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미얀마 세계 최대 옥 광산에 가다

<앵커 멘트>

보석으로 유명한 미얀마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옥 바위가 발견됐습니다. 무게 3천 톤, 시가로 따지면 1조 원 어치가 넘는 거대한 옥 바위인데요. 그런데 이 옥 바위가 미얀마에 경제적 이득은 물론 평화까지 가져왔다고 합니다.. KBS에 의해 최초로 공개되는 미얀마 옥의 세계로 백운기 특파원이 안내합니다.

<리포트>

미얀마 북부도시 미찌나에서 승용차로 열 시간 거리에 있는 광산마을 파칸. 밀림을 헤치고 험한 산길을 따라 파칸에 도착한 것은 밤 1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산 중턱 광산에는 환한 불빛이 켜져있습니다. 거대한 산 속에 숨어있는 보석을 찾기위해 스물네 시간 광부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있는 것입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세계 최대규모의 옥 바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옥바위의 규모는 무려 3천톤. 시가로 따지면 10억불, 우리 돈으로 무려 1조원이 넘는 거대한 옥바위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세계각국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반군이 출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 표면상 이유였지만 실은 외국 취재진의 입국을 달가워하지 않는 미얀마 정치상황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미얀마의 옥 광산에 kbs가 처음으로 취재를 가게 된 것은 미얀마에 거세게 불고있는 한류의 힘이 컸습니다. 취재팀은 미얀마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옥 바위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돈 뒤에도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서야 옥 광산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옥 바위가 발견된 파칸의 옥 광산입니다. 옥 바위는 지하 50미터에 있습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 보겠습니다. 수 천년 은은한 초록의 비밀을 간직한 채 깊은 동굴에 숨어있던 3천 톤짜리 옥 바위가 처음으로 그 수줍은 모습을 kbs 카메라에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푸른 빛을 띠는 옥 바위에 불빛을 비치면 바위 속에서 은은한 초록색의 빛이 퍼져나옵니다. 길이 20미터, 높이 11미터의 이 거대한 바위가 모두 옥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나이 윈 툰(옥 바위 발견자): "(그러면 이 안에 모두 옥이 가득 들어있습니까?)네 모두 좋은 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진한 초록 불빛은 바위 속에 들어있는 옥이 양질의 玉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비의 옥 바위가 처음 발견된 것은 3년 전, 미얀마 소수민족인 '파오'족 반군의 지도자였던 나위 윈 툰에 의해서였습니다. 정부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윈 툰은 반군들과 협의 끝에 이 옥 바위를 정부에 기증하기로 뜻을 모았고 그 댓가로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

<인터뷰>나이 윈 툰 (옥 바위 발견자): "이 옥 바위를 개발하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겠지만 나라에 바치는 것이 우리 부족을 위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에게는 건강과 안녕,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玉. 거대한 옥 바위는 파오족 에게 정부군과의 평화라는 거대한 선물을 안겨준 것입니다.

<인터뷰>우 띤 따우 (얀마 정부 공보책임자): "정부는 기증자의 뜻에 보답하기 위해 파오족에게 우선 채굴권을 허가하고 이 마을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기증자의 뜻을 받아들여 이 옥광산을 지하 박물관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박물관이 문을 열면 미얀마의 최고명소가 되는 것은 물론 민족화합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될 것입니다.

옥 바위가 발견된 이후 파칸 마을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서 보석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한적했던 마을은 몇 년 만에 활기가 넘치는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인터뷰>아까이 (파칸 마을 주민): "모든 사람들이 다 일하게 됐으니 살기가 좋아졌지요."

<인터뷰>아뚤레 (파칸 마을 주민): "이제 미얀마에서 우리마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어요."

현재 파칸 마을에서는 모두 네 군데의 광산에서 활발한 채굴작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거대한 중장비가 산을 깎아내리면서 바위 속에 숨어있는 옥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포크레인이 언덕을 훑어내리면 숙련공들이 우르르 몰려가 옥이 들어있을 만한 돌을 추려냅니다.

말 그대로 옥석을 가리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돌이지만 숙련공들은 귀신같이 옥이 들어있는 바위를 찾아냅니다.

<인터뷰>옥 광산 광부: ("몇 년 정도나 일하면 이렇게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까?")"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잘하는 사람은 6개월만 해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장비를 동원하는 일은 값비싼 장비와 기름 등 만만찮은 경비가 들기 때문에 광산주들은 아직도 재래식으로 지하갱도에서 옥을 찾는 방법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하 150미터 지점입니다. 지하로 내려갈 수록 더 좋은 양질의 옥이 발견되기 때문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숨이 막힐 듯한 더위와 습기, 하지만 옥을 찾는 광부들의 눈길은 열악한 환경에도 아랑곳 없이 번뜩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캐낸 옥 바위는 원석 제련소로 넘어갑니다. 옥 바위에서 옥을 찾는 일 또한 옥을 캐내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작업입니다. 먼저 돌을 망치로 두드려 바위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그런 다음 커다란 톱날로 바위를 절단한 뒤에야 얼마나 좋은 옥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게됩니다. 바위를 쪼개는 이 순간이야 말로 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긴장된 순간입니다.

옥 원석은 색깔과 선명도 등 상태에 따라 모두 5단계의 등급으로 나눠집니다. 가장 좋은 품질의 옥은 가공만 잘하면 반지 하나에 수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미얀마는 옥을 비롯해서 루비와 사파이어등 보석 생산지로 유명한 나랍니다.

미얀마가 지난 한 해 외국에 판 옥 원석은 모두 6천 3백만 유로, 우리 돈으로 8백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공기술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원석을 그대로 수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의 보석업자들이 원석을 구하기 위해 이 마을에 몰려오면 깊은 산골 파칸 마을은 때아닌 호경기를 맞기고 합니다. 파칸 마을 주민들은 세계 최대의 옥바위가 마을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듯, 이 마을에 더 많은 행운이 넘쳐나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