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결혼·출산 기피…‘계약 결혼’도 등장

입력 2024.06.15 (08:36) 수정 2024.06.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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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N포 세대, 일본의 사토리 세대, 미국의 두머족과 중국의 탕핑족까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를 빗댄 신조어입니다.

그만큼 세계 청년층의 삶이 퍽퍽하다는 의미일 텐데요.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주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지면서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데요.

일각에선 북한의 청년층이 비혼을 선택하는 게 북한 당국을 향한 소극적인 저항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길을 걷는 여성 앞에 꽃을 내밀며 등장하는 남성.

[북한 단막극 '텅 빈 절약함'/2021 : "김형 동무!"]

젊은 남녀의 일과 연애를 그린 북한의 단막극인데요.

사랑하는 연인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하는 모습은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 단막극 '텅 빈 절약함'/2021 : "이제 확고히 때가 됐어. (무슨 때?) 이제 동무를 우리 어머니 앞에 정식 내세울 때가 됐다는 소리지. (어머, 벌써 어머님한테요?)"]

주인공의 결혼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영화의 단골 주제입니다.

[북한 영화 '청춘이여'/2013 : "난 처녀 총각들이 쌍을 지어 산보하는 걸 보면 우리 기호도 꽃 같은 처녀를 왜 후려가지고(유혹해) 못 다니는가 하는 생각이... (말이 많다.)"]

그런데 결혼 적령기를 두고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입장 차이가 커 보이는데요.

["야, 네 나이 이제 몇인지 아니? 30살이다. 30살. 장가갈 생각은 안 하고 밤낮 대학습당에만 파묻혀서..."]

["아 장가가는 게 뭐가 바빠서 그래요? 학위 논문을 통과시키기 전엔 아예 장가 소리는 입 밖에 내지도 말라요."]

["어머니, 내 나이 22살에 언니가 둘씩이나 있는데 아유 말만 해도 창피스러워요."]

["얘. 처녀 나이 20살만 넘으면 시집갈 생각부터 해야 돼."]

실제 북한 주민의 초혼 연령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늦은 결혼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데요.

2000년 이전 24.7세였던 북한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2016년 이후 26.2세로 높아졌고, 30세 이후 혼인 비율도 1.9%에서 17.5%로 급증했습니다.

심지어 결혼 대신 동거를 선호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는데요.

요즘 북한 청년 세대들 사이에선'3년 계약 결혼'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지선/2023년 탈북/가명/음성변조 : "3년 계약 결혼을 해보고 안 되면 헤어진다. 이런 흐름으로 지금 세대들은 가고 있거든요. 결혼 등록을 하지 말고, 자식은 3년 지난 다음에 낳아라. 먼저 (시집) 간 선배들이 영향을 많이 주니까 지금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장마당을 중심으로 주체적인 경제활동을 경험한 북한 여성들.

경제위기에 맞서 가계 경제를 책임지게 되면서 결혼을 통한 이익과 손해를 따지게 됐다는 겁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남성은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군대를 갔다 와서 나이가 보통 20대 말에서 30대가 되고 대학을 가야 되는데 이때 여성의 경제력이 되게 중요합니다. 여성들이 남성의 학비를 많이 대줘요. 여성 입장에서도 남자가 믿을만한가 전망성이 있는가를 봐야 하므로 바로 혼인신고를 하는 게 아니라 3년 정도 살아보고 그다음에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를 (출생) 등록해야 한다고 할 때 그때 판단을 하게 되는 겁니다."]

가정 내 여성의 역할과 위상 변화는 북한 매체에서도 감지됩니다.

2001년 방영된 북한 드라마 '가정'.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북한 드라마 '가정'/2001 : "왜 쏘아봐? 세대주(가장) 말 같지 않아? (때리라요! 더 때려 보라요! 이젠 정말 같이 못 살겠어요.)"]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를 준비하는 남편이 화면에 등장합니다.

[북한 단막극 '수명이 다 됐소'/2022 : "(미안해서 어떡하니.) 미안하긴 뭐..."]

그런데 최근 들어선 남녀 할 것 없이 북한 청년세대 전반이 결혼을 꺼린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부양가족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게 가장 큰 이유로 파악됩니다.

[김지선/2023년 탈북/가명/음성변조 : "가정에 부대끼게 되면 힘들다. 이런 상황에 (경제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결혼하기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머리가) 틀수록 그런 환경에 묻히기가 싫어하는 상황이라 나이가 든 처녀, 총각들이 (결혼 안 합니다)."]

북한에선 사회주의 대가정론에 따라 가정을 이룬 남녀는 행정의 말단 단위가 되어 당과 수령을 받들도록 합니다.

