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사과가 사라진다’
입력 2024.06.27 (20:09)
수정 2024.06.27 (21: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단맛과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사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민 과일’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맘을 먹어야 구경할 수 있는 비싼 몸이 돼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올해도 사과 재배,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금사과라고 불릴 만큼 값이 크게 올랐던 사과입니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사과나무에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어야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전혀 열매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착과가 되지 않는 농가가 한두 농가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고 산악 지형이 많아 예로부터 사과 주산지로 꼽혀 온 장성군.
축구장 3개 넓이의 사과밭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오재욱 씨는, 이른 아침부터 벌레를 쫓고, 가지치기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맘때면 15년짜리 사과나무 한 그루에 2백 개 이상의 열매가 열려야 하는데, 올해는 열 개도 없는 나무가 많아 걱정입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왜 이렇게 가지를 다 자르시는 거죠?) 꽃눈에서 사과가 많이 달려 있으면 영양분이 사과로 가야 하는데 사과가 없으니까 전부 다 이렇게 가지만 무성하게 자라는 거죠."]
농민과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과 열매가 잘 달리려면 여름철부터 꽃눈이 잘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난해 7월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여기에, 나무들이 양분을 축적해야 할 11월은 또 너무 따뜻해서 면역력이 떨어졌고, 올 봄에는 잦은 비와 이상 저온으로 벌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겁니다.
[송광영/장성농업기술센터 원예기술팀장 : "어느 정도 저온의 영향도 있었고, 작년에 꽃눈에 대한 그 불량도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게 전부 다 기상의 원인이다. 저희들은 이제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장성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270여 곳.
이 가운데 올해 이렇게 열매가 안 열리는 피해를 본 곳이 90%에 이릅니다.
올해 가을철 수확을 위해 농가에서는 컨테이너 3천 개를 준비해 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100여 개밖에 소비가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가에서는 계속 사과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업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그래서 저도 올해 지금 폐원을 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이게 사과 농가가 저같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농가들이 대부분 많을 거예요."]
올해 사과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건 장성만의 일이 아닙니다.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경남 밀양시도 사과나무 착과율이 30~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평년의 경우 착과율이 95%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3분의 1밖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겁니다.
그나마 고개를 내민 열매들도 여름철 장마와 태풍을 고려하면 모두 수확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부 농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과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입체형’으로 자라는데, 이 과정에서 햇빛을 못 받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둥에 사과나무를 묶어 ‘평면’ 형태로 키워, 골고루 광합성을 받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이상수/45년 차 사과 농민 : "이게 하나의 벽면을 이루는 거예요. 사과가 그래가지고 눈에 훤하게 보이니까 관리하기가 편해요."]
하지만 날씨가 아예 바뀌어 버린다면 이런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국내 사과 주산지가 경북 등에서 강원도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장성의 경우, 10여 년 뒤인 2030년 중후반에 이르면 아예 사과를 재배하기가 어렵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농촌진흥청 예측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배와 복숭아 등도, 209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정건/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적극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새로운 소득 작목을 도입해서 재배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아열대 작목을 최근에 많이 도입해서 재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을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정말 금사과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10년 뒤면 장성에 사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달라지는 기후에 농촌과 농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과 재배 방법을 연구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민 과일’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맘을 먹어야 구경할 수 있는 비싼 몸이 돼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올해도 사과 재배,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금사과라고 불릴 만큼 값이 크게 올랐던 사과입니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사과나무에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어야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전혀 열매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착과가 되지 않는 농가가 한두 농가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고 산악 지형이 많아 예로부터 사과 주산지로 꼽혀 온 장성군.
축구장 3개 넓이의 사과밭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오재욱 씨는, 이른 아침부터 벌레를 쫓고, 가지치기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맘때면 15년짜리 사과나무 한 그루에 2백 개 이상의 열매가 열려야 하는데, 올해는 열 개도 없는 나무가 많아 걱정입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왜 이렇게 가지를 다 자르시는 거죠?) 꽃눈에서 사과가 많이 달려 있으면 영양분이 사과로 가야 하는데 사과가 없으니까 전부 다 이렇게 가지만 무성하게 자라는 거죠."]
