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잦아진 n차 폭우…“장마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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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최근 장마의 양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년보다 장마 기간이 길어지거나 마른 장마가 찾아오기도 했는데요.
급변하는 한반도 장마를 신방실,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뉴스/1959년 7월 12일 : "7월 초부터 전국에 걸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열흘 동안이나 계속돼 올해 들어 처음으로 홍수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과거 장마는 한 달가량 이어졌고, 1년 강수량의 3분의 1 정도의 비가 내렸습니다.
7월 말 장마가 끝나면 찜통더위가 몰려 왔습니다.
[대한뉴스/1990년 7월 25일 : "길고도 지루한 장마가 걷히면서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찾는 피서 인파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상욱/한국기상학회 기후변화특별위원장/한양대 교수 : "그때 장마는 시작 시기하고 끝이 확실했고 장마 기간 동안에 비가 오지 않는 날이 3~4일을 넘지 않는 그런 특징들이 분명했던…."]
최근 장마는 어떨까요?
장마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거나, 강수 일수가 뚝 떨어진 마른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다음 해엔 2차 장마에서 폭우가 쏟아졌고, 장마 기간에 역대 최대 강수량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 장마의 공식이 깨진 겁니다.
장마철 강수 구조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과거 북태평양과 오호츠크해고기압 사이 정체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며 고르게 비를 뿌렸다면, 지금은 마치 엔진을 단 것처럼 정체전선에 저기압이 동반되는 형태가 잦습니다.
[손석우/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서울대 교수 : "북태평양 고기압만 있다면 사실은 수증기 수송이 그렇게 강하지 않을 텐데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에 한반도가 위치하다 보니까 더 강력하게 수증기 수송이 이루어지고요. 집중호우가 아주 강하게 내리고… ."]
강수 집중 시기가 변하면서 이제는 장마가 아닌 '한국형 우기'로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장마가 끝난 뒤 강수량이 급증하고 있고, 9월까지 4차, 5차 폭우가 잇따르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기상청도 이미 지난 2009년, 장마의 시작과 종료에 대한 예보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김성묵/기상청 예보정책과장 : "쉽사리 장마가 종료됐다라고 알려드리지 않아요. 왜냐면 이제 방심하거나 휴가를 가거나 이런 상황이 나타날 수 있고, 게다가 방재 대응도 조금 완화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한반도 장마가 이렇게 급변하는 원인은 뭘까요?
이어서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보도합니다.
촬영기자:최원석 허수곤/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고석훈
[리포트]
예전 장마에 비해 최근 장마의 두드러진 특징은 비가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린다는 겁니다.
KBS가 전문가들과 분석한 결과, 지난 30년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합니다.
[장은철/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 "소나기성으로 내리는 비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게 이제 어떻게 보면은 강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라는 거와 직결되는 상황이라고 보는 거고…."]
온난화 탓에 많아진 수증기가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발 수증기의 영향이 큽니다.
티베트 고원에 막혀 중국 남부에 갇혀 있던 수증기가 한반도로 흘러들어오며 폭우의 재료가 됩니다.
[손석우/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서울대 교수 : "상식적으로 보면 바다에서 수증기가 들어오는 게 더 많을 것 같은데, 오히려 중국 내륙에서 들어오는 게 훨씬 더 위험해요. 서해를 지나가면서 또 수증기를 공급받아요. 한꺼번에 들어온 것들 요즘에 많이 이용하는 표현으로 '대기의 강'이라고…."]
온난화에 따른 시베리아의 고온 현상은 폭우의 방아쇠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밀려오면서 수증기를 만나 폭발적으로 비구름이 생깁니다.
[김성묵/기상청 예보정책과장 : "따뜻한 공기만 있으면 사실 폭우가 안 내릴 수도 있어요.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만나서 섞이니까 소용돌이가 생기고,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맛비의 양상이 국지적인 폭우로 바뀌면서,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은 폭염에 노출되는 등 복합적인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지훈/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장마철에는 폭우의 위험도 있고 폭염에 의한 피해도 있다. 장마전선 강화에 의한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우리가 복합적으로 재난 관리하는 측면에서 염두에 둬야…."]
전문가들은 장마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서 피해 예방과 대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성묵/기상청 예보정책과장 : "어느 지역에 피해가 났을 때 어르신들께서 그러세요. 70년 살아봐도 피해 안 나, 여기 피해 안 나는 지역이야 그런데 난단 말이죠. 그래서 이게 예전에 사시던 시대랑 많이 달라졌다라는 인식 변화가 있어야 됩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허수곤/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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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잦아진 n차 폭우…“장마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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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6-21 21:24:12
- 수정2024-06-22 09:51:58
이처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최근 장마의 양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년보다 장마 기간이 길어지거나 마른 장마가 찾아오기도 했는데요.
