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에 가스 폭발…태국서 급증한 한국인 사건사고 왜?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6.17 (14:17) 수정 2024.06.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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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6일 새벽 발생한 오토바이 충돌사고 현장. 오토바이 한 대에 타고 있던 한국인 2명이 부상을 입었다(사진출처:태국 카오솟)현지시각 16일 새벽 발생한 오토바이 충돌사고 현장. 오토바이 한 대에 타고 있던 한국인 2명이 부상을 입었다(사진출처:태국 카오솟)

■ 태국 매체 사건사고 보도에서 요즘 더 자주 보이는 'KOREAN''까올리'

태국 뿐 아니라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오토바이 충돌 사고 현장입니다.
현지시각 16일 새벽, 태국 촌부리주 파타야의 시내에서 오토바이 2대가 충돌했습니다.
30대 태국인 남성이 몰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에서 오던 또 다른 오토바이와 충돌한 겁니다. 이 태국인 남성은 머리를 크게 다쳤고, 피해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남성 2명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 피해 남성 2명, 한국인 관광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한국인들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들고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사고 당시 장면도 그대로 방송됐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듯이 태국은 '오토바이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정말 많은 오토바이가 거리를 오갑니다. 그래서 사고도 잦습니다.
분명 억울한 사고 피해자들이지만, 오토바이를 타면서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를 피했거나 덜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최근 들어 현지 매체 보도에서 'KOREAN' 또는 '까올리(태국어로 한국인)' 단어를 발견하면 상당히 긴장하게 됩니다. 분명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없었던 증상(?)입니다.

원인은 단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태국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각 지난 3일 저녁 태국 방콕 호텔에서 발생한 부탄가스 폭발 사고 현장. 한국인 투숙객 2명이 크게 다쳤다.(사진출처:태국 방콕 경찰)현지시각 지난 3일 저녁 태국 방콕 호텔에서 발생한 부탄가스 폭발 사고 현장. 한국인 투숙객 2명이 크게 다쳤다.(사진출처:태국 방콕 경찰)

■ 방콕 도심 호텔에서 발생한 '부탄가스 폭발 사고'…원인은?

가까이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저녁 태국 방콕 시내 호텔에서 발생한 '부탄가스 폭발 사고'가 있습니다. 4일 새벽 국내 한 매체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라고 먼저 보도가 된 사건이죠.
현지 경찰과 주태국 한국대사관, 호텔 사고 현장 취재 등을 통해 확인된 건 '흉기 난동'이 아닌 부탄가스 폭발 사고였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한국인 남녀가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발한 부탄 가스에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한 사고입니다.
해당 호텔은 한국식당이 밀집해 있는 상가 건물('한인 타운' 또는 '코리안 타운'이라고 보도가 되고 있는데, 태국에는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이런 '타운'이 없습니다.) 인근의 3성급 호텔로 한국인 투숙객이 적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부탄 가스 폭발 사고'로 보도했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태국 경찰이 발견한 부탄가스 15통. 뚜껑이 모두 열린 채였습니다. (부탄가스를 구입하면 플라스틱 뚜껑으로 밀봉돼 있죠.) 그래서 이후 현지 경찰과 공관이 추정하고 있는 사고 원인 중 하나가 '부탄가스 흡입' 가능성입니다.
"한국인 투숙객 2명이 다투다 흉기 난동을 벌였다"는 초기 매체 보도들은 KBS 취재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단순한 실수로 인한 폭발 사고가 아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겁니다.

‘파타야 살인사건’ 피해자가 유기된 저수지에서 검정 대형 플라스틱을 건져 올리는 장면. 태국 채널7보도.‘파타야 살인사건’ 피해자가 유기된 저수지에서 검정 대형 플라스틱을 건져 올리는 장면. 태국 채널7보도.

■ 충격의 여운이 여전한 '파타야 살인 사건'

그리고 태국에서 발생한 최근의 사건사고 중 대표적인 건 역시 '파타야 살인사건'이죠.
현지시각 지난달 11일 밤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검정 대형 플라스틱 통에 담긴 한국인 시신이 발견된 사건.

또다른 한국인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해 살해한 뒤 파타야 저수지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죠.범인들이 이 통에 손가락 등 일부를 훼손한 피해자 시신과 함께 시멘트를 담아 저수지에 버린 잔혹함에 국내뿐 아니라 태국 현지에서도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3명 가운데 2명이 국내와 캄보디아에서 각각 체포됐고 또 한 명이 현재 검거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국내에서 붙잡힌 피의자 1명은 지난 7일 구속기소 됐고, 경찰은 나머지 한 명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역시 마약 관련 범죄라는 '가짜뉴스'가 확산됐지만 결국 피의자들이 금품 갈취를 위해 오픈 채팅방 등에서 대상을 물색한 뒤 피해자를 지목,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어젯밤(6.16) KBS에서 방송된 <더보다:저수지에 잠긴 죽음, 파타야를 가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시면 더욱 자세한 사건의 내용뿐 아니라 KBS 취재진이 추적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더 보다] 저수지에 잠긴 죽음, 파타야를 가다 外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8845

■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많아졌다"

최근 태국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급증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과 현지 경찰 등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요즘 한국인 관련 범죄가 많아졌다"라는 겁니다. K팝 등 K콘텐츠 열풍으로 현지에서 한국인들의 이미지가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 "한국인 망신"이란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인 망신'이란 단순한 표현으로 치부할 문제는 아닙니다. 누군가가 죽고 다치는 문제입니다. 태국이 관광 대국으로 부상한 건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는 평가도 일조했습니다. 그만큼 주의만 한다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죠. 물론 현지 교민과 방문 한국인들이 보다 안전한 태국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관련 당국의 제도적 관심이 전제돼야 할 겁니다.

