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미족, 금광 쟁탈전 희생양

입력 2005.11.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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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 이 시간에 아프리카 피그미족을 표적으로 한 인종청소의 실상을 보도해드렸습니다만 오늘은 그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콩고 전쟁에서 아무런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피그미 족이 이렇게 집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세계 최대의 금맥이 피그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칠판 지우기 작전으로 불리는 추악한 만행의 현장을 이충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 깊은 정글 속에 숨겨져 있는 피그미족들의 비극...

<인터뷰> "모두 약탈당했습니다. 모든 피그미들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어린이들을 절구통에 머리를 넣게 한 뒤 숨질 때까지 찧었습니다."

<인터뷰> "반군들은 인육을 잘라서 석쇠 위에 올려놓고 구웠습니다."

<인터뷰> "그들은 우리를 표적으로 멸종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반군들의 공격에 마을이 불 타고 있습니다. 무려 3백만 명의 희생자를 냈던 콩고 전쟁은 2년전에 끝났지만 피그미족의 시련은 이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집 안에 있는데 갑자기 폭탄이 떨어져 터졌습니다. 모두들 숲 밖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적도 지역에 남아 있는 콩고 반군과 르완다 출신 후투족 반군들은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게릴라전에 들어갔습니다. 2003년 가을부터 피그미를 표적으로 한 이들의 연합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작전명 '칠판 지우기'. 마치 칠판을 지우듯이 전략적 요충지를 싹쓸이 하고 숲 속의 피그미를 모조리 없애자는 야만적인 인종 청소 작전입니다. 반군들은 왜 하필 피그미족을 표적으로 삼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이투리 숲 안에 있습니다.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솔로몬의 다이아몬드를 찾아 적도의 정글 속을 헤매는 탐험대.. 마침내 다이아몬드와 금광을 찾아냈지만 광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고릴라가 지키고 있습니다. 금과 다이아몬드를 향한 인간의 끝 없는 욕망..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콩고의 적도 지대입니다.

피그미족들이 사는 이투리 숲, 세계에서 가장 큰 금맥이면서도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킬로모토 금맥의 중심지입니다.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곳곳에 붉게 파헤쳐진 금광이 숨어 있습니다. 노천에서 땅을 판 뒤 금을 캐내는, 말 그대로 노다집니다.

위험한 숲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금을 찾는 이 소년 광부는 하루에 열 시간 씩 땅을 파고 있습니다.

<인터뷰>모앵도 카엥가: "여기서 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흙을 등에 지고 운반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파낸 흙을 가까운 강으로 내려보내 물로 쉴새 없이 걸러 냅니다. 흙 속에 있는 금 조각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무장 세력들은 피그미들을 숲에서 쫓아낸 뒤 직접 금광을 운영하거나 아프리카 국가들에 금을 밀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숲속에 숨어 있는 반군들을 소탕하려는 유엔군의 작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취재진은 지금 콩고의 북동부 지방을 지나고 있습니다. 르완다와 우간다와의 접경지역입니다. 이곳에는 요즘도 하루에 몇 차례씩 교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유엔군 병사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공 작전이 숲 속의 게릴라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르완다 방향으로 가다가 나타난 거대한 난민촌... 어찌된 일인지 르완다 반군 부대가 난민촌 바로 옆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일부는 기관총을 들고 일부는 수류탄을 들기도 했지만 마치 전쟁놀이를 하듯 장난스러워 보입니다

<인터뷰>아그나드 무르와나샤캬(반군부대장): "르완다로 돌아가려면 안전 조치가 보장돼야 합니다. 우리를 처벌하려 한다면 돌아갈수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숲에 들어가 약탈을 일삼는 이들이 진을 친 것은 역설적으로 이곳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난민을 이용한 인간 방패... 자칫 난민촌에 보복을 가할까 두려워 유엔군이나 콩고 정부군은 이곳의 반군들을 공격하지 못합니다.