농민과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과 열매가 잘 달리려면 여름철부터 꽃눈이 잘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난해 7월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여기에, 나무들이 양분을 축적해야 할 11월은 또 너무 따뜻해서 면역력이 떨어졌고, 올 봄에는 잦은 비와 이상 저온으로 벌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겁니다.
[송광영/장성농업기술센터 원예기술팀장 : "어느 정도 저온의 영향도 있었고, 작년에 꽃눈에 대한 그 불량도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게 전부 다 기상의 원인이다. 저희들은 이제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장성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270여 곳.
이 가운데 올해 이렇게 열매가 안 열리는 피해를 본 곳이 90%에 이릅니다.
올해 가을철 수확을 위해 농가에서는 컨테이너 3천 개를 준비해 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100여 개밖에 소비가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가에서는 계속 사과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업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그래서 저도 올해 지금 폐원을 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이게 사과 농가가 저같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농가들이 대부분 많을 거예요."]
올해 사과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건 장성만의 일이 아닙니다.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경남 밀양시도 사과나무 착과율이 30~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평년의 경우 착과율이 95%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3분의 1밖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겁니다.
그나마 고개를 내민 열매들도 여름철 장마와 태풍을 고려하면 모두 수확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부 농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과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입체형’으로 자라는데, 이 과정에서 햇빛을 못 받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둥에 사과나무를 묶어 ‘평면’ 형태로 키워, 골고루 광합성을 받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이상수/45년 차 사과 농민 : "이게 하나의 벽면을 이루는 거예요. 사과가 그래가지고 눈에 훤하게 보이니까 관리하기가 편해요."]
하지만 날씨가 아예 바뀌어 버린다면 이런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국내 사과 주산지가 경북 등에서 강원도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장성의 경우, 10여 년 뒤인 2030년 중후반에 이르면 아예 사과를 재배하기가 어렵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농촌진흥청 예측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배와 복숭아 등도, 209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정건/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적극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새로운 소득 작목을 도입해서 재배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아열대 작목을 최근에 많이 도입해서 재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을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정말 금사과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10년 뒤면 장성에 사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달라지는 기후에 농촌과 농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과 재배 방법을 연구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찾아가는K] ‘사과가 사라진다’
-
- 입력 2024-06-27 20:09:16
- 수정2024-06-27 21:17:08
단맛과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사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민 과일’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맘을 먹어야 구경할 수 있는 비싼 몸이 돼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올해도 사과 재배,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금사과라고 불릴 만큼 값이 크게 올랐던 사과입니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사과나무에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어야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전혀 열매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착과가 되지 않는 농가가 한두 농가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고 산악 지형이 많아 예로부터 사과 주산지로 꼽혀 온 장성군.
축구장 3개 넓이의 사과밭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오재욱 씨는, 이른 아침부터 벌레를 쫓고, 가지치기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맘때면 15년짜리 사과나무 한 그루에 2백 개 이상의 열매가 열려야 하는데, 올해는 열 개도 없는 나무가 많아 걱정입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왜 이렇게 가지를 다 자르시는 거죠?) 꽃눈에서 사과가 많이 달려 있으면 영양분이 사과로 가야 하는데 사과가 없으니까 전부 다 이렇게 가지만 무성하게 자라는 거죠."]
농민과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과 열매가 잘 달리려면 여름철부터 꽃눈이 잘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난해 7월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여기에, 나무들이 양분을 축적해야 할 11월은 또 너무 따뜻해서 면역력이 떨어졌고, 올 봄에는 잦은 비와 이상 저온으로 벌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겁니다.
[송광영/장성농업기술센터 원예기술팀장 : "어느 정도 저온의 영향도 있었고, 작년에 꽃눈에 대한 그 불량도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게 전부 다 기상의 원인이다. 저희들은 이제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장성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270여 곳.
이 가운데 올해 이렇게 열매가 안 열리는 피해를 본 곳이 90%에 이릅니다.
올해 가을철 수확을 위해 농가에서는 컨테이너 3천 개를 준비해 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100여 개밖에 소비가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가에서는 계속 사과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업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그래서 저도 올해 지금 폐원을 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이게 사과 농가가 저같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농가들이 대부분 많을 거예요."]
올해 사과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건 장성만의 일이 아닙니다.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경남 밀양시도 사과나무 착과율이 30~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평년의 경우 착과율이 95%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3분의 1밖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겁니다.