현지 대사관의 관련 인력, 해당 국가와의 협력 시스템 등 아직 보완해야할 점들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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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 사건에 가스 폭발…태국서 급증한 한국인 사건사고 왜?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6-17 14:17:02
    • 수정2024-06-17 14: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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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6일 새벽 발생한 오토바이 충돌사고 현장. 오토바이 한 대에 타고 있던 한국인 2명이 부상을 입었다(사진출처:태국 카오솟)
■ 태국 매체 사건사고 보도에서 요즘 더 자주 보이는 'KOREAN''까올리'

태국 뿐 아니라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오토바이 충돌 사고 현장입니다.
현지시각 16일 새벽, 태국 촌부리주 파타야의 시내에서 오토바이 2대가 충돌했습니다.
30대 태국인 남성이 몰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에서 오던 또 다른 오토바이와 충돌한 겁니다. 이 태국인 남성은 머리를 크게 다쳤고, 피해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남성 2명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 피해 남성 2명, 한국인 관광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한국인들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들고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사고 당시 장면도 그대로 방송됐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듯이 태국은 '오토바이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정말 많은 오토바이가 거리를 오갑니다. 그래서 사고도 잦습니다.
분명 억울한 사고 피해자들이지만, 오토바이를 타면서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를 피했거나 덜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최근 들어 현지 매체 보도에서 'KOREAN' 또는 '까올리(태국어로 한국인)' 단어를 발견하면 상당히 긴장하게 됩니다. 분명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없었던 증상(?)입니다.

원인은 단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태국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각 지난 3일 저녁 태국 방콕 호텔에서 발생한 부탄가스 폭발 사고 현장. 한국인 투숙객 2명이 크게 다쳤다.(사진출처:태국 방콕 경찰)
■ 방콕 도심 호텔에서 발생한 '부탄가스 폭발 사고'…원인은?

가까이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저녁 태국 방콕 시내 호텔에서 발생한 '부탄가스 폭발 사고'가 있습니다. 4일 새벽 국내 한 매체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라고 먼저 보도가 된 사건이죠.
현지 경찰과 주태국 한국대사관, 호텔 사고 현장 취재 등을 통해 확인된 건 '흉기 난동'이 아닌 부탄가스 폭발 사고였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한국인 남녀가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발한 부탄 가스에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한 사고입니다.
해당 호텔은 한국식당이 밀집해 있는 상가 건물('한인 타운' 또는 '코리안 타운'이라고 보도가 되고 있는데, 태국에는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이런 '타운'이 없습니다.) 인근의 3성급 호텔로 한국인 투숙객이 적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부탄 가스 폭발 사고'로 보도했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태국 경찰이 발견한 부탄가스 15통. 뚜껑이 모두 열린 채였습니다. (부탄가스를 구입하면 플라스틱 뚜껑으로 밀봉돼 있죠.) 그래서 이후 현지 경찰과 공관이 추정하고 있는 사고 원인 중 하나가 '부탄가스 흡입' 가능성입니다.
"한국인 투숙객 2명이 다투다 흉기 난동을 벌였다"는 초기 매체 보도들은 KBS 취재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단순한 실수로 인한 폭발 사고가 아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겁니다.

‘파타야 살인사건’ 피해자가 유기된 저수지에서 검정 대형 플라스틱을 건져 올리는 장면. 태국 채널7보도.
■ 충격의 여운이 여전한 '파타야 살인 사건'

그리고 태국에서 발생한 최근의 사건사고 중 대표적인 건 역시 '파타야 살인사건'이죠.
현지시각 지난달 11일 밤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검정 대형 플라스틱 통에 담긴 한국인 시신이 발견된 사건.

또다른 한국인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해 살해한 뒤 파타야 저수지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죠.범인들이 이 통에 손가락 등 일부를 훼손한 피해자 시신과 함께 시멘트를 담아 저수지에 버린 잔혹함에 국내뿐 아니라 태국 현지에서도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3명 가운데 2명이 국내와 캄보디아에서 각각 체포됐고 또 한 명이 현재 검거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국내에서 붙잡힌 피의자 1명은 지난 7일 구속기소 됐고, 경찰은 나머지 한 명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역시 마약 관련 범죄라는 '가짜뉴스'가 확산됐지만 결국 피의자들이 금품 갈취를 위해 오픈 채팅방 등에서 대상을 물색한 뒤 피해자를 지목,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어젯밤(6.16) KBS에서 방송된 <더보다:저수지에 잠긴 죽음, 파타야를 가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시면 더욱 자세한 사건의 내용뿐 아니라 KBS 취재진이 추적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더 보다] 저수지에 잠긴 죽음, 파타야를 가다 外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8845

■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많아졌다"

최근 태국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급증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과 현지 경찰 등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요즘 한국인 관련 범죄가 많아졌다"라는 겁니다. K팝 등 K콘텐츠 열풍으로 현지에서 한국인들의 이미지가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 "한국인 망신"이란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인 망신'이란 단순한 표현으로 치부할 문제는 아닙니다. 누군가가 죽고 다치는 문제입니다. 태국이 관광 대국으로 부상한 건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는 평가도 일조했습니다. 그만큼 주의만 한다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죠. 물론 현지 교민과 방문 한국인들이 보다 안전한 태국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관련 당국의 제도적 관심이 전제돼야 할 겁니다.

현지 대사관의 관련 인력, 해당 국가와의 협력 시스템 등 아직 보완해야할 점들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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