급변하는 한반도 장마를 신방실,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뉴스/1959년 7월 12일 : "7월 초부터 전국에 걸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열흘 동안이나 계속돼 올해 들어 처음으로 홍수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과거 장마는 한 달가량 이어졌고, 1년 강수량의 3분의 1 정도의 비가 내렸습니다.
7월 말 장마가 끝나면 찜통더위가 몰려 왔습니다.
[대한뉴스/1990년 7월 25일 : "길고도 지루한 장마가 걷히면서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찾는 피서 인파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상욱/한국기상학회 기후변화특별위원장/한양대 교수 : "그때 장마는 시작 시기하고 끝이 확실했고 장마 기간 동안에 비가 오지 않는 날이 3~4일을 넘지 않는 그런 특징들이 분명했던…."]
최근 장마는 어떨까요?
장마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거나, 강수 일수가 뚝 떨어진 마른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다음 해엔 2차 장마에서 폭우가 쏟아졌고, 장마 기간에 역대 최대 강수량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 장마의 공식이 깨진 겁니다.
장마철 강수 구조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과거 북태평양과 오호츠크해고기압 사이 정체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며 고르게 비를 뿌렸다면, 지금은 마치 엔진을 단 것처럼 정체전선에 저기압이 동반되는 형태가 잦습니다.
[손석우/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서울대 교수 : "북태평양 고기압만 있다면 사실은 수증기 수송이 그렇게 강하지 않을 텐데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에 한반도가 위치하다 보니까 더 강력하게 수증기 수송이 이루어지고요. 집중호우가 아주 강하게 내리고… ."]
강수 집중 시기가 변하면서 이제는 장마가 아닌 '한국형 우기'로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장마가 끝난 뒤 강수량이 급증하고 있고, 9월까지 4차, 5차 폭우가 잇따르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기상청도 이미 지난 2009년, 장마의 시작과 종료에 대한 예보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김성묵/기상청 예보정책과장 : "쉽사리 장마가 종료됐다라고 알려드리지 않아요. 왜냐면 이제 방심하거나 휴가를 가거나 이런 상황이 나타날 수 있고, 게다가 방재 대응도 조금 완화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한반도 장마가 이렇게 급변하는 원인은 뭘까요?
이어서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보도합니다.
촬영기자:최원석 허수곤/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고석훈
[리포트]
예전 장마에 비해 최근 장마의 두드러진 특징은 비가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린다는 겁니다.
KBS가 전문가들과 분석한 결과, 지난 30년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합니다.
[장은철/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 "소나기성으로 내리는 비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게 이제 어떻게 보면은 강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라는 거와 직결되는 상황이라고 보는 거고…."]
온난화 탓에 많아진 수증기가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발 수증기의 영향이 큽니다.
티베트 고원에 막혀 중국 남부에 갇혀 있던 수증기가 한반도로 흘러들어오며 폭우의 재료가 됩니다.
[손석우/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서울대 교수 : "상식적으로 보면 바다에서 수증기가 들어오는 게 더 많을 것 같은데, 오히려 중국 내륙에서 들어오는 게 훨씬 더 위험해요. 서해를 지나가면서 또 수증기를 공급받아요. 한꺼번에 들어온 것들 요즘에 많이 이용하는 표현으로 '대기의 강'이라고…."]
온난화에 따른 시베리아의 고온 현상은 폭우의 방아쇠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밀려오면서 수증기를 만나 폭발적으로 비구름이 생깁니다.
[김성묵/기상청 예보정책과장 : "따뜻한 공기만 있으면 사실 폭우가 안 내릴 수도 있어요.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만나서 섞이니까 소용돌이가 생기고,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맛비의 양상이 국지적인 폭우로 바뀌면서,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은 폭염에 노출되는 등 복합적인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지훈/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장마철에는 폭우의 위험도 있고 폭염에 의한 피해도 있다. 장마전선 강화에 의한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우리가 복합적으로 재난 관리하는 측면에서 염두에 둬야…."]
전문가들은 장마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서 피해 예방과 대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성묵/기상청 예보정책과장 : "어느 지역에 피해가 났을 때 어르신들께서 그러세요. 70년 살아봐도 피해 안 나, 여기 피해 안 나는 지역이야 그런데 난단 말이죠. 그래서 이게 예전에 사시던 시대랑 많이 달라졌다라는 인식 변화가 있어야 됩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허수곤/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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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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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기자 wea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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