반군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부니아 지역.. 르완다와의 국경 도시입니다. 만 6천여 명의 유엔군이 주둔하면서 도시 지역의 평화를 되찾을 뿐, 외곽의 숲 속 지역은 여전히 무정부 상태입니다. 중앙 아프리카 숲에 살고 있는 피그미는 대략 60여 만 명.. 칠판 지우기 작전으로 얼마나 학살됐는지 확인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인구가 절반 가까이 준 마을이 많고 심지어 주민 전체가 몰살한 마을도 있습니다

<인터뷰>바시카니야(피그미 네트워크 간사): "숲이 아직 반군에 점령돼 있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가 지금으로선 어렵습니다."

피그미족이 표적이 된 것은 이들이 미개하고 열등하다는 편견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카젤리(피그미 담당 교사): "피그미는 식인종이 아닙니다. 그들은 인육을 먹지 못합니다. 문화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그미족은 피그미라는 말을 모릅니다. 피그미는 키가 작다고 서방세계에서 부르는 경멸적인 말일 뿐, 피그미들은 자신을 음부티 등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들은 역사상 쇠붙이 무기를 손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인간들의 탐욕이 빚어낸 전쟁을 알 리도 없습니다.

<인터뷰> "숲속에 살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도시엔 살수 없습니다, 거긴 숲이 없기 때문입니다. 숲이 있어야 열매를 따고 사냥을 할수 있습니다."

수천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아프리카에 살아온 밀림의 주인이었지만 광기 넘치는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멸족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피그미족..