생활 총화는 물론 소속된 인민반에 할당되는 각종 동원에도 참여해야 하므로 개인적인 경제활동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결혼은 하더라도 출산은 하지 않겠다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권민철/2023년 탈북/가명/음성변조 : "북한도 자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드니까 우리가 자식을 낳아서 책임 못 질 바에는 차라리 안 낳는 게 낫다 이런 관념이 있어서. 남자들도 같아요. 후대를 남긴다 이런 관념이 옛날에는 북한에 봉건(사상)이 심해서 그런 게 심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북한의 합계출산율 역시 갈수록 떨어져 최근엔 1.38명에 그치고 있는데요.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합계출산율 2.1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젊은 층 사이에 지금 너무 불안정하고 이들의 자식들이 나갈 환경의 불안성 때문에 출산 억제를 한 거죠. 여성들이 먼저 하다가 남성들도 거기에 수긍하게 되는 거죠. 왜냐하면 경제력을 여성들이 주로 가지다 보니까 자신이 책임질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러니까 같이 출산 억제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북한 청년세대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가 북한 당국의 억압과 통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대외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켜온 북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 내부적으론 각종 통제법을 강화해 사상 결속을 도모해 왔는데요.

국가 권력의 과도한 간섭에서 벗어나고픈 청년들의 저항 의식이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은 적과 전면전을 준비하는 시기잖아요. 이미 대전략의 전면전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기 때문에 준 전시상황에서 내부 통제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그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겁니다. 누구 자녀로 있거나 혼자 있으면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저희가 주목하는 건 김정은 시대에 일상적인 사회적 통제 강화가 가족 구성을 꺼리는 일종의 소극적인 저항의 흐름으로 나타난다고 보입니다."]

북한 당국도 결혼과 출산 절벽에 대응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된 '살림집관리법'에는 '결혼 전 독신자' 즉 미혼자에게는 살림집을 배정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는데요.

주택을 결혼과 출산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한 겁니다.

그러나 정치, 사회, 경제의 안정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결국 청년세대들의 비혼 경향은 북한의 인구 감소로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입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도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가족생활이나 혼인이나 이런 것들이 질 추구 흐름으로 가고 있는데 이게 한동안은 더 갈 거로 보입니다. 한국도 (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됐는데 북한도 예상보다 빠르게 북한은 지금 청년 인구층이 많거든요. 20, 30대가 약 800만 명 정도 되는 인구층이 젊은데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리 줄어들 거로 보입니다."]

지난 4월, 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한복과 양복을 차려입은 청춘 남녀들이 대규모 집단 무도회를 열었습니다.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진행된 가운데 청년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을 다짐했는데요.

["청년 학생들의 야회는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께 영원의 충성 다하며 강대한 우리 국가를 더욱 빛내갈 열혈 청춘들의 혁명적 기개를 힘있게 과시했습니다."]

내부 역량을 총동원해 청년 사상 결집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갈수록 추락하는 결혼과 출산율이야 말로 불안정한 사회와 경제난이 반영된 북한 청년들의 '진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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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6-15 08: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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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N포 세대, 일본의 사토리 세대, 미국의 두머족과 중국의 탕핑족까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를 빗댄 신조어입니다.

그만큼 세계 청년층의 삶이 퍽퍽하다는 의미일 텐데요.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주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지면서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데요.

일각에선 북한의 청년층이 비혼을 선택하는 게 북한 당국을 향한 소극적인 저항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길을 걷는 여성 앞에 꽃을 내밀며 등장하는 남성.

[북한 단막극 '텅 빈 절약함'/2021 : "김형 동무!"]

젊은 남녀의 일과 연애를 그린 북한의 단막극인데요.

사랑하는 연인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하는 모습은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 단막극 '텅 빈 절약함'/2021 : "이제 확고히 때가 됐어. (무슨 때?) 이제 동무를 우리 어머니 앞에 정식 내세울 때가 됐다는 소리지. (어머, 벌써 어머님한테요?)"]

주인공의 결혼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영화의 단골 주제입니다.

[북한 영화 '청춘이여'/2013 : "난 처녀 총각들이 쌍을 지어 산보하는 걸 보면 우리 기호도 꽃 같은 처녀를 왜 후려가지고(유혹해) 못 다니는가 하는 생각이... (말이 많다.)"]

그런데 결혼 적령기를 두고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입장 차이가 커 보이는데요.

["야, 네 나이 이제 몇인지 아니? 30살이다. 30살. 장가갈 생각은 안 하고 밤낮 대학습당에만 파묻혀서..."]

["아 장가가는 게 뭐가 바빠서 그래요? 학위 논문을 통과시키기 전엔 아예 장가 소리는 입 밖에 내지도 말라요."]

["어머니, 내 나이 22살에 언니가 둘씩이나 있는데 아유 말만 해도 창피스러워요."]

["얘. 처녀 나이 20살만 넘으면 시집갈 생각부터 해야 돼."]

실제 북한 주민의 초혼 연령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늦은 결혼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데요.

2000년 이전 24.7세였던 북한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2016년 이후 26.2세로 높아졌고, 30세 이후 혼인 비율도 1.9%에서 17.5%로 급증했습니다.

심지어 결혼 대신 동거를 선호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는데요.

요즘 북한 청년 세대들 사이에선'3년 계약 결혼'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지선/2023년 탈북/가명/음성변조 : "3년 계약 결혼을 해보고 안 되면 헤어진다. 이런 흐름으로 지금 세대들은 가고 있거든요. 결혼 등록을 하지 말고, 자식은 3년 지난 다음에 낳아라. 먼저 (시집) 간 선배들이 영향을 많이 주니까 지금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장마당을 중심으로 주체적인 경제활동을 경험한 북한 여성들.

