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다시 찾아 온 ‘화개의 봄’

입력 2024.05.07 (19:30) 수정 2024.05.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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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장(場)'은 단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고 전통과 추억을 잇는 곳이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소중한 공간이 자연 앞에 맥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사람들 손과 손에서 옛 모습 그대로 되살아나, 사계절 가운데 최고의 '대목' 봄을 맞았습니다.

지리산을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쉴새 없이 남해 바다를 향하는 긴 물줄기도 잠시 쉬어가는 화개골에 연둣빛 여린 녹차 향이 가득합니다.

푸른 강과 차.

어디서도 보기 드문 평화롭고 향기로운 풍경이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곳에 재미와 정겨움을 더하는 곳, 바로 장터입니다.

오늘도 하동 사람보다 아닌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 건 단연 이곳에서 나는 특산물이죠.

주민들이 들로 산으로 직접 다니며 캔 봄철 산나물과 귀한 약초가 지천에 넘쳐납니다.

[김영기/부산시 사상구 : "구경도 하고요. 여기 장에 먹거리가 워낙 많으니까 먹거리도 좀 사고 겸사겸사 구경하러 왔습니다."]

닷새마다 열리는 '오일장'이던 화개장터는 2001년부터 거의 매일 열리는 상설 장으로 바뀌었는데요.

전국적인 인기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2014년에는 큰불이 나 장터 대부분 소실됐고, 겨우 복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 여름에는 큰 물난리가 났습니다.

그해 집중호우와 연이은 태풍으로 화개천이 범람해 장터가 고스란히 물에 잠겼는데요.

유례없는 수해로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그 덕에 상인들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박연희/하동 화개장터 상인 : "전부 다 천장까지 (물이)들어와서 우리가 장사하려고 쌓아두었던 음식물 전부 다 버리고, 청소하는 데만도 두 달 넘게 걸렸습니다. 시장에 오셨던 분들이 TV 보고 전화도 주고,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그래서 엄청 힘이 났죠."]

불이 나도, 물난리가 나도, 다시 찾아와준 관광객 덕분에 화개장터는 힘을 잃지 않았고, 홍수 피해 2년 만에 완벽하게 옛 모습을 찾았습니다.

[유신남/서울시 성북구 : "서울 시장하고는 또 다른 모습이잖아요. 산에서 나는 여러 가지 약재들이 많더라고요. 약재 좀 구입하면서 한번 볼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늘 화개장터를 든든히 지키던 농협도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2020년 침수로 안전진단 최하 등급을 받았던 1980년대 건물은 종합 쇼핑 시설로 대변신을 마쳤는데요.

그야말로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노랫말 속 장터가 완성됐습니다.

[양승태/경기도 여주시 : "들어왔더니, 이렇게 화려히 잘해놨네요. 시내 큰 마트하고 비교해도 손색이 없네요."]

지역 농가가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매장 내 매장을 갖추고, 관광객을 위한 특산물 매장도 설치했습니다.

[임종갑/화개악양농업협동조합 조합장 : "저희가 준공하면서 로컬푸드를 지금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좋은 제품을 저희가 공급해서 좋은 방향을 찾도록 업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이 시골 장터인데요.

인생의 희노애락처럼 모든 우여곡절 다 이겨내고 더 깊어지고 더 정겨워진 화개장터에서 사람 사는 냄새 진하게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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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 다시 찾아 온 ‘화개의 봄’
    • 입력 2024-05-07 19:30:28
    • 수정2024-05-07 20:03:32
    뉴스7(창원)
우리의 전통 '장(場)'은 단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고 전통과 추억을 잇는 곳이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소중한 공간이 자연 앞에 맥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사람들 손과 손에서 옛 모습 그대로 되살아나, 사계절 가운데 최고의 '대목' 봄을 맞았습니다.

지리산을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쉴새 없이 남해 바다를 향하는 긴 물줄기도 잠시 쉬어가는 화개골에 연둣빛 여린 녹차 향이 가득합니다.

푸른 강과 차.

어디서도 보기 드문 평화롭고 향기로운 풍경이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곳에 재미와 정겨움을 더하는 곳, 바로 장터입니다.

오늘도 하동 사람보다 아닌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 건 단연 이곳에서 나는 특산물이죠.

주민들이 들로 산으로 직접 다니며 캔 봄철 산나물과 귀한 약초가 지천에 넘쳐납니다.

[김영기/부산시 사상구 : "구경도 하고요. 여기 장에 먹거리가 워낙 많으니까 먹거리도 좀 사고 겸사겸사 구경하러 왔습니다."]

닷새마다 열리는 '오일장'이던 화개장터는 2001년부터 거의 매일 열리는 상설 장으로 바뀌었는데요.

전국적인 인기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2014년에는 큰불이 나 장터 대부분 소실됐고, 겨우 복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 여름에는 큰 물난리가 났습니다.

그해 집중호우와 연이은 태풍으로 화개천이 범람해 장터가 고스란히 물에 잠겼는데요.

유례없는 수해로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그 덕에 상인들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박연희/하동 화개장터 상인 : "전부 다 천장까지 (물이)들어와서 우리가 장사하려고 쌓아두었던 음식물 전부 다 버리고, 청소하는 데만도 두 달 넘게 걸렸습니다. 시장에 오셨던 분들이 TV 보고 전화도 주고,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그래서 엄청 힘이 났죠."]

불이 나도, 물난리가 나도, 다시 찾아와준 관광객 덕분에 화개장터는 힘을 잃지 않았고, 홍수 피해 2년 만에 완벽하게 옛 모습을 찾았습니다.

[유신남/서울시 성북구 : "서울 시장하고는 또 다른 모습이잖아요. 산에서 나는 여러 가지 약재들이 많더라고요. 약재 좀 구입하면서 한번 볼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늘 화개장터를 든든히 지키던 농협도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2020년 침수로 안전진단 최하 등급을 받았던 1980년대 건물은 종합 쇼핑 시설로 대변신을 마쳤는데요.

그야말로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노랫말 속 장터가 완성됐습니다.

[양승태/경기도 여주시 : "들어왔더니, 이렇게 화려히 잘해놨네요. 시내 큰 마트하고 비교해도 손색이 없네요."]

지역 농가가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매장 내 매장을 갖추고, 관광객을 위한 특산물 매장도 설치했습니다.

[임종갑/화개악양농업협동조합 조합장 : "저희가 준공하면서 로컬푸드를 지금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좋은 제품을 저희가 공급해서 좋은 방향을 찾도록 업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이 시골 장터인데요.

인생의 희노애락처럼 모든 우여곡절 다 이겨내고 더 깊어지고 더 정겨워진 화개장터에서 사람 사는 냄새 진하게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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