<인터뷰> "우리도 사람입니다. 비록 숲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동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인간의 권리가 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피그미가 죽어야 세계의 관심을 끌수 있을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영원히 잊혀진 인종이 되는건 아닌지.. 피그미족들이 문명 사회에 되묻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피그미족에 이어서 다음주에는 마사이족의 생존 투쟁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초원의 전사, 마사이 족이 삶의 터전인 동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쫓겨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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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그미족, 금광 쟁탈전 희생양
    • 입력 2005-11-25 10:49:5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난 주 이 시간에 아프리카 피그미족을 표적으로 한 인종청소의 실상을 보도해드렸습니다만 오늘은 그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콩고 전쟁에서 아무런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피그미 족이 이렇게 집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세계 최대의 금맥이 피그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칠판 지우기 작전으로 불리는 추악한 만행의 현장을 이충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 깊은 정글 속에 숨겨져 있는 피그미족들의 비극... <인터뷰> "모두 약탈당했습니다. 모든 피그미들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어린이들을 절구통에 머리를 넣게 한 뒤 숨질 때까지 찧었습니다." <인터뷰> "반군들은 인육을 잘라서 석쇠 위에 올려놓고 구웠습니다." <인터뷰> "그들은 우리를 표적으로 멸종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반군들의 공격에 마을이 불 타고 있습니다. 무려 3백만 명의 희생자를 냈던 콩고 전쟁은 2년전에 끝났지만 피그미족의 시련은 이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집 안에 있는데 갑자기 폭탄이 떨어져 터졌습니다. 모두들 숲 밖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적도 지역에 남아 있는 콩고 반군과 르완다 출신 후투족 반군들은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게릴라전에 들어갔습니다. 2003년 가을부터 피그미를 표적으로 한 이들의 연합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작전명 '칠판 지우기'. 마치 칠판을 지우듯이 전략적 요충지를 싹쓸이 하고 숲 속의 피그미를 모조리 없애자는 야만적인 인종 청소 작전입니다. 반군들은 왜 하필 피그미족을 표적으로 삼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이투리 숲 안에 있습니다.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솔로몬의 다이아몬드를 찾아 적도의 정글 속을 헤매는 탐험대.. 마침내 다이아몬드와 금광을 찾아냈지만 광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고릴라가 지키고 있습니다. 금과 다이아몬드를 향한 인간의 끝 없는 욕망..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콩고의 적도 지대입니다. 피그미족들이 사는 이투리 숲, 세계에서 가장 큰 금맥이면서도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킬로모토 금맥의 중심지입니다.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곳곳에 붉게 파헤쳐진 금광이 숨어 있습니다. 노천에서 땅을 판 뒤 금을 캐내는, 말 그대로 노다집니다. 위험한 숲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금을 찾는 이 소년 광부는 하루에 열 시간 씩 땅을 파고 있습니다. <인터뷰>모앵도 카엥가: "여기서 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흙을 등에 지고 운반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파낸 흙을 가까운 강으로 내려보내 물로 쉴새 없이 걸러 냅니다. 흙 속에 있는 금 조각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무장 세력들은 피그미들을 숲에서 쫓아낸 뒤 직접 금광을 운영하거나 아프리카 국가들에 금을 밀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숲속에 숨어 있는 반군들을 소탕하려는 유엔군의 작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취재진은 지금 콩고의 북동부 지방을 지나고 있습니다. 르완다와 우간다와의 접경지역입니다. 이곳에는 요즘도 하루에 몇 차례씩 교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유엔군 병사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공 작전이 숲 속의 게릴라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르완다 방향으로 가다가 나타난 거대한 난민촌... 어찌된 일인지 르완다 반군 부대가 난민촌 바로 옆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일부는 기관총을 들고 일부는 수류탄을 들기도 했지만 마치 전쟁놀이를 하듯 장난스러워 보입니다 <인터뷰>아그나드 무르와나샤캬(반군부대장): "르완다로 돌아가려면 안전 조치가 보장돼야 합니다. 우리를 처벌하려 한다면 돌아갈수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숲에 들어가 약탈을 일삼는 이들이 진을 친 것은 역설적으로 이곳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난민을 이용한 인간 방패... 자칫 난민촌에 보복을 가할까 두려워 유엔군이나 콩고 정부군은 이곳의 반군들을 공격하지 못합니다. 반군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부니아 지역.. 르완다와의 국경 도시입니다. 만 6천여 명의 유엔군이 주둔하면서 도시 지역의 평화를 되찾을 뿐, 외곽의 숲 속 지역은 여전히 무정부 상태입니다. 중앙 아프리카 숲에 살고 있는 피그미는 대략 60여 만 명.. 칠판 지우기 작전으로 얼마나 학살됐는지 확인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인구가 절반 가까이 준 마을이 많고 심지어 주민 전체가 몰살한 마을도 있습니다 <인터뷰>바시카니야(피그미 네트워크 간사): "숲이 아직 반군에 점령돼 있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가 지금으로선 어렵습니다." 피그미족이 표적이 된 것은 이들이 미개하고 열등하다는 편견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카젤리(피그미 담당 교사): "피그미는 식인종이 아닙니다. 그들은 인육을 먹지 못합니다. 문화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그미족은 피그미라는 말을 모릅니다. 피그미는 키가 작다고 서방세계에서 부르는 경멸적인 말일 뿐, 피그미들은 자신을 음부티 등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들은 역사상 쇠붙이 무기를 손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인간들의 탐욕이 빚어낸 전쟁을 알 리도 없습니다. <인터뷰> "숲속에 살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도시엔 살수 없습니다, 거긴 숲이 없기 때문입니다. 숲이 있어야 열매를 따고 사냥을 할수 있습니다." 수천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아프리카에 살아온 밀림의 주인이었지만 광기 넘치는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멸족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피그미족.. <인터뷰> "우리도 사람입니다. 비록 숲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동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인간의 권리가 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피그미가 죽어야 세계의 관심을 끌수 있을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영원히 잊혀진 인종이 되는건 아닌지.. 피그미족들이 문명 사회에 되묻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피그미족에 이어서 다음주에는 마사이족의 생존 투쟁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초원의 전사, 마사이 족이 삶의 터전인 동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쫓겨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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