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아동 많아

입력 2005.11.1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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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개에 물려 숨진 9살 소년의 사연,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는데요.

이 소년은 부모가 있어도 사실상 혼자 살았습니다.

하지만 국가나 자치단체의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극빈 아동들에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합니다.

공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개에 물려 숨진 초등학생 소년의 유일한 안식처는 비닐하우스였습니다.

부모는 이혼한 채 소년을 떠났고, 그나마 함께 사는 외조부모는 농사일 때문에 지방에 있었습니다.

소년의 나이 겨우 9살.

살아서도 외로웠던 이 소년은 빈소를 지키는 이마저 하나 없이 쓸쓸하게 세상을 등졌습니다.

숨진 권 군이 살던 비닐하우스.

먹을 것이라곤 라면 뿐입니다.

<녹취> 경기도 의왕시 사회복지사 : "스스로 라면도 잘 끓여 먹고 있다. 그렇게 얘기 했구요."

하지만 이런 권 군이 받은 사회 보장 혜택은 없습니다.

<녹취> 경기도 의왕시 사회복지사 : "(권 군에 대한 지원이) 진행되는 과정에 일어난 변이라 너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차라리 부모가 없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친척이 기르면 가정 위탁 양육자로 분류돼 그나마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노충래(이화여대 사화복지학과 교수) : "좀더 긴급하게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한 아동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은 상상외로 많습니다.

지난 7월에는 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긴 여중생이 촛불화재로 숨졌고, 지난 해 5월에는 오물 속에서 생활하던 삼남매가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모 군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4년전 부모가 이혼하고 집을 나간 뒤 칠순의 할머니와 살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닙니다.

김 군의 아버지가 친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모 군(초등학교 6학년) : "할머니가 준비물 사라고 돈 주시고...엄마가 없으니까 서운하고 불편해요."

현행법상 김 군을 보호할 방법은 없습니다.

<인터뷰> 배혜경(도봉노인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서류상에 있는 것만 조사하기 때문에 애들이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어렵게 소년소녀가장이나 가정 위탁 양육 아동으로 인정받는다 해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 달에 고작 70,000원에 불과합니다.

이 마저도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 단체의 지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이석규(보건복지부 아동복지팀장) :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지역사회 주민들도 불우한 아동들을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애를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소년소녀가장은 4,400여 명, 가정 위탁 양육 아동은 12,000여 명, 방임 아동은 지난 한해만 2,000여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신고 접수되지 않고 은폐된 채 방치돼 있는 아동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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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사각지대’ 아동 많아
    • 입력 2005-11-15 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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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개에 물려 숨진 9살 소년의 사연,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는데요. 이 소년은 부모가 있어도 사실상 혼자 살았습니다. 하지만 국가나 자치단체의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극빈 아동들에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합니다. 공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개에 물려 숨진 초등학생 소년의 유일한 안식처는 비닐하우스였습니다. 부모는 이혼한 채 소년을 떠났고, 그나마 함께 사는 외조부모는 농사일 때문에 지방에 있었습니다. 소년의 나이 겨우 9살. 살아서도 외로웠던 이 소년은 빈소를 지키는 이마저 하나 없이 쓸쓸하게 세상을 등졌습니다. 숨진 권 군이 살던 비닐하우스. 먹을 것이라곤 라면 뿐입니다. <녹취> 경기도 의왕시 사회복지사 : "스스로 라면도 잘 끓여 먹고 있다. 그렇게 얘기 했구요." 하지만 이런 권 군이 받은 사회 보장 혜택은 없습니다. <녹취> 경기도 의왕시 사회복지사 : "(권 군에 대한 지원이) 진행되는 과정에 일어난 변이라 너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차라리 부모가 없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친척이 기르면 가정 위탁 양육자로 분류돼 그나마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노충래(이화여대 사화복지학과 교수) : "좀더 긴급하게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한 아동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은 상상외로 많습니다. 지난 7월에는 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긴 여중생이 촛불화재로 숨졌고, 지난 해 5월에는 오물 속에서 생활하던 삼남매가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모 군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4년전 부모가 이혼하고 집을 나간 뒤 칠순의 할머니와 살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닙니다. 김 군의 아버지가 친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모 군(초등학교 6학년) : "할머니가 준비물 사라고 돈 주시고...엄마가 없으니까 서운하고 불편해요." 현행법상 김 군을 보호할 방법은 없습니다. <인터뷰> 배혜경(도봉노인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 "서류상에 있는 것만 조사하기 때문에 애들이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어렵게 소년소녀가장이나 가정 위탁 양육 아동으로 인정받는다 해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 달에 고작 70,000원에 불과합니다. 이 마저도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 단체의 지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이석규(보건복지부 아동복지팀장) :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지역사회 주민들도 불우한 아동들을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애를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소년소녀가장은 4,400여 명, 가정 위탁 양육 아동은 12,000여 명, 방임 아동은 지난 한해만 2,000여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신고 접수되지 않고 은폐된 채 방치돼 있는 아동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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