집단 성폭행’ 자백한 유서…대법 “증거 능력 없다”
    • 입력 2024-05-07 19:18:32
    • 수정2024-05-07 19: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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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5년 전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남성.

이 남성이 남긴 유서를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됐고,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3명이 재판을 받았습니다.

1, 2심에서는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는데, 대법원은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범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21년 3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살 A 씨.

유서엔 15년 전인 중학생 시절 동급생 3명과 함께 한 살 어린 여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고,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으로부터 "당시 만취 상태로 잠들었다 깨니 스타킹이 찢어져 있었고 속옷에 혈흔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동급생 3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지만 특수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 유서의 증거 능력이 쟁점이 된 상황에서 1, 2심의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피해자 진술과 유서의 정황이 일부 배치되고, 숨진 A 씨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들어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가 피고인들을 무고할 동기가 없고, 유서 자체도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인 내용이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숨진 A 씨의 기억이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수 있고, 동급생 가운데 일부는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문서 작성자가 숨진 경우 예외적으로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형법 314조는 더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유서의 증거 능력이 부인되면서 동급생 3명에겐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

영상편집:정광진/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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