그나마 고개를 내민 열매들도 여름철 장마와 태풍을 고려하면 모두 수확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부 농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과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입체형’으로 자라는데, 이 과정에서 햇빛을 못 받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둥에 사과나무를 묶어 ‘평면’ 형태로 키워, 골고루 광합성을 받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이상수/45년 차 사과 농민 : "이게 하나의 벽면을 이루는 거예요. 사과가 그래가지고 눈에 훤하게 보이니까 관리하기가 편해요."]
하지만 날씨가 아예 바뀌어 버린다면 이런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국내 사과 주산지가 경북 등에서 강원도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장성의 경우, 10여 년 뒤인 2030년 중후반에 이르면 아예 사과를 재배하기가 어렵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농촌진흥청 예측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배와 복숭아 등도, 209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정건/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적극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새로운 소득 작목을 도입해서 재배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아열대 작목을 최근에 많이 도입해서 재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을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정말 금사과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10년 뒤면 장성에 사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달라지는 기후에 농촌과 농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과 재배 방법을 연구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민 과일’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맘을 먹어야 구경할 수 있는 비싼 몸이 돼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올해도 사과 재배,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금사과라고 불릴 만큼 값이 크게 올랐던 사과입니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사과나무에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어야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전혀 열매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착과가 되지 않는 농가가 한두 농가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고 산악 지형이 많아 예로부터 사과 주산지로 꼽혀 온 장성군.
축구장 3개 넓이의 사과밭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오재욱 씨는, 이른 아침부터 벌레를 쫓고, 가지치기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맘때면 15년짜리 사과나무 한 그루에 2백 개 이상의 열매가 열려야 하는데, 올해는 열 개도 없는 나무가 많아 걱정입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왜 이렇게 가지를 다 자르시는 거죠?) 꽃눈에서 사과가 많이 달려 있으면 영양분이 사과로 가야 하는데 사과가 없으니까 전부 다 이렇게 가지만 무성하게 자라는 거죠."]
농민과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과 열매가 잘 달리려면 여름철부터 꽃눈이 잘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난해 7월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여기에, 나무들이 양분을 축적해야 할 11월은 또 너무 따뜻해서 면역력이 떨어졌고, 올 봄에는 잦은 비와 이상 저온으로 벌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겁니다.
[송광영/장성농업기술센터 원예기술팀장 : "어느 정도 저온의 영향도 있었고, 작년에 꽃눈에 대한 그 불량도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게 전부 다 기상의 원인이다. 저희들은 이제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장성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270여 곳.
이 가운데 올해 이렇게 열매가 안 열리는 피해를 본 곳이 90%에 이릅니다.
올해 가을철 수확을 위해 농가에서는 컨테이너 3천 개를 준비해 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100여 개밖에 소비가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가에서는 계속 사과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업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재욱/16년 차 사과 농민 : "그래서 저도 올해 지금 폐원을 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이게 사과 농가가 저같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농가들이 대부분 많을 거예요."]
올해 사과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건 장성만의 일이 아닙니다.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경남 밀양시도 사과나무 착과율이 30~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평년의 경우 착과율이 95%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3분의 1밖에 열매가 열리지 않은 겁니다.
그나마 고개를 내민 열매들도 여름철 장마와 태풍을 고려하면 모두 수확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부 농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과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입체형’으로 자라는데, 이 과정에서 햇빛을 못 받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둥에 사과나무를 묶어 ‘평면’ 형태로 키워, 골고루 광합성을 받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이상수/45년 차 사과 농민 : "이게 하나의 벽면을 이루는 거예요. 사과가 그래가지고 눈에 훤하게 보이니까 관리하기가 편해요."]
하지만 날씨가 아예 바뀌어 버린다면 이런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국내 사과 주산지가 경북 등에서 강원도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장성의 경우, 10여 년 뒤인 2030년 중후반에 이르면 아예 사과를 재배하기가 어렵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농촌진흥청 예측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배와 복숭아 등도, 209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정건/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적극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새로운 소득 작목을 도입해서 재배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아열대 작목을 최근에 많이 도입해서 재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을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정말 금사과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10년 뒤면 장성에 사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달라지는 기후에 농촌과 농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과 재배 방법을 연구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