경제위기에 맞서 가계 경제를 책임지게 되면서 결혼을 통한 이익과 손해를 따지게 됐다는 겁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남성은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군대를 갔다 와서 나이가 보통 20대 말에서 30대가 되고 대학을 가야 되는데 이때 여성의 경제력이 되게 중요합니다. 여성들이 남성의 학비를 많이 대줘요. 여성 입장에서도 남자가 믿을만한가 전망성이 있는가를 봐야 하므로 바로 혼인신고를 하는 게 아니라 3년 정도 살아보고 그다음에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를 (출생) 등록해야 한다고 할 때 그때 판단을 하게 되는 겁니다."]

가정 내 여성의 역할과 위상 변화는 북한 매체에서도 감지됩니다.

2001년 방영된 북한 드라마 '가정'.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북한 드라마 '가정'/2001 : "왜 쏘아봐? 세대주(가장) 말 같지 않아? (때리라요! 더 때려 보라요! 이젠 정말 같이 못 살겠어요.)"]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를 준비하는 남편이 화면에 등장합니다.

[북한 단막극 '수명이 다 됐소'/2022 : "(미안해서 어떡하니.) 미안하긴 뭐..."]

그런데 최근 들어선 남녀 할 것 없이 북한 청년세대 전반이 결혼을 꺼린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부양가족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게 가장 큰 이유로 파악됩니다.

[김지선/2023년 탈북/가명/음성변조 : "가정에 부대끼게 되면 힘들다. 이런 상황에 (경제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결혼하기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머리가) 틀수록 그런 환경에 묻히기가 싫어하는 상황이라 나이가 든 처녀, 총각들이 (결혼 안 합니다)."]

북한에선 사회주의 대가정론에 따라 가정을 이룬 남녀는 행정의 말단 단위가 되어 당과 수령을 받들도록 합니다.

생활 총화는 물론 소속된 인민반에 할당되는 각종 동원에도 참여해야 하므로 개인적인 경제활동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결혼은 하더라도 출산은 하지 않겠다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권민철/2023년 탈북/가명/음성변조 : "북한도 자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드니까 우리가 자식을 낳아서 책임 못 질 바에는 차라리 안 낳는 게 낫다 이런 관념이 있어서. 남자들도 같아요. 후대를 남긴다 이런 관념이 옛날에는 북한에 봉건(사상)이 심해서 그런 게 심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북한의 합계출산율 역시 갈수록 떨어져 최근엔 1.38명에 그치고 있는데요.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합계출산율 2.1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젊은 층 사이에 지금 너무 불안정하고 이들의 자식들이 나갈 환경의 불안성 때문에 출산 억제를 한 거죠. 여성들이 먼저 하다가 남성들도 거기에 수긍하게 되는 거죠. 왜냐하면 경제력을 여성들이 주로 가지다 보니까 자신이 책임질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러니까 같이 출산 억제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북한 청년세대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가 북한 당국의 억압과 통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대외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켜온 북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 내부적으론 각종 통제법을 강화해 사상 결속을 도모해 왔는데요.

국가 권력의 과도한 간섭에서 벗어나고픈 청년들의 저항 의식이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은 적과 전면전을 준비하는 시기잖아요. 이미 대전략의 전면전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기 때문에 준 전시상황에서 내부 통제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그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겁니다. 누구 자녀로 있거나 혼자 있으면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저희가 주목하는 건 김정은 시대에 일상적인 사회적 통제 강화가 가족 구성을 꺼리는 일종의 소극적인 저항의 흐름으로 나타난다고 보입니다."]

북한 당국도 결혼과 출산 절벽에 대응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된 '살림집관리법'에는 '결혼 전 독신자' 즉 미혼자에게는 살림집을 배정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는데요.

주택을 결혼과 출산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한 겁니다.

그러나 정치, 사회, 경제의 안정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결국 청년세대들의 비혼 경향은 북한의 인구 감소로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입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도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가족생활이나 혼인이나 이런 것들이 질 추구 흐름으로 가고 있는데 이게 한동안은 더 갈 거로 보입니다. 한국도 (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됐는데 북한도 예상보다 빠르게 북한은 지금 청년 인구층이 많거든요. 20, 30대가 약 800만 명 정도 되는 인구층이 젊은데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리 줄어들 거로 보입니다."]

지난 4월, 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한복과 양복을 차려입은 청춘 남녀들이 대규모 집단 무도회를 열었습니다.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진행된 가운데 청년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을 다짐했는데요.

["청년 학생들의 야회는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께 영원의 충성 다하며 강대한 우리 국가를 더욱 빛내갈 열혈 청춘들의 혁명적 기개를 힘있게 과시했습니다."]

내부 역량을 총동원해 청년 사상 결집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갈수록 추락하는 결혼과 출산율이야 말로 불안정한 사회와 경제난이 반영된 북한 청년들의